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백록담을 오르다 (성판악 코스)
17, 04, 19
제주의 지인이 한라산 등반을 권유했다.
이 나이에 한라산 백록담을...?
무리해서 백록담까지 갈 것이 아니라
가다가 힘이 부치면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다가 꽃 사진을 촬영하고 오라고...
당초 계획이 없던 산행을 겁도 없이?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일단 오르기로 했다.
2017년 4월 19일 이른 아침,
한라산 1131도로 숲 터널을 지날 때
아침 해가 밝게 떠올랐다.
햇살을 받는 연초록 나뭇잎이 참 고왔다.
주차장에는 산행하려는 이들이
타고 온 승용차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날씨가 맑지만 쌀쌀해서 옷을 더 입었다.
성판악 대피소가 해발 750m,
한라산 정상이 1,950m.
그러니까 1,200m를 등산해야 한다.
한라산 등반이 초행이지만
1,950m 오르기도 평생 처음이다.
백두산을 몇 차례 다녀왔지만
북파는 지프차로 오르고
서파 계단을 걸어 오르는 것이야
누구나 올라갈 수 있는 길이다.
아침 6시 반. 성판악에서
심호흡을 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아침인사하는 때죽나무
잡목지대를 지나면
구상나무도 멋지게 도열해서 인사한다.
1400m 지점에서는 서릿발이 하얗게 보인다.
여기서는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진달래밭 대피소까지는
올라가야지. 다시 힘을 낸다.
갈수록 태산이란 말이 실감 난다.
수학여행 와서 등산하던 한 여고생이
다리에 쥐가 나서 신음했다.
아내와 다른 여인이
마사지해주고 약을 주었다.
조금 풀리는지 일어나더니 주머니에서
초콜릿을 꺼내 주며 고맙단다.
감사하는 마음이 착해 보였다.
드디어 진달래밭 대피소
여기서 먹는 컵라면은 활기를 도운다.
아내는 너무 지치니 내려가잔다.
여기서 포기하면 억울하다고
사정반 부탁반 권해 다시 올라간다.
여기서 12시 반까지는 통과해야 하고
정상에서는 14시까지 하산해야 한다.
끝이 없는 돌길.
돌도 아닌 것이
바위도 아닌 것이
인내심을 시험하는 훈련장 같다.
구상나무 고목이 점점 더 많이 보인다.
절반은 죽어 있는 듯.
정상에 가까와 오는지 큰 나무는 안 보이고
마지막 난코스
여기서는 누구나 예외없이
젖먹은 힘까지 다 쏟아낸다.
와, 정상이 보인다.
대견스럽고 부러웠던 부자의 모습
벡록담
한라산 정상에서 만난
이태리 카메라맨이 촬영해준 인증사진
무척 힘들게 다녀왔다.
왕복 9시간 소요되는 거리를
사진을 촬영하면서 천천히 걷다 보니
11시간 만에 출발점인
성판악 탐방안내소에 돌아왔다.
그러나 이 나이에 정상을 다녀온 것이
얼마나 장한 일인가.
도중에 포기하고 하산하기도 하는데,
또 어떤 이는 며칠간 평지를
걷는 것도 힘들었다는데
다음 날 거뜬히 일어난 것도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