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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15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9.07.11|조회수2,264 목록 댓글 0

[비밀의 숲] 15











1. 공항/건물 앞 - 낮


공항 건물에서 잡혀 나오는 윤과장. 경찰이며 공항 경비대가 몇 겹이나 둘러쌌다.

구경하는 시민들, 여기저기서 찍어대는 핸드폰들.

윤과장 얼굴이 그대로 노출 되자 윗도리로 윤과장 덮어주는 손길은 여진이다.

경찰차에 실리는 윤과장, 그 뒤로 속속 현장을 떠나는 시목과 경찰들.



2. 서부지검/검사장실 - 낮


급히 들어오는 원철. 책상에서 대신 유선전화 받던 비서, 당황한 얼굴로 전화 내민다.

원철, 전화 건네받는데 네, 한 마디 후에 말을 잃는다.



3. 서부지검/로비 - 밤


시목, 들어온다. 그 뒤로 수갑 찬 윤과장이 검찰 직원들에 잡힌 상태로 들어온다.

소식 듣고 나와 있던 실무관 계장 등 지검 사람들, 잡은 시목과 잡혀오는 윤과장을 눈앞에서 봐도 믿을 수 없다.

침묵이 지배하는 로비. 동료들 시선을 받으며 로비를 가로지르는 시목, 저항도 않고 끌려오는 윤과장.



4. 경찰 봉고차 안 - 밤


봉고차 타고 몰려가는 형사들.

팀장과 서형사 등은 드디어 잡았다, 근데 어떻게 검찰 쪽 사람이냐, 등잔 밑이 어두웠다, 등등 소회들을 풀지만,

떨어져 앉은 여진과 장형사는 묵묵히 차에 흔들리며 간다.



5. 윤과장 집 - 밤


원룸 오피스텔. 어두워서 대충의 윤곽만 보이는 실내.

강제로 잠금 해제하고 열리는 문. 형사들 들이닥치고 불 켜지는데...

여진, 실내로 올라서면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듯한 주방, 먼지 쌓였고, 빨래건조대엔 말라붙은 양말 두어 짝, 아무 것도 없는 방.

이렇게 살았던 건가... 그 뒤로 들리는 팀장의 혼잣말 같은 소리, 사람 살던 집 맞아?...



6. 서부지검/복도. 밤


아무도 없는 긴 복도를 천천히 오는 시목..

Flashback> - 9회 S#57. 특임팀 시절 빵 봉지를 들고 출출하다고들 해서요, 하면서 웃을 때의 윤과장의 그 미소. C.U.


시목 : ...


Flashback> - 10회 S#22. 김태균의 진술을 받고 기뻐하던 은수를 쳐다보던 윤과장.


시목 : ...



7. 동/조사실 - 밤


무장한 검찰직원이 지키는 조사실. 수갑 찬 윤과장, 홀로 앉았다.

Flashcut> - 검거 사진 찍히는 윤과장 C.U.

먼저 얼굴 - 앞, 옆. 윤과장, 고요하다. 무표정이 아닌 변명이나 저항을 벗어난 상태다.

Flashcut> - 어깨 사진. 먼저 어깨 전체. 다음 오른쪽 어깨만, UDT 문신 다 보이게.

다음 - U와 D 일부는 종이로 가리고 D T만 따로 찍는 사진.

Flashcut> - 무성 집/지하실. 밤.

이민가방을 여는 순간 튀어나오는 김가영. 손에 걸리는 아무거나(윤과장 옷) 잡아당기면 순간 보이는 어깨문신.

얼굴 안 보이게 최대한 고개 돌린 윤과장, 그 상태로 가영 머리를 잡아 시멘트 바닥에 짓찧는다.

가영 머리를 잡아챘던 그 손을 쭉 폈다가 깍지를 끼는 윤과장, 길게 숨 들이쉰다.

그 모습 따라 돌면서 비추던 화면, 윤과장이 반사되는 양면경에서 멈추면...



8. 동/모니터실 - 밤


양면경 너머에서 윤과장을 지켜보는 원철. 배신감과 믿을 수 없음의 중간에서, 꽉 다문 입가.



9. 동/조사실 - 밤


시목, 들어온다.


윤과장 : (자기 손 끝만 쳐다보며 눈을 들지 않는다)

시목 : (맞은편에 앉는. 윤과장이 눈 들 때까지 소리도 내지 않는다)

윤과장 : ... (천천히 고개 든다. 시목을 보는 눈동자)

시목 : ...



10. 윤과장의 집 - 밤


침대 밑. 침대 밑 검은 물체에 손 뻗은 여진이 침대와 바닥 사이 좁은 틈으로 보이고. 검은 물체가 확 끌어내진다.

cut to. 여진이 침대 밑에 손을 넣어 끌어낸 것, 커다란 검은색 이민가방이다.

팀장과 형사들, 이민가방에 집중되는 시선. 여진, 가방 지퍼를 사정없이 잡아 연다.



11. 서부지검/조사실 - 밤


창백하게 가라앉은 윤과장, 눈만 위로 들어 시목을 응시하고 있고, 윤과장보다 더 움직임 없는 시목.

침묵이 지배하는 공간. 윤과장의 목젖이 꿈틀대며 침이 삼켜지는데,


시목 : (마침내 입 여는. 높낮이 없는 톤) 왜 죽였습니까.

윤과장 : ...


다시 침묵이 흐른다.


시목 : ...

윤과장 : 죽어야 되는

시목 : ...

윤과장 : 놈이니까요. ...죽여야 되는 놈이니까. 내 손으로.

시목 : (강하게 깍지 낀 윤과장 손에 짧게 내려닿는 시선)

윤과장 : 매일 매일 생각했어요, 그놈을 어떻게 죽일까, 어떻게 숨통을 끊어놔야 그 고통을 알까.

시목 : 무슨 고통.

윤과장 : ..불에 타는 고통. 왜 지옥불이라고 하는지 아세요? ..이 세상 모든 아픔 중에 불에 타는 게 가장 아프대요,

            그걸 그 작은 몸이 그 여린살이... 새까맣게 탄.. 덩어리가 돼서 돌아왔어요.

시목 : ....

윤과장 : (눈물이 후드득 떨어진다) 내 아들...



12. 윤과장의 집. 밤


검은 이민가방에서 나오는 것들, 나일론 소재의 노끈(가영을 묶은 끈), 마스크,

박무성과 가영 범행 때 착용했던 검은색 오버올, 그리고 전자충격기.


윤과장E : 여섯 살이었어요.. 손이 얼마나 말랑말랑했는지 몰라요.. 그 손을 잡고 유치원에 데려갔어요, 그날 아침에, 내가.


장형사, 루미놀을 꺼내 오버올에 뿌리면 박순경, 불 끈다.

불을 끄자 푸른 형광색 빛을 발하는 피의 흔적. 오버올 전체가 피다.

강력계 형사들 입에서조차 새어나오는 낮은 탄식이 울린다.



13. 서부지검/조사실 - 밤


윤과장 : 내 손으로 차에 태웠어요. 친구들도 다 탄다고, 어서 타라고..



14. 유치원 앞. 낮(윤과장의 회상. 2년 전)


유치원 아이들, 관광버스에 탄다.

어린 아들을 태운 윤과장, 아들이 버스 뒤쪽 자리로 꼬물꼬물 들어가는 걸 창문 너머로 내내 지켜본다.

창가자리에 앉은 윤과장 아들, 고사리 손과 얼굴을 창문에 댄다. 창밖 아빠를 보는.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운 윤과장, 같이 유리창에 손 대려고 손 뻗는데 전화 온다.

전화 받는 사이 출발하는 버스. 뒤늦게 안녕! 하는 윤과장. 끝까지 아빠를 보는 아들.


윤과장E : 저녁에 데리러 오겠다고 했는데..



15. 찻길+윤과장의 차 안. 저녁 무렵(윤과장의 회상. 2년 전)


차가 끝도 없이 밀린 길. 지친 운전자들이 아예 길로 나와 서성이고 앞을 살핀다.

이중에 한 차에 탄 윤과장, 초조함과 걱정을 넘어 이젠 멍해진 상태다.


라디오E : (윤과장 effect대사 아래 배경음으로 들리는) 오후 4시 10분 경

              영종나들목에서 인천 방면으로 달리던 관광버스의 타이어가 폭발하면서

윤과장E : 사고가 아니에요.

라디오E : 가드레일에 충돌 후 발생한 화재로 버스에 타고 있던 유치원생들과 지도교사 등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내는 사고가...

윤과장E : 사고가 아냐....


윤과장, 차에서 내린다. 차문도 열어놓고 달린다.

