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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이야기

[조주청의 사랑방이야기] (443)오냥이

작성자피터팬(장성웅)|작성시간26.06.15|조회수9 목록 댓글 0

천석이 귀여워하던 고양이 통시서 아버지 목덜미 물어…

천석꾼 부자 우 진사 집에 스물두살 찬모 이집이 새로 들어왔다. 얼굴도 곱상하고 언제나 웃는 얼굴에 성격도 싹싹한 데다 음식 솜씨는 말할 것도 없다.

양반 대갓집에서나 먹는 민어 어란을 만들어 손님 술상에 올리고 이른 봄이면 살얼음을 깨고 노란 미나리를 캐어 살짝 데친 뒤 꾸리살 육회와 손수 쑨 청포묵을 섞어 탕평채를 만들어 상에 올리면 우 진사의 양반 친구들이 탄성을 지른다.

이집이 우 진사 집에 들어오고 난 후에 새까만 고양이 한마리가 가끔씩 보였다. 어느 날 우 진사의 삼대독자 천석이는 양지바른 툇마루에 앉아 글을 읽다가 깜짝 놀랄 모습을 봤다. 감나무 위에서 기분 나쁘게 ‘꺼억, 꺽!’ 울고 있는 까마귀를 고양이가 낚아채 함께 떨어지더니 입에 문 채 뒤꼍 대나무밭으로 사라졌다.

 

천석이가 별당에서 과거 공부에 매달리며 질색하는 건 낮에 까마귀 우는 소리고 밤에 소쩍새 우는 소리다. 청명이 지나 나무에 잎이 돋아나자 잊어버리지도 않고 밤이면 뒷산에서 ‘솟똥!’ 소쩍새가 울기 시작한다. 그러면 천석의 발광도 도지는 것이다.

어느 날 아침, 천석이 기지개를 켜며 문을 열자 처마 밑에 죽은 소쩍새가 잠자듯이 누워 있었다.

검은 고양이 짓이 분명했다. 까마귀 오(烏) 자를 붙여 오냥이라 이름 지었다. 천석이는 무섭던 오냥이가 보고 싶어졌다.

노곤한 초여름날 깜빡 낮잠이 들었다가 깨어나니 천석이 품에 도르릉도르릉 오냥이가 자고 있는 게 아닌가! 천석이는 오냥이를 꼭 껴안았다. 장날이면 고등어다 삼치다 생선을 사와 오냥이에게 줬다.

천석이 오냥이를 그렇게 좋아하는 데 반해 우 진사는 뭔가 께름칙해 오냥이와 거리를 뒀다.

어느 날 잔칫집에 다녀온 우 진사가 술이 깨지 않았는데 토사곽란까지 덮쳤다. 통시를 들락날락하는데 통시 천장에 옹크리고 있던 오냥이가 ‘캬악!’ 뛰어내려 우 진사의 목덜미를 물었다.

우 진사가 꼬꾸라지며 통시에 빠져 꾸르럭꾸르럭 발버둥을 치자 누군가 지게 고임대를 들고 우 진사의 목덜미를 지그시 눌렀다.

이튿날 아침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똥통에서 우 진사의 익사체를 건져 올리니 구더기가 바글거리고 악취가 진동했다. 아무도 무슨 변고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삼대독자 천석이는 제 아버지를 똥통에 빠뜨린 오냥이의 소행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빈소의 생선을 상복 소매에 감춰 오냥이에게 던져줬다.

물론 수십번을 씻었지만 빈소 병풍 뒤의 관에서는 구린내가 진동해 가뭄에 콩 나듯이 찾아온 문상객들은 술상을 밀치고 부랴부랴 자리를 떴다.

칠일장을 치르고 나자 이상한 일이 또 일어났다. 천석이가 상복을 입은 채 네발로 기어 ‘냐옹’ 고양이 소리를 내고 마루 밑을 기어 다니며 쥐를 보면 ‘캬악’ 잡으려고 뛰어들었다. 오냥이가 쥐를 잡아 던져주면 천석이는 두손으로 잡고 뜯어 먹었다. 집안이 뒤집히고 온 동네가 수군거렸다. 어이없는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천석이 상복을 입은 채 토란밭에 숨어서 우물에서 달빛을 받으며 멱을 감는 이집을 훔쳐봤다. 그날 밤 찬모방에 들어가 이집을 겁탈하려 할 때 이집이 순순히 옷을 벗자 천석이도 홀랑 옷을 벗었다. 그때 들창으로 스며 들어온 오냥이 ‘캬악’ 하고 천석이 등에 올라타 할퀴자 천석이 기절해 쓰러지니 날카로운 이빨로 음경과 고환을 뜯어 먹었다. 삼대독자 천석이 고자가 되어 우씨네 집안 대(代)가 끊어지는 순간이었다.

강산이 거의 두번이나 변하는 18년 전 앞뒷집에 사는 의형제 심마니가 지리산으로 산삼을 캐러 갔다. 열사흘 만에 우 서방만 돌아와서 한다는 말이 백년 묵은 산삼밭을 찾아 예순뿌리를 캐내어 서른뿌리씩 나눴는데 이 서방은 좋은 값을 받겠다며 한양으로 떠났다는 것이다. 열흘이 지나고 한달이 지나고 일년이 지나도 이 서방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 서방 딸 이집이 열다섯살 때부터 지리산을 뒤지다가 절벽 아래 골짜기에서 아버지의 백골을 찾았다. 산삼을 몽땅 차지한 우 서방은 진사 자리를 돈을 주고 사 떵떵거리며 살고 있었다.

살부지수(殺父之讐)를 응징한 이집은 단봇짐 하나 짊어진 뒤 첫 배를 타고 안개 자욱한 섬진강을 미끄러져 사라졌다. 그녀의 단봇짐 밖으로 검은 꼬리가 비집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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