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목걸이
동창 모임에 한 녀석이
눈부신 황금빛 목걸이를 번쩍이며 등장했다.
셔츠 단추를 몇 개 풀어 그 빛을 한껏 드러내려는 듯했다.
팔에는 두툼한 팔찌까지.
줄잡아 100돈쯤 돼 보였다.
고공 행진하는 요즘 금값을 감안하면,
족히 고급 승용차 한대값의 장신구를 두르고 나온 것이다.
술이 몇 병 비워지자 한 친구가 농담조로 툭 내뱉었다.
“야! 그거 가짜 같은데?”
웃음기 있는 말투였지만, 순간 공기가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농담은 때로 가장 예리한 칼날이 된다.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귀금속 가게를 하던 오랜 시절을 다들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귀금속 장인이 감정 좀 해봐라”
마지못해 손에 쥔 목걸이와 팔찌,
소위 세공 전문가들은 손끝의 촉감과 무게감으로도
쉽게 진품을 가려낼 수 있다.
나는 손에 쥐는 순간 알았다.
이건 순금이 아니라 모조품이라는 것을.
더구나 고리에는 작은 글씨로 "24K gP"라고
정직하게 새겨져 있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그 "gP"가 모든 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Gp는 gold Plating, 금도금의 약자다.
손은 이미 진실을 쥐었는데,
눈앞에 선 주인의 시선이 파르르 떨리는 듯했다.
어서 진실을 말해!
수십개의 눈빛이 나를 몰아세웠다.
“가게 안 한 지 10년이 되니 잘 모르겠다.
진짜 가짜가 뭐 그리 중요하냐.
조직의 보스처럼 정말 잘 어울리는데”
순간, 무너질 듯 긴장되던 공기가 풀어졌다.
친구들은 다시 웃었고,
목걸이 주인의 얼굴에도 안도의 빛이 번졌다.
내 한마디에 모두가 편안해졌다.
새삼 깨닫는다.
세상에는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진실이 있다는 것을.
오래된 사자성어 하나가 떠올랐다.
난득호도(難得糊塗).
어리숙해 보이는 것이 처세에 유리하다는 것.
알아도 때론 모른 척할 줄 알아야 한다는 지혜.
바보가 되는 용기가 누군가를 살린다.
우리는 종종 날카로운 진실로 서로를 찌른다.
그러나 그것은 언제나 빛은 아니었다.
때로는 비수처럼 번뜩이며
누군가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아는 게 병이고, 모르는 게 약이 되듯
선택적 무지 또한 삶에 필요한 지혜였다.
그날 나는 잠시 진품도 가품도 구별할 줄 모르는 엉터리 장인이 되었다.
모임을 끝내고 귀가하니 황금 목걸이에게서 문자가 왔다.
"록아! 고맙다.
진짜는 집에 두고 이미테이션을 하고 나갔다가
망신당할 뻔했다.ㅎㅎ"
소싯적부터 유난히 장신구를 좋아했던 친구다.
가게 할 때 그는 나의 큰 고객이기도 했다.
[지난해(9월 6일) 벗들과 나누었던 사연이
《좋은생각》 7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다시 공유합니다. 이상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