차로 꽉 막힌 그 긴 도로를 뛰어가는 윤과장, 제발 제발... ...


윤과장E : 스태빌라이저란 장치가 있어요. 차량 균형을 잡아주는 건데 버스회사가 이걸 떼버렸어요. 경비 아끼려고.



16. 서부지검/조사실. 밤(현재)


윤과장 : 고무 땜질한 재생 타이어였어요, 운전기사는 주행 중에 휴대폰을 자꾸 봐서 전에 직장에서 잘린 사람이었고.

시목 : 제가 여기 지검에 오기 전 일입니다만 그때, 기억합니다. 가드레일 부실시공으로 판결

윤과장 : (O.L) 가드레일 아녜요, 회사 휴직하고 1년을 매달렸어요, 왜 내 애가 죽었나, 왜 내 아들이 기록이 없어서

            누가 시공했는지도모른다는 가드레일에 받혀서 죽었나... (고개 젓는다) 버스회사 것들, 살인죄에요, 살인죄.

            그것들이 죽였어요. 그런데 운전기사만 3년! 나머진, 거기 사장! 그전부터 부실업첸 거 알면서 눈감아준 공무원!

            다서여섯 살짜리 애들 열넷이 죽었는데 그것들은 감옥에서 1년도 안 살았어요.

시목 : 뒤를 봐준 사람이 있었나요.

윤과장 : ..브로커가 있었어요. 버스회사에서 돈 받고 고위급 인사한테 사건을 축소시켜달라고 청탁한 브로커.

            원래 영업정지를 받을 회사였는데 그걸 무마시켜서

            내 아들이 소풍 가던 그 날까지도 버스를 굴리게 한 것도 그 브로커에요.

시목 : 브로커, 박무성입니까.

윤과장 : (끄덕여지는 고개) ... ..... 소원이 하나 있어요.

시목 : 말씀하세요.

윤과장 : (먹먹히 시목 보는...) 내 아들이, 그 자리에서 죽었으면.

시목 : (부탁하는 소원이 있다는 게 아니란 걸 깨닫는)

윤과장 : 사고가 났을 때, 버스가 뒤집혔을 때 (뚝뚝 떨어지는 눈물) 그때, 불이 번지기 전에

            ..아무 고통 못 느끼고 내 애기가.. 즉사한 거였으면 (목소리가 끓는 듯이 나온다) 몸이 탄 건 그 다음이었으면..

            하루도 기도 안 한 날이 없어요, 하루도.. 잊은 적 없어요...

시목 : ...



17. 동/모니터실 - 밤


원철, 고개 떨구고 있다.



18. 동/3부장실 - 낮(원철의 회상. 1년 전)


회사 복귀한 윤과장 어깨를 두드려주는 원철.


원철 : 잘 돌아왔어, 산 사람은 살아야지, 가슴에 묻고.. 잊어.

윤과장 : (들릴 듯 말 듯 대답)



19. 동/모니터실 - 밤(현재)


원철 : (너무나 쉽게 말했던 스스로가 죄스럽다)

시목E : 박무성 청탁을 받고 사건을 축소시켜준 고위급 인사, 누굽니까.

윤과장E : ..여기, 검사장이요.

원철 : (놀라서 고개 드는)



20. 동/조사실 - 밤


윤과장 : 서부지검 검사장.

시목 : 2년 전, 당시에, 배상욱 검사장?

윤과장 : (희미하게 끄덕인다) 인천 지검에 압력을 행사해줬어요.

시목 : (만연한 부패, 두드러지게 드러내진 않아도 역하다. 그러나) 범행 동기 인정했습니다. 살해 경위. (사진 내민다)


사진, 택시 블랙박스에 찍힌 무성 집 창가에 남자다. 흰 셔츠 파란 트레이닝복 바지.

사진을 봤다가 시목 보는 윤과장, 눈빛, 물러서지 않는다.

서로 응시하는 두 남자.


Flashcut> - 박무성 집/마루. 무성의 시신 옆에서 검은 오버올을 벗는 윤과장, 그 안에서 드러나는 무성과 똑같은 옷.

대문 벨 한 번 울린다. 윤과장, 커튼 젖히고 창가에 선다. 담 너머로 보이는 용산케이블 차.


윤과장 : 접니다.



21. 용산경찰서/수사본부. 밤


윤과장 집에서 가져온 증거들이 중앙 테이블에 가득하다.

오버올에서 혈흔 시료 채취하는 여진, 면봉 한 통 다 쓸 정도로 많다. 그 사이사이,


Flashcut> - 무성 집/부엌. 싱크대에서 장미칼을 집어드는 윤과장.

Flashcut> - 무성 집/작은방. 책장에서 책 뽑아가는 무성, 문 닫고 나가면 문 뒤에 서있던 윤과장.

열린 문 경첩 사이로 밖을 보는 윤과장의 눈.


여진, 오래된 검붉은 피 묻은 면봉을 모두 봉투에 넣고 겉면에 분석실이라 갈겨쓴다.


Flashcut> - 박무성을 찌르는 윤과장.


장형사, 이민가방을 커다란 밀봉 비닐에 넣다가 멈춘다. 가까이 보며 핀셋 집어 드는.

가방 지퍼에 낀 머리카락을 핀셋으로 집어낸다. 염색한 머리카락, 길다.


Flashcut> - 윤과장의 차안. 밤. 실신한 가영을 이민가방에 욱여넣는 윤과장.


머리카락 따로, 가방 따로 비닐에 밀봉하고 꼬리표에 분석실이라 쓰는 장형사.


Flashcut> - 무성 집/지하실. 차가운 바닥에 가방 내려놓는 윤과장, 숨 몰아쉰다.


장갑, 마스크, 족적방지용 덧신, 모두 증거봉투에 넣어져 쌓인다. 마지막으로 노끈도.


Flashcut> - 가영 집/골목. 가영 목에 전자충격기로 충격을 가하는 윤과장.


팀장, 공항에서 윤과장이 장형사한테 뒤집어 씌웠던 재킷 주머니에서 지갑과 여권 꺼낸다.

여권 들추면 윤과장 여권 맞다. 테이블에 던지듯 놓여지는 여권.



22. 무성의 집/마루 - 낮(범행 당시. 회상)


-TV 셋톱박스에서 카드를 빼는 윤과장.

-소파에 누운 무성 앞에 선 윤과장. 손에 들린 칼. 무성을 내려보는 자비 없는 눈빛.

-이미 쓰러진 무성 시체에서 번져 나오는 피. 그 피를 보는 윤과장.


윤과장E :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짜고 또 짰습니다.

시목E : 강진섭은.

윤과장E : 계획에 있었어요.

시목E : 나는.

윤과장E : 계획에 있었어요.


-피를 면봉에 묻혀 케이스에 넣는 윤과장.

-미친놈처럼 집안을 엉망으로 만드는 윤과장.

-금붙이를 무성 시신 근처에 던지는 윤과장.


시목E : 강진섭의 죽음은.

윤과장E : 그건 예상 못 했어요.


-해피네 집 쇠장식에 피를 묻히는 윤과장.


시목E : 전부 혼자 생각해낸 거라고요?

윤과장E : 안 되나요?



23. 서부지검/조사실 - 밤


윤과장 : 오랫동안 머릿속에 그렸어요. 브로커가 끼었다는 거, 그게 박무성이란걸 알았을 때부터.

시목 : 배상욱 검사장은 왜 놔뒀습니까.

윤과장 : 그런 짓을 하고도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서는 걸 보면서 다짐했어요.

            저 인간을 반드시 법정에 세우자. 자기가 유린한 법정에 끌어다놓고 그 면상 앞에서 내가 낱낱이 까발려주자.

시목 : 김가영은 왜 해쳤습니까.

윤과장 : 사람들이 알라고요. 사회 지도층이란 인간들이 뭘 주고받는지.

            걔가 깨어나서 입을 열면 접대 받은 남자들이 전부 나올 테니까. 그애가 상대한 게 용산서장 하나라고 생각하세요?


Insert> - 가영, 유훙가 길을 가며 통화 중이다.


가영 : 아저씨, 여잘 만났으면 돈 깨지는 거야 당연하지. 어떻게, 교복 입고 사모님 한 번 뵈러 가줘요?


윤과장 : .. 그 나이에 벌써 박무성하고 다를 게 없어요. 박무성은 돈이, 그앤 몸이 매개체일 뿐.

시목 : 브로커 짓을 하든 몸을 매개체로 쓰든 윤세원씨는 그걸 처벌할 권한이 없습니다. 착각 마세요.

윤과장 : 권한 가진 사람들은 뭘 했는데요.

시목 : 그래서 영검사도 죽였습니까?

