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동양봉 현실 고려한 위생 기준 마련 시급”

작성자왕벌침|작성시간26.06.19|조회수11 목록 댓글 0

“이동양봉 현실 고려한 위생 기준 마련 시급”

[축산신문 전우중 기자]

벌꿀은 대표적인 천연식품이자 기능성 식품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생산 현장의 위생 관리 수준은 그 이미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현장채밀’ 과정은 제도와 관리의 공백 속에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며, 여전히 식품 안전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현장채밀은 양봉 현장에서 벌통을 개봉한 뒤 곧바로 채밀·여과·임시 저장까지 이뤄지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과정이 식품 제조·가공시설로 명확히 분류되지 않으면서, 적용되는 위생 기준이 느슨하다는 데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HACCP이나 제조시설 위생 기준은 대부분 고정된 실내 가공장을 전제로 설계돼 있어, 야외에서 이뤄지는 채밀 현장에는 실효성 있는 관리가 사실상 어렵다.
야외 채밀은 기온과 습도 변화는 물론 먼지와 곤충 등 외부 환경에 그대로 노출된다. 가령 불순물 여과망과 채밀기, 저장 용기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사용·방치될 경우 미생물 오염 위험은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채밀 종사자의 위생, 작업복 착용 여부 역시 현장별 편차가 커 동일한 품질과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기에 국내 양봉산업의 구조적 한계도 문제를 키운다. 우리나라 양봉산업은 소규모·고령 농가 비중이 높아 실내 채밀장 설치나 스테인리스 장비 교체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다. 그 결과 관행적인 야외 채밀 방식이 반복되고, 위생 수준의 상향 평준화는 좀처럼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장채밀 위생 논란을 일부 농가의 관리 소홀이나 의식 문제로 돌리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접근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개별 농가의 책임이라기보다, 이동양봉과 현장채밀을 전제로 하지 않은 제도 설계에서 비롯된 구조적 한계라는 것이다. 관행을 방치한 채 단속만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위생 수준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그렇다고 현장채밀의 위생 문제를 그대로 방치하거나 용인할 수는 없다. 벌꿀이 식품인 이상, 안전과 위생은 결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금지냐 방치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현실을 인정하되 관리 가능한 기준을 마련해 위생 수준을 끌어올리는 제도적 해법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꿀샘식물(밀원수) 확충으로 고정양봉 전환을 중장기 목표로 설정하되, 당장 현장채밀과 이동양봉이 불가피한 현실을 고려한 전용 위생 기준과 관리 체계를 병행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실내 채밀장 설치가 가능한 농가에는 시설 개선을 유도하고, 그렇지 않은 농가에 대해서는 이동형 간이 채밀 시설을 제도권 안에서 인정해 최소한의 위생 기준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또한 현행의 ‘농축꿀’ 중심 생산 구조에서 ‘숙성꿀’ 생산 체계로의 전환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위적 수분 제거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자연 숙성 과정을 거친 벌꿀 생산을 확대함으로써 품질 신뢰도를 높이고 소비자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채밀 시기·수분 함량 기준·숙성 기간 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과 관리 감독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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