윤과장 : (똑바로 쳐다본다) 영검산 아니에요. 내가 안 죽였어요.

시목 : 영은수 왜 죽였습니까.

윤과장 : 난 이제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요, 행동하기로 결심했을 때 미래 같은 건 버렸습니다. 하지만 영검사는 내가, 아녜요.

시목 : 입으론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면서 공항으로 달려갔습니까?

         문신 들키고 잡히게 생겼으니까 외국으로 내뺄 생각부터 했잖아.

윤과장 : ... 더 할 말 없습니다. (수갑 찬 손 움켜쥐고 눈 내리깐다)

시목 : 영은수 검사, 왜 죽였습니까.

윤과장 : ....

시목 : 왜 죽였어.

윤과장 : (눈 감는)

시목 : (손이 꽉 쥐어지지만.. 일어난다. 문으로 가는)

무장직원 : (윤과장에게 온다. 잡아 일으키는)

시목 : (나가기 전 멈추고 쳐다보는) 죽이니까 가슴속이 나아지던가요?

윤과장 : ... 아무 것도 없었어요, 자식이 죽고 나니까, 아무 것도.

            그 텅 빈 데를, 공포가 채워줬어요. 날 보던 눈, 죽어가던 몸짓.. 사람 몸에서 나오던, 피가..

시목 : ... (나간다)



24. 동/조사실 복도 - 밤


시목, 나오면 바로 옆 모니터실에서 천천히 나오는 원철.

시목은 원철에게 오고 그 뒤로 무장직원에게 잡힌 윤과장이 등을 보이며 반대편으로 간다.


원철 : (윤과장 보는..) 아들 부검을 못 했어 저 녀석, 그때..

시목 : (원철 보는)

원철 : 애기 폐에서 검댕이가 나올까봐. ..타죽었을까봐.

시목 : ... (고개 떨구고 멀어져가는 윤과장 바라본다)



25. 차고 - 밤


윤과장 차가 견인차에 끌려 옮겨진다.

그만 세우라고 수신호 보내는 여진, 차가 세워지면 플래시를 들고 뒷좌석부터 살피는데,

다 쓴 방향제가 뒷좌석 창에 덩그마니 있다. 먼지 앉은 방향제 들어 냄새 맡아보는 여진.


Flashback> - 11회 S#39. 동네 병원/2인실. 밤

가영母 : 이분 (윤과장 보는) 차에서 애가 경기를 심하게 해서..

윤과장 : 지하주차장에 숨어있을 때, 병실 밖은 첨이라 그랬는지


여진, 생각하는 얼굴이다가 방향제 내려놓는다. 다시 차량 살피며 한숨처럼 중얼대는, ‘진작 알았어야 했는데’..



26. 서부지검/검사장실 - 밤


원철, 전화 중이고 시목은 그 앞에 섰다.


원철 : (전화) 강원철입니다. 밤늦게 미안한데 (하다 듣는) 예 그렇게 됐네요.

         그래서 말인데 우리 쪽에서 수색영장이 두 개 들어갈 거예요, 즉시 발부 부탁해요. ...(시목 보는) 배상욱 의원이요.

시목 : ...

원철 : 예 前검사장, 그 배상욱 맞고 또 하나는 관련업체 압수용이니까, 주말인 거 아는데 내일 아침 첫 번째로 처리합시다.

         (끊는. 시목에게) 배상욱 증거 100%여야 돼. 아님 우리가 물 먹어.

시목 : 윤과장 주장일 뿐입니다. 100%가 나올 진 해봐야 알죠.

원철 : 이 판국에 헷소리 했겠어?

시목 : 혹시 아셨습니까? 당시에 검사장이 버스 화재 재판에 관련된 것.

원철 : 알았으면 두고만 봤겠어?

시목 : 그런데 윤과장은 어떻게 알았을까요, 부장급들도 몰랐던 걸.

원철 : 내사 전문이잖아. 그보다 영은수는 자기 짓 아니란 건.

시목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원철 : ... 모르겠어 이젠. 그치만 아니었으면 좋겠어. 그거까진.

시목 : ..더 조사하겠습니다.

원철 : 오늘은 그만 쉬어. 이만도 잘 한 거야, 검거...축하한다.

시목 : (목례하고 나가는)

원철 : ... ..



27. 수석비서관실 – 밤


벽시계의 초침소리만이 작게 들려온다.

불도 안 켜고 응접 소파 상석에 앉은 창준, 두 손 그러모은 채 깊은 상념에 젖은...



28. 한남동 집/1층 거실 – 밤


창준, 들어서면 윤범, tv 시청중인데 상당히 심각하다. 인천공항에서 시민들이 찍은 동영상 제보로 화면 채워졌다.


기자E : 오늘 오후 인천공항에서 용산구 연쇄살인범이 격투 끝에 검거되는 장면입니다.

           용산구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연쇄살인범은 서부지방검찰청 직원인 것으로 밝혀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창준 : (윤범 곁으로 오며 TV 바라보는)

윤범 : (인기척에 돌아보고 tv끈다) 왔나? (리모컨 쥔 손으로 앉으란 손짓)

창준 : 다녀왔습니다. (앉는)

윤범 : 범인, 아는 놈이야?

창준 : (표정 담담) 그럼요.

윤범 : 그놈도 박무성한테 원한이 있었나?

창준 : 글쎄요. 그것까진.

윤범 : 박무성이 그 친구가 욕심이 좀 과했지.

창준 : ..

윤범 : (돌연) 쥐새끼들은 찾았나?

창준 : 사무관 둘한테 각각 다른 정보를 흘렸지만 어느 쪽도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윤범 : 각각 다른 정보?

창준 : 서로 다른 호텔에 유크레인에서 사람이 올 거라고 해뒀습니다. 실제로 각각의 호텔에 외국인을 묵게 했는데

         접촉 시도라든가, 어디서도 리액션이 없었습니다.

윤범 : ... (끄덕인다) 올라가봐.

창준 : (일어난다) 주무십시오. (올라간다)

윤범 : ... (다시 TV 켜면)

TV : (가영의 집 골목이 자료화면으로 나온다)

윤범 : 하필 공항에서.. 우연인가...

창준 : (그 소리에 계단에서 돌아보는.. 올라간다)



29. 동/2층 서재 – 밤


창준, 발을 끌듯이 들어와 불 켜면 책상 의자에 그린 듯 앉아 기다리는 창준妻.


창준 : !

창준妻 : (보기만)

창준 : 자는 줄 알았지.

창준妻 : 우리 마저 하기로 한 얘기가 있잖아.

창준 : (책상에 기대듯 걸터앉고 안주머니에서 뭔가 꺼내 내민다)

창준妻 : (받아보면 비행기 e-티켓이다, 묻듯이 보는)

창준 : 수정이한테 가있어. 아무리 자립심 강해도 아직 엄마 손 필요한 애야. 당신이라도 다녀와.

창준妻 : 전개 참 이상하네. 내 재산 뒷조사 하더니 이젠 나더러 나가래? 수정이 미국에 없었음 무슨 핑계 댈 거였어?

창준 : 나 이제 곧 공직자 재산 공개해야 돼. 당신 거뿐 아니라 수정이 소유부동산 동산 다. 그래서 알아봤어.

창준妻 : 그런 거였음 미리 의논했음 됐잖아. 거기다 미국은 또 뭐고?

창준 : 재산공개 시작되면 당신 한국에 없는 게 나을 거야. 또 얼마나 배 아파들 하겠어. 좀 잠잠해지면 그때 들어와.

창준妻 : ....

창준 : 딸 얼굴 보는 재미에 나 완전히 잊지 말고.

창준妻 : ... 나 후회 안 해.

창준 : 음?

창준妻 : 그날 거기 간 거. 오빠 재판. 당신 나보고 거기 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했잖아,

            난 아냐. 덕분에 지금 당신 내 앞에 있잖아. 후회를 왜 해?

창준 : ... (옆에 앉은 아내 머리에 아이에게 하듯 커다란 손을 올린다) 당신 그때 참 예뻤어.

         방청석에 앉아있는데 빛이 반짝반짝 했어.

창준妻 : 지금은?

창준 : (웃는) 지금도.


창준, 아내 머리 쓰다듬는데 얼굴이 슬퍼 보인다. 그래도 웃어 보이는.



30. 옥탑방/마루 – 밤


여기저기 흩어진 만화책. 아끼느라 안 뜯었던 비닐 커버도 적잖이 벗겨져 있고.

마루 가운데 맨바닥에 누운 여진, 만화책 펼쳐 얼굴 덮었다.

전화 오면 손만 더듬더듬 뻗는. 만화책 덮은 채로 발신자 확인도 안 하고 받는다.


여진 : 네.

시목F : 내일 제보편지 보낸 여고생 좀 만나볼래요.

여진 : 만나서.

시목F : 어디서 무슨 옷을 입고 몇 시쯤이었는지.

여진 : 디테일 알아봐달라고요, 알았어요. (끊으려는)

시목F : 집입니까?

여진 : (한숨. 만화책 치워버리고 일어나 앉는다) 네 집입니다. 오지랖 떨어서 엄한 여자 죽게 한 내 집이요.



31. 마포서 뒷골목+포장마차 – 밤


밤의 골목을 따라 귀가하며 전화 중인 시목.


여진F : 내가 왜 영검사 전화를 받았을까요?

시목 : ...(손님 없는 포장마차로 발 꺾는)

여진F : 나한테 온 것도 아닌데 왜 그걸 받아서 여길 오라고 했을까요, 뭐가 씌었길래?


포장마차에 앉는 시목, 주인에게 입모양으로만 소주하면서 손가락 하나 들어 보인다.


시목 : 난 뭐가 씌었던 걸까요.

여진F : 검사님이 왜요.

시목 : (주인이 소주 갖다 주면 한 번에 비우고 내려놓는 잔) 애초에 윤과장을 팀에 부른 건 납니다.



32. 옥탑방/마루 – 밤


시목F : 살인범도 잡고 박무성 스캔들도 캐잔 특임에 범인을 불러다 놨어요.

여진 : ... 왜 죽였대요.

시목F : 우리 지검 전 검사장 중에 배상욱이라고 있습니다.

여진 : 그런데요.

시목F : 박무성하고 합작해서 자기 아들 죽은 교통사고를 왜곡시켰답니다.

여진 : 그렇다고, 자기 자식 때문에 한이 맺혔으면 남에 자식이라도 귀하게 여겨야지, 본인은 그 모양으로 살았어도!

시목F : 어떻게 살았는데요.

여진 : 집이, 집을 보니까.. 이혼도 했더라고요, 교통사고 얼마 후에.



33. 포장마차+마포서 뒷골목 – 밤


시목 : (소주 반 병 정도 비운) 아이가 문제가 있으면 부모는 서로를 미워하게 되죠. (천 원짜리 몇 장 놓고 일어난다)

여진F : 더 똘똘 뭉쳐야 하는 거 아닌가요. 더 보듬어주고.

시목 : (밤길을 가는) 그런 가족도 있겠죠. 어딘가엔.

여진F : ... .. 검사님 부모님은요?

시목 : ...

여진F : 머리 수술한 거, 왜 말 안했어요.

시목 : 그게 뭐라고요.

여진F : ... 지금은 안 아파요?

시목 : 네.

여진F : 됐어요, 그럼, 또 아프면 말해요.

시목 : ...

여진F : 하긴.. 말해도 해줄 게 없네.

시목 : ...



34. 옥탑방/옥상 – 밤


여진 : (출입문 열어놓고 문가에 기대서서 평상 쪽 바라보며) 그래도 말해요, 병원에 옮기기라도 하게.

시목F : ...

여진 : (대답 없어서 끊어졌나? 전화 보는데)

시목F : 영은수는 안 죽였답니다.

여진 : 윤과장님이요? (하다) 님은 무슨, 윤과장이 지 입으로 그래요?

시목F : 더 봐야겠지만 한경위님이 거기로 영검사를 부른 거하곤 무관할 수 있어요.

여진 : ...

시목F : 자요.

여진 : ..검사님도요. (끊는. 옥상 보는..) 하루 되게 기네. (문 닫고 들어간다)


조금 후, 창문의 불빛도 사라진다.



35. 한남동 집/대문 앞 – 아침


기사, 보스턴백(캐리어와 세트인 보조가방) 얹은 캐리어 1개를 싣고 트렁크 닫는다.

곧 창준내외 나오고 편한 차림의 윤범도 대문간에 모습 드러낸다.


윤범 : 어제도 아무 소리 안하더니.

창준妻 : 내가 가고 싶어졌어요, 어젯밤에 갑자기.

윤범 : 오래 참는다 했지, 바람 쐬기 좋아하는 애가.

창준妻 : (가볍게 포옹) 다녀올게요.

창준 : 다녀오겠습니다. (인사하고 돌아서면)

기사 : (대기하고 있다가 뒷문 열어주는데)

창준 : (됐다는 손짓. 보조석 문 열고 아내 본다)

창준妻 : 당신이 직접 가게?

창준 : 날씨도 좋잖아.

창준妻 : (방긋 웃으며 타는. 윤범에게) 저 가요.

윤범 : 그게 뭐라고 입이 귀에 걸려?

창준妻 : 아빠는 한 번도 안 해본 거잖아요? (손 흔든다)


창준, 인사하고 운전석에 오르고 윤범, 실소하고 들어가는.

기사, 떠나는 차에 대고 인사.



36. 인근 길/창준의 차 안 – 아침


창준妻 : (이웃집 높다란 담벼락에 고개 내민 꽃나무들 보며) 아, 오랜만에 하늘 참 깨끗하다. 이게 우리나라 하늘인데.

창준 : 떠나기 좋은 계절이지.. ...(운전하면서 글러브 박스 열어 서류 꺼낸다. 아내에게 주는)

창준妻 : 뭐야? (읽는)

창준 : 당신 현금 정도만, 당분간 당신이 하는 장학재단으로 옮겨놓자.

창준妻 : (신중히 읽으며) 내 재단에 800억을 기부하는 걸로 돼있네, 내가?

창준 : 음, 거기로 옮겨야 재산공개 끝나고 원상복구 시키지. (안주머니에서 펜 꺼내 내미는) 재단엔 입 다물라고 할게.

창준妻 : (더 읽는... 그러다 펜 받아서 싸인하는데)

창준 : (운전만 하는 것 같지만 싸인하는 걸 놓치지 않고 보는)



37. 인천공항/주차장 – 아침


트렁크 여는 창준, 창준妻는 이제야 차에서 내리고.

창준, 캐리어만 꺼내고(보조가방 없이) 트렁크 닫는다. 아내와 함께 공항 건물로 간다.



38. 동/출국장 앞 – 아침


창준妻, 출국장 줄에 서서 여권과 비행기표 보여주고 있다. 창준, 지켜보는.

순서 끝난 창준妻, 손 흔들고 출국장 안으로 들어간다.

창준, 발걸음 떼지만.. 돌아본다. 이미 아내는 사라졌지만 간 곳을 오래 보는...


창준 : .. 잘 가.


창준, 핸드폰 꺼낸다. 돌아서 가며 전화. 아내를 보낼 때완 달리 굳어진 표정.


창준 : (낮고 느리지만 강하게 주지시키려는 어투) 예, 사장님, 이창준입니다.

         다름 아니라 전에 그 공준식 검사 말입니다. ...예, 1부장으로 있었던. 곧 재판에 넘겨질 텐데

         귀사에 법무팀으로 가기로 했던 거 어느 누구입에서도 나와선 안 됩니다. 알고 있죠?

         (끊고 다시 전화) 은행장님? 쉬시는 날 죄송합니다. 오늘 좀 봬야겠는데요....예. 한 시간 뒤에 제 방으로 오시죠.

         (끊는. 결심으로 다부진 눈빛)



39. 용산서/강력팀 – 낮


휴일에도 모두 나온 강력팀. 다들 팀장 자리에 모여 혈흔 분석결과 들여다보고 있다.


박순경 : 어떻게 진짜 영은수검사 혈흔만 안 나오죠? 작업복이 피투성이던데.

팀장 : (골치 아픈) 그 날만 다른 걸 입었겠지. (보던 서류 놔버리는) 범인이라고 맨날 같은 거 입어?

형사들 : (아무도 호응 안하는)

팀장 : 아 지도 꿉꿉할 거 아냐? (하지만 아니란 것 스스로 아는)

여진 : .. (형사들에게) 장미 칼 사간 사람부터 다시 찾읍시다.

서형사 : 아아 다 끝난 줄 알았더니!..

장형사 : (고개 들다) 어?


여진, 장형사 따라 고개 돌리면 입구에 정본이 들어와 서성인다.



40. 동/회의실 – 낮


정본 : 진짜.. 윤과장님이 그랬어요?

여진 : 진짜지 가짜겠어요, 본인 입으로 시인도 했는데.

장형사 : 물증도 한두 개가 아니고요.

정본 : 그럼 영검사도 진짜 윤과장님 손에..

여진 : 그건 아니라고 본인은 주장하는데

장형사 : 아니긴 빌어먹을 씨, 들통 나니까 사람 죽이고 토끼다 잡힌 주제에 지나가는 개도 안 믿지.

            (말은 퉁명스러운데 표정은 착잡한)

정본 : .. 저는 이게요, (전화에서 옥탑방 단체사진 찾아서 본다) 불과 며칠 전이란 게 믿어지지가 않아요.

장형사 : (넘겨다보는..) 이 안에 연쇄살인범이 있었는데.

정본 : 그 손에 희생당할 사람도요.

여진 : 그걸 왜 그렇게 몰랐을까, 바로 옆에서.

정본 : 에이, (부질없다. 휴대폰 꺼버린다) 이마에 좋은 사람 무서운 사람 써붙여놨으면 좋겠어요.

장형사 : 그렇게만 된다면야.

여진 : 그럼 여기도 애매한 사람 많을 걸요.

장형사 : ? (보는데)

소리E> (노크)

박순경 : (얼굴 디밀고) 저기 지금 버스회사 압수 나간다는데요?


형사들, 바로 일어나고 정본도 일어난다.


여진 : 미안하게 오자마자 가셔야 되네요.

정본 : 바쁘신데 제가 시간 뺏었죠. 나중에 봬요. (인사하고 나가면)

장형사 : 여기도 애매한 사람 많단 소린 뭘까나?

여진 : (돌아보는) 있습니다, 그런 사람. 범인 잡겠다고 먼지 뒤집어 써가며 애쓰는 거 보면 좋은 사람 같은데,

         남한테 몽땅 뒤집어씌우는 거보면 이건 또 뭔가 싶은 사람.

장형사 : 누구 얘기에요?

여진 : 팀장. 양심선언 하기 전 날 경완이 찾아가서 무릎 꿇었어요. 요지는 자긴 잘못 없다 그거고.

         그나마 우연히 마주쳤으니까 나도 안 거지.

장형사 : ...

여진 : (나가려는데)

장형사 : 사람들, 다 거기서 거기에요. 막 죽일 새끼도 아니고 천사도 아니고.

            그냥 흐르는 대로 사는 거지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이야.

여진 : 그렇게 흐르기만 하다가 자기도 모르는 곳에 닿아버리면요? (나간다)

장형사 : ... (나간다)



41. 동/강력계 - 아침


회의실에서 나오는 세 사람.

팀장과 다른 형사들은 이미 나가는 중. 여진, 장형사, 얼른 합류한다.


팀장 : 압수는 검찰 몫이니까 그건 너무 나서지들 말고, 어린애들 죽이고도 이름 바꿔서 계속 장사하는 것들이니까

         버스회사 놈들은 봐주지 마.

형사들 : 넵!


여진, 뒤에서 팀장 보는. 참 사람 알 수 없다.

장형사, 여진 눈길 느끼지만 외면. 몰려 나가는 형사들.



42. 서부지검/시목 검사실 – 낮


그동안 밀렸던 업무 파일이 책상 위에 잔뜩 쌓였다.

시목, 파일 넘겨가며 체크하고 있는데 노크도 없이 문 열리는.


동재 : (마치 제 방처럼 자연스럽게 들어와) 야.. 여긴 시간이 멈춘 거 같다. (계장 책상에 걸치고 앉아 파일도 건드려보는)

시목 : 무슨 일이십니까?

동재 : ... 등잔 밑이 어두웠던 거냐 우리?

시목 : ...

동재 : 난 영은수 죽고 일 틀어지니까 저 양반이 냅다 도망가나 했는데.

시목 : 누구 말씀이십니까?

동재 : 이창준.

시목 : 그분이 어딜 갔나요?

동재 : 수석실로 사모님이 찾아왔어. 이혼 얘길 하더라고. 그러더니 아무도 모르게 출국 준비까지 하고.

시목 : 이혼에 출국이요? 언제 어디로요?

동재 : 몰라. 나도 비행기 티켓만 얼핏 본 거라. 뭐 어쨌든 범인 아니면됐잖아, 어딜 가든?

         (안도하는 듯한) 그래, 사람 죽일 위인은 아니지. 그냥 와이프 이용해먹는 속물인 거야.

시목 : 윤과장은 영은수는 자기 짓이 아니라고 하고 있습니다.

동재 : !... 왜 그 말을 믿는다는 투로 들려?

시목 : 전에 부장님 실에서 얘기했던 거 기억하세요? 영장관이 모함을 당한 건 뭔가를 쥐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 거.

동재 : (끄덕이는)

시목 : 영은수가 죽은 당일에 파일이 없어졌어요. 영장관이 집에 보관하던 한조 관련 파일이.

         가져간 사람 자체는 영은수로 보이지만

동재 : 갖고 있다 죽었다면, 갖고 있어서 죽었다면 이건.. 이윤범 짓인데.

시목 : 또 한 명 있죠.

동재 : ..이창준. ..그분은 왜 매번 혐의점에서 벗어나질 못할까..

시목 : 윤과장이 영은수까지 살해하고 조금에 감형이라도 받으려고 술수를 쓰는 걸 수도 있죠.

         하지만 한조 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전에 말씀드린 사진


책상 위 전화 울린다.


시목 : 잠시만요. (받는) 예. ..예.. 아닙니다. 제가 내려가겠습니다. (끊고)

동재 : 왜?

시목 : (일어나 재킷 걸치는) 영장관님이요.

동재 : 그분이 왜?



43. 동/1층 로비 – 낮


일재, 로비에서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계속 움직이는.

시목과 동재가 함께 온다.


일재 : (인사도 안 받고 다짜고짜) 왜 범인을 못 보게 해!

시목 : 윤과장이 일체의 면회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일재 : 얼굴만 보자는 건데 그것도 안 되나?

시목 : 정말 그럴 생각으로만 오신 겁니까?

일재 : 내가 꼭 물어볼 게 있어서 그래!

시목 : 저도 장관님께 여쭐 게 있습니다.

동재 : 자자 일단 좀 앉으시죠, 오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로비 의자에 일재 앉히고 옆에 자판기에서 음료수 뽑는다)

         (*로비에 자판기 없으면 정수기에서 물이라도)

시목 : (앉자마자) 없어진 게 뭡니까, 정확히 무엇에 관한 거였습니까.

일재 : ..그게

동재 : (음료수 따서 두 손으로 주며 옆에 앉는)

일재 : (정신없는 와중에도) 고마우이.. (한 입 마시고) 이윤범은 지 자식들이 어릴 때부터 재산을 매년 조금씩 나눠서

         자회사 주식을 매입시켰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자회사에서 받는 배당은 세금이 면제되는 걸 악용해서

         수천억을 탈세해온 거야. 한조물류가 상장됐을 때 뭔가 이상하단 걸 내가 깨달았지.

동재 : 한조물류면 죽은 박무성이 전 재산을 올인한 덴데요?

일재 : 그땐 박무성의 존잰 몰랐지만 이윤범 자식들이 얽힌 건 확실했어.

시목 : 만약 장관님께서 그 조사를 강행했다면 수석님 사모님은 그럼..

일재 : 이창준이 안사람? 구속됐겠지, 탈세 혐의로. 지 아버지가 했든 본인이 나서서 했든.

동재 : 그럼 수석님 입장에선 장관님을 배신하거나 아니면 자기 아내를 감옥에 보내거나, 둘 중 하나뿐이네요?

일재 : ..그러니 울었지, 날 찾아와서.

동재 : 예에?

시목 : (역시 의외다) .. 조사를 멈춰달라고 했습니까?

일재 : (고개 젓는다)


Insert> - 은수의 집. 안방 - 낮.(3년 전)

지금과 같은 집. 소품만 조금 다른.

일재, 너무나 힘든 얼굴로 앉았고 그 앞에 무릎 꿇은 창준, 얼굴 못 든다. 울고 있다.


일재 : 아무 말 안 했어. 아마 그때가 이윤범이 날 몰아내려고 한창 일을 꾸미던 때 같아.

동재 : 그럼 다른 여자문제나 그런 게 아니라 사모님을 구하려고

일재 : 여자문제라니?

동재 : .. 아닙니다.. 박무성 이 새끼 죽을 때까지 나한테 거짓말했어..

일재 : 살인범이 이윤범하고 닿아있을 가능성은?

시목 : 아직 확인된 바 없습니다.

일재 : (동재에게) 자네도 몰라?

동재 : 죄송합니다.

일재 : 내가 직접 물어야겠어. 배후가 누군지 살인범한테 직접 물어야겠어. 만나게 해줘, 어떤 놈이 우리 은수를...

동재 : (일재 잡고) 장관님.. 황시목이잖습니까. 대한민국에서 제일 믿을만한 검사요.

         황검사가 다 밝혀낼 거니까 믿어주시고 오늘은 저랑 가세요. 제가 뫼셔다 드릴게요.

일재 : (고개만 젓는..)


동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일재 일으켜 세워 데려간다.

시목, 가는 두 사람 바라본다.



44. 동/계단 – 낮


동재 : (일재 보필해 계단 내려가며) ...10년을 넘게 밑에 있었는데 저는 아직도 모르겠네요. 이창준이란 사람을.

일재 : ...

동재 : 옛날에 비해 많이 변하긴 했죠..

일재 : (바닥만 보고 가는) 미안하네.

동재 : 네?

일재 : 어깨.

동재 : (믿어지지 않아 보는) 지금 제 어깨가 대숩니까, 그렇게 남 생각 다 해주시니까 이회장 같은 늑대한테

         (...속상하지만 입 다무는) 없어졌단 파일은 어떻게 생겼나요?

일재 : (멍하니 보다가) 연수원서 쓰던 거.

동재 : 연수원 마크 있겠네요?

일재 : (끄덕... 왜냐고 묻지도 않는다. 힘없이 갈 뿐)

동재 : (안 됐어서 일재를 보지만 해줄 말도 없다)



45. 수석 비서실/참모실 – 낮


휴일이라 비어 있던 비서실.

동재 들어온다. 동재, 다시 한 번 밖에 누가 없는지 확인하고 곧장 수석실로 간다.



46. 수석비서실 – 낮


동재, 창준의 노트북부터 켜고 책상 서랍 뒤진다.


동재 : 연수원 마크 있는 거가...(부팅된 컴퓨터에 로그인 비밀번호 이것저것 쳐보는데)


문 열리는 소리. 창준이 나타난다. (캐리어 위에 얹었던 보조가방 들었다)

동재, 미처 서랍도 못 닫고 노트북 앞에 앉은 채로 창준과 눈 마주치는.


창준 : (천천히 오는)

동재 : (자리에서 튕기듯 일어난다. 너무 정통으로 들켜서 머릿속이 하얀데)

창준 : (책장에 보조가방 넣는) 휴일인데 나왔네.

동재 : (창준이 돌아선 사이 서랍과 노트북 닫으며) 예.. 수석님은 어떻게?..

창준 : 집에 가.

동재 : 예? 아닙니다, 수석님께서도 나오셨는데 제가 어떻게

창준 : (O.L) 퇴근 해.

동재 : 예.. 그럼. (인사하고 얼른 나가는)

창준 : (소파로 오는)



47. 동/참모실 – 낮


수석실에서 나온 동재, 문 닫는데 창준이 소파에 조용히 앉는 것 보인다.


동재 : 왜, 왜 아무 말 안 해? 정통으로 들켰는데?..


문소리에 돌아보면 W은행장이 들어온다.


은행장 : 수석님 계십니까?

동재 : 누구십니까?


기다렸다는 듯 수석실 문 열리고 창준이 나타난다.


창준 : 들어오시죠.

은행장 : (들어가고)

동재 : 차라도 (하는데)

창준 : 지금 갖다 줘. (봉투 주는) 다시 들어올 필요 없어. (문 닫는)

동재 : (봉투에 주소 보는) 장학재단..


동재, 궁금하고 의아하지만 어쩔 수 없다. 비서실을 나간다.



48. 수석비서실 – 낮


은행장과 마주 앉은 창준.


창준 : 은행 매각 협상을 준비해주시죠.

은행장 : 벌써요?

창준 : 뜸 들일 거 있습니까. 홍콩에서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한 걸로 은행장님이 홍보 잘해주셨으니

         이제 주가 오를 일만 남았잖아요?

은행장 : 그렇죠.

창준 : 이 상태에서 저희가 투자금 회수하면 주가 폭락할 거고 개미투자자들 우는 소리하면 외부에서 바로 간섭 들어옵니다.

         그 전에 빨리 매각해야 되는데, 한 가지 우려되는 부분이..

은행장 : 어떤?...

창준 : 매각 대금이 곧바로 저희 아버님께 들어오면 추적을 받지 않을까요? 해서 그걸 좀 돌리고 싶은데.

은행장 : 저희 대주주가 이윤범 회장님에서 이성재 사장님으로 바뀐 거 모르십니까?

창준 : 제 처남이요? 처남으로 명의가 바뀌었던가요? 그럼 은행이 JR홀딩스로 넘어가면 수익금은

은행장 : 이성재 사장님께 갑니다. 스위스 계좌니까 추적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창준 : 그랬군요...

은행장 : (이상하다... 하지만 웃어 보이는)



49. 동/참모실 – 낮


은행장, 수석실에서 나와 서둘러 참모실을 나간다.



50. 수석비서실 – 낮


창준 : (전화하는) ..접니다. 방금 이연재 이사장이 싸인한 카피 보냈으니까, 받는 대로 바로 처리해요.

         이사장이 자의로 본인 자산을 넘긴 겁니다. 그 점 확실히 하고. ...예 그럼. (끊는)


통화 마친 창준, 잠시 생각하다 다시 전화한다.


창준 : .. 배의원님, 오랜만입니다. ...들으셨군요, 예, 세풍운수 한창 압수 중일 겁니다.

         후암동 사건 불똥이 결국 의원님한테까지 튀네요. ...지금 저한테 체면 세우실 때가 아닐 텐데요?

         범인이 이미 다 불지 않았겠습니까? 의원님 이름 거론되는 건 시간문제에요.

         ... 그러셔야죠, 제가 해드릴 게 있을 겁니다. ..예 내일 뵙죠.


전화 끊고 툭 놓는 창준. 리모컨으로 음악 켠다. 클래식 음악 흐르고...

볼륨 더 키우고 눈 감는 창준, 소파에 푹 기댄다.



51. 한남동 집/1층 거실 – 낮


윤범 :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그득하다)

은행장F : 매각을 서두르는 게 회장님 의중이신가 했는데 대주주가 바뀐 걸 모르는 게 좀 이상해서요..

윤범 : 알았어요. 내 다시 연락드리죠. (끊는. 바로 창준에게 전화하는데)


신호만 울리고 안 받는다. 음성으로 넘어간다.


윤범 : (끊는) 무슨 짓을 하는 거지..


윤범, 아무래도 느낌 안 좋다. 소파를 톡톡 치다가 전화에서 동재 번호 찾는다.


윤범 : (전화하는) ...지금 회사로 와.



52. 서부지검/시목 검사실 - 낮


시목, 일하고 있는데 계장, 상기된 얼굴로 들어온다.


계장 : 다녀왔습니다.

시목 : 죄송합니다. 쉬시는데 부탁드려서.

계장 : 별말씀을요. 속이 뒤숭숭해서 쉬어지지도 않네요. (외장하드 꺼내준다) 공항이 하도 넓고 카메라도 많아서요,

         전문인력들이 윤과장 나온 부분만 뽑아서 밤새 편집했다네요.

시목 : (노트북에 연결하며 짧게) 예.

계장 : (이젠 이런 반응에 웃는) 그리고 저기, 거 뭐냐, 윤과장 통화기록은 건건이 조사했는데

         특임에서 조사하느라고 통화한 거 외엔 없어요, 평소에 사람들하고 전화도 한 통 안 하고 살았나 봐요.

시목 : 대포폰이나 다른 명의에 전화가 있는지 봐주세요. (영상 클릭하면)


<영상> -모니터를 가득 채운 공항 cctv 영상.

청사 앞, 많은 군중. 모니터 위로 쑥 들어오는 계장 손가락.


계장E : 어 여기 여기요, 여깄네요 윤과장.


<영상> -다른 카메라에서 찍힌 장면으로 금방 바뀐다.


계장E : 잉? 그새 읎어졌네?

시목E : 오른쪽 아래요.

계장E : .. 예 그러네요!... 여기 몇 층인가?..


<영상> -윤과장, 에스컬레이터에 타는 뒷모습 보인다. 그런데 주변을 두리번댄다.

다른 카메라로서 찍힌 장면으로 바뀌고.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는 윤과장.


cut to. 뚫어질 듯 모니터 보는 시목. 그 옆에서 바짝 보는 계장.


계장 : 3층 올라갔네요, 그쵸? 국제선 출국장?


<영상> -에스컬레이터가 끄트머리에 보인다. 윤과장이 내려서 카메라 쪽으로 오는데, 여전히 사방을 둘러본다.


계장E : 자기 쫓아오는 거 알았나? 되게 경계하네요?


<영상> -이리저리 보다 행인과 부딪히는 윤과장, 먼저 사과한다.

<영상> -항공사 데스크를 지나는 윤과장, 짐 부치는 줄이 긴데 줄에 서지는 않고 데스크 쪽을 향해 한참 서있는 윤과장 뒷모습.


계장E : 어디 갈지 생각하는 건가? 급히 내빼느라 비행기표도 안 끊고 무작정 공항부터 왔나 봐요? 어 그냥 가네요?


<영상> -윤과장, 데스크 앞을 떠난다.

<영상> -이미그레이션으로 들어가기 전 티켓과 여권 검표하는 곳 화면으로 바뀐다.

이쪽으로 오는 윤과장이 이 화면에선 비교적 선명하게 보이는데, 검표 받는 줄을 살피고 그 주변을 살피더니 돌아서서 간다.


cut to. 갸우뚱하는 계장.


계장 : 왜 바로 안 떠날까?

시목 : (모니터만 보는)

계장 : 1분 1초가 급할 텐데? ...어, 티켓팅 하는 데로 도로 가네요.

시목 : ...


<영상> -윤과장, 데스크 쪽으로 가는데 박순경과 부딪힌다. 이때부터 경찰에게 쫓기기 시작하는 장면이 시작된다.


cut to. 검거 장면 못 본 계장, 눈을 커다랗고 뜨고 지켜보는데, 시목, 화면 이전으로 돌려버린다.

쩝, 입맛 다시는 계장. 시목이 다시 보는 영상은,


<영상> -에스컬레이터가 끄트머리에 보인 영상. 윤과장 내려서 카메라 쪽으로 오고. 사방을 둘러보며 가는 모습.


cut to. 시목, 스크롤을 뒤로 돌려 이 모습을 다시 본다.


계장 : 왜 저렇게 두리번거리지? 저럴 시간에 나 같으면 빨리 튀겄다.

시목 : 찾는 겁니다. 경계하는 게 아니라.

계장 : 예? 누굴요?

시목 : 누군가를, 찾고 있어요.

계장 : ... (혼자 놀라) 공범 만나기로 했나??!

시목 : ....

윤과장E : 난 이제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요.


Flashback> -15회. S#23. 서부지검/조사실 - 밤

윤과장 : 행동하기로 결심했을 때 미래 같은 건 버렸습니다. 하지만 영검사는 내가, 아녜요.

시목 : 입으론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면서 공항으로 달려갔습니까?

         문신 들키고 잡히게 생겼으니까 외국으로 내뺄 생각부터 했잖아.

윤과장 : ... 더 할 말 없습니다. (수갑 찬 손 깍지 끼고 눈 내리깐다)


시목 : (파일 하나 집어서 나가는) 조사실로 윤과장 데려오라고 해주세요.

계장 : 예! (유선전화 집는)



53. 동/조사실 - 낮


시목이 먼저 와있으면 윤과장, 직원에게 붙들려 온다.


시목 : (윤과장 앉혀지자마자) 성문일보에 제보한 편지, 어떻게 전달했죠.

윤과장 : (보는) ..지나가는 여학생한테 부탁했습니다.

여진E : 여고생 만났는데요,

시목 : 어디에서 뭐라고 부탁했습니까.

여진E : 신촌 골목이었고 남자가 말한 대로 우체국에 가서 편지를 부쳤대요.

윤과장 : 신촌 근처에서 성문일보로 편지를 부쳐달라고 했어요.

시목 : 어떤 차림이었습니까, 여학생.

여진E : 교복을 입고 있었으니까 자기가 학생인 걸 남자도 알았을 거래요.

윤과장 : 교복 차림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시목 : 무슨 색 교복.

여진E : 갈색이요.

윤과장 : .. 갈색이요.

시목 : 윤세원씨가 제보했다고요? 성문일보에?

윤과장 : 알고 물으신 거잖아요.

시목 : 성문일보에 보내라고 한 이유는?

윤과장 : ...

시목 : 성문일보에 보내라고 한 이유.

윤과장 : .. 검사님이 성문에 마츠야마 정보를 넘긴 거랑 같은 이유요. 성문 사장이라면 뇌물 제보를 대서특필 해줄 테니까.

시목 : 어떻게 알았습니까. 성문 사장이 어떻게 나올지.

윤과장 : 저는 7년 동안 내사를 담당했습니다. 성문사장이 아직도 그때 일을 고깝게 여기는 걸 알고 있었어요.

시목 : 내사 담당이라 당사자들 외엔 모를 것도 알고, 배상욱 검사장이 재판에 관여했다는 것도 안다고요?

         여기 사람들 아무도 몰랐던 걸?

윤과장 : 내사가 그런 거니까요.

시목 : 그런 게 어떤 건지 들어봅시다. 배검사장이 인천지검을 압박한 거, 어떻게 알았습니까.

윤과장 : 1년 넘게 매달려서 알아낸 거라

시목 : 그러니까 1년 동안 뭘 어떻게 매달려서 알아낸 건지 구체적으로. 검사장이 대놓고 움직였을 리도 없고

         그 압박을 받은 사람들이 윤세원씨한테 털어놨을 리도 없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윤과장 : (말 못하는)

시목 : 본인이 알아낸 게 아니면 누가 가르쳐줬나요?

윤과장 : (당황...)

시목 : 공범 감춰주느라 애쓰네요?

윤과장 : (쳐다보는데)

시목 : 공항에서 공범이랑 만나려고 했지? 만나서 같이 튀려고 했지?

윤과장 : .. (고개 돌리는)

시목 : 그래서 애타게 찾아다녔지? 엄마 찾는 아이보다 더 간절하던데?

         그런데 널 놔두고 먼저 출발했어? 비행기표는 그자가 갖고 있었어?

윤과장 : (안 쳐다보지만 뭔가 거슬리는 듯,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마 주름)

시목 : 그놈이 죽였지, 영은수. 그래서 넌 아니라고 주장하는 거야, 둘이 합작했어. 그래봤자 배반당했지만.

         너 놔두고 튀었잖아, 혼자. 아니면 아직도 여기 있나? 그래서 감싸주는 거야? 형제 같은 사인가?

윤과장 : (굳건히 딴 데 보지만 눈빛에 저항의 빛이 스친다. 하지만 대답 않는)

시목 : (윤과장 살피는)


윤과장, 이마에 핏줄 불거졌고 수갑찬 손 꽉 쥐었고 입 꽉 다물어 턱이 긴장됐다.


시목 : 네가 공항에서 찾은 건 공범이 아냐.

윤과장 : !

시목 : 넌 국제선 출국장으로 곧장 갔어. 여권까지 챙겨서. 그런데도 출국엔 관심이 없었지.

         범행을 저지르고 이 나라를 뜨는 게 목적이었다면 아무 노선이나 일단 비행기를 타는 게 우선이어야 했는데,

         넌 계속 누군갈 찾았어. 공범이었다면 전화를 했거나 만날 약속을 미리 했겠지. 이리저리 헤맬 필요 없이.

윤과장 : 공범 같은 건 없습니다. 나 혼자 했어요.

시목 : 네가 체포된 그날 그 시각, 공항에 누군가 또 있었어. 그놈을 찾으러간 거야, 도망치려고가 아니라.

         출국장 입구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그제서야 티켓을 끊으려고 한 것도 이미 그놈이 안으로 들어갔다고 판단했으니까.

         너도 들어가서 그놈을 찾으려고. 누군데?

윤과장 : (고개 완전히 돌린다) 더 할 말 없습니다.

시목 : 미래도 버리고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사람을 공항까지 달려가게 만든 사람이 누구였을까.

윤과장 : ...

시목 : 기분이 어땠을까, 영검사 시신 옆에서 장미무늬 흉기를 봤을 때. 누군가 영검사를 죽이고 네 흉내를 낸 걸 알았을 때.

         살인을 감추려고 연쇄에 일환인 척, 계략을 꾸민 걸 알았을 때.

윤과장 : ...

시목 : 찾았겠지. 어느 놈인지 눈에 불을 켜고 잡으려고 했을 거야.

         넌 이유 없이 사람 죽이는 싸이코하곤 스스로를 다르다고 여기니까.

         죄지은 사람은 죽여도 된다는 과대망상에 빠져있으니까. 내사과라서 범인도 금방 알아냈나?

윤과장 : ...

시목 : (파일에서 사진 꺼내 밀어 놓는다, 편의점 cctv에 찍힌 우실장이다)

윤과장 : (보는)

시목 : (윤과장 반응만 살피는)

윤과장 : (사진 보는 눈동자, 미세하게 떨리는)

시목 : 범인을 쫓았지? 공항에 그놈을 잡으러 간 거지?

윤과장 : 더 할 말 없습니다.

시목 : 왜 감싸주지? 도망치려다 잡혔다는 비난까지 들으면서 왜 입 다물지?

         여기서 시간낭비 하는 사이에 범인은 더 멀리 가고 있어!

윤과장 : 할 말 없어요! 변호사 안 불러줘도 되니까 묵비권 행사하겠습니다.

시목 : .. 윤세원 씨가 말 안 해도 찾아냅니다. (나간다)

윤과장 : (고개 떨구는..)



54. 동/복도 - 낮


조사실에서 나온 시목, 전화한다.



55. 한조 그룹/회장실 – 낮


윤범과 동재, 소파에 앉았다.


윤범 : 법복 걸치다가 남 받쳐주려니까 많이 힘들겠어?

동재 : 아닙니다. 똑같은 공무원인데요.

윤범 : 옛 직장에 아직 미련 많은 거 같던데?

동재 : 무슨 말씀이신지요 회장님?

윤범 : 마츠야마 자네가 흘렸지?

동재 : 마츠야마요? 아 TV에 나온 그거 말씀이십니까?

윤범 : (말없이 보는)

동재 : 회장님께서 절 과대평가해주신 건 감사드리는데요. 흘리려도 뭘알아야 흘리죠, 회장님.

         저 진짜 TV에서 떠들기 전까지 새까맣게 몰랐습니다.

윤범 : ... 오늘 수석실로 은행장 왔었드나?

동재 : (전화 온다) 죄송합니다. (끄려는데 발신자 ‘황시목’이다. 재빨리 끄고) 손님이 한 명 오긴 했는데

         제가 얼굴은 모르는 분이라서요. 은행장이었습니까?

윤범 : 다른 사람은? 다른 일이 있었거나?

동재 : 죄송합니다, 손님 오자마자 수석께서 절 심부름을 보내서 다른 일은 모릅니다, 죄송합니다.

윤범 : 무슨 심부름?

동재 : 장학재단에요, 무슨 편지 한 장을 전하라고 했는데, 아, 가보니까 거기가 사모님께서 하시는 재단이던데요?

윤범 : (이건 또 무슨?...)

동재 : ..



56. 동/비서실 – 낮


동재, 회장실에서 나오는데 우실장 자리에 비서1이 앉았다.

동재,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나가면, 인터폰 울린다.


비서1 : (받는) 예 회장님.

윤범F : 청솔장학재단 문이사 전화 연결해.

비서1 : 알겠습니다. (끊고 명함 찾는다)



57. 동/회장실 – 낮


윤범 : ... (전화 울리자 바로 받는다) 응, 문이사, 내 물을 게 있는데 오늘 내 사위가 그쪽에 뭘 보냈나?..

         ..누가 무슨 돈을 옮겨!! 누구 맘대로!



58. 동/회장실 앞. 복도 – 낮


동재, 복도로 나오는데 시목에게서 다시 오는 전화.


동재 : (받는) 전화하는 타이밍하고 참, 이회장이랑 있는데.

시목F : 전에 제가 보내드린 사진 기억하시죠? 제 집에 무단 침입했다고 한 남자요.

동재 : 기억하지, 왜?

시목F : 혹시 이윤범이나 이창준 주변 사람 아닙니까?

동재 : 그 사진으로 어떻게 알아? 얼굴도 안 나온 거.



59. 서부지검/복도 – 낮


시목 : 전에 3부장님실에 모였을 때 이회장 비서를 언급하셨죠.

동재F : 우실장?

시목 : 사진에 남자, 우실장일 가능성 있습니까?



60. 동/회장실 앞. 복도 – 낮


동재 : 우실장이 너네 집을 들어갔다고? (방금 나온 문 돌아보게 되는) 왜?

시목 : 아파트에 침입했던 시점이 무기 수입을 저지시킨 직후였어요.

         그 때 얼굴을 본 영은수는 살해당했고, 한조 관련 파일까지 없어졌습니다.

동재 : ... 잠깐만.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 보는데)


<액정> -편의점 cctv에 찍힌 우실장 모습. Flashback>

- 11회 S#54. 수석실 문 앞에 똑바로 서 있는 우실장.


동재 : (아직 모르겠다. 다시 떠올려보는)


Flashback> - 10회 S#10. 한조 그룹 회장실 문가에 서 있다가 나가는 우실장. 나가느라 몸을 옆으로 튼 각도에서 화면 멈추면.

동재, 사진 다시 보면 방금 떠올린 우실장의 옆모습과 사진 속 모습이 겹친다.


동재 : !... (전화) 영은수가 이 남자를 봤다고?

시목F : 예.

동재 :  우연인가?

시목F : 뭐가요, 왜요?

동재 : 우실장이랑 비슷해, 이 남자, 우병준 실장. 근데 지금 없어.

시목F : 방금 이윤범 만났다고 하셨죠, 우실장이 없단 겁니까?

동재 : 없어. (비서실 돌아보는)



61. 서부지검/복도 – 낮


동재F : 이회장 옆에 없는 거 처음 봤어. 완전 그림자였는데.

시목 : (걸음 멈춘다)

동재F : 황시목, 이거 우연이야?

시목 : ....



62. 동/시목의 검사실 – 낮


시목 : (들어오자마자 곧장 집무실로 들어가며) 어제 인천공항 출국자명단에서 우병준이란 사람 있나 찾아보세요.

계장 : 우병,

시목 : (벌써 들어간)

계장 : ..준이요?



63. 동/시목의 집무실 – 낮


시목, 화이트보드 아래에 놓아둔 사진들 집어 든다. (중앙지검 특임사무실 화이트보드에 붙여놨던 사진들)

맨 윗장이 박경완 사진인데 그냥 떨어뜨린다. 다음 김경사 사진도 버린다.


시목 : (마음의 소리) 우병준을 아는 사람.


화이트보드에 윤범, 창준妻 사진이(사진 나오는 순서대로) 붙는다.


시목 : (마음의 소리) 성문사장의 질투심을 아는 사람.


화이트보드에 창준, 일재 사진이 붙는다. 다른 사진은 넘겨질 때마다 하나씩 다 버려지는.

결국 시목 손에 사진은 안 남고 화이트보드엔 일재, 창준妻, 창준, 윤범 사진만 있다.


시목 : (네 명 바라보는. 마음의 소리) 배상욱 검사장이 교통사고 재판에 압력을 행사한 걸 알 수 있는 사람.


시목, 창준妻 사진 떼어낸다.


시목 : (마음의 소리) 어제 낮에 우실장이 출국한다는 걸 알았던 사람.


시목, 일재 사진 떼어낸다. 이제 윤범과 창준만 남았다.


시목 : (마음의 소리) 윤과장을 움직여서.. 우실장을 쫓게 만들 사람.


시목... ... .... 윤범 떼어낸다.

화이트보드에 창준만 남는다. 이를 보는 시목.



64. 수석비서실 - 낮


창준, 여전히 클래식 음악 들으며 깊숙이 앉았다. 아득한 눈빛...



65. 고급주택가/골목길 - 밤(창준의 회상. 1년 전)


담벼락에 숨듯이 붙어선 윤과장, 골목 건너 고급 주택을 노려보고 있다.

오른손을 재킷 안쪽에 넣은 윤과장, 현재와 많이 다른 모습. 머리도 옷차림도 후줄근하고 다크서클 진한 가운데 눈빛만 번뜩인다.

차 한 대가 그 앞으로 오자 경계하는데, 앞에 서는 차. 창준이 그 차에서 내린다.


윤과장 : (놀라는)

창준E : (윤과장이 노려보던 집 돌아보는) 박사장이 아직 집에 안 왔나?

윤과장 : 차장님....

창준 : (윤과장에게 온다. 갑자기 윤과장 오른팔을 쳐내리면)


바닥에 소리 내며 떨어지는 칼. 칼을 둘둘 말았던 신문지도 뒹굴고.


창준 : ...개 한 마리 죽여봤자 도살업자밖에 더 될까. 꼭 피를 봐야겠다면.. 내 얘길 먼저 들어보는 게 어때.


윤과장을 바라보는 창준. 창준의 안경에 반사되는 윤과장..



66. 수석비서실 - 낮(현재)


창준, 눈 감는다. 피곤한 듯 머리를 손에 받치는데 전화 온다.

탁자에 놔둔 전화 보면, 발신자 ‘장인어른’이다.

창준, 리모컨으로 음악 끄고 전화 천천히 받는.


창준 : ... (전화 귀에 대는)



67. 동/시목의 집무실 – 낮


계장 : (문 벌컥 열고) 검사님 우병준이란 사람 어제 출국자 명단에 있다는대요?


시목, 창준 사진만 보는. 계장, 바닥에 버려진 사진들 보고 뭐하는 건가, 시목 쳐다보는.

사진을 뚫어질 듯 보는 시목과 화이트보드에 유일하게 남은 창준의 사진에서 엔딩.

<15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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