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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리 말

가새표/가위표

작성자최상호|작성시간07.07.31|조회수264 목록 댓글 0

안녕하세요.


지난주 토요일, 딱 일주일 전에 저는 딸아이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이제 겨우 다섯 살(45개월)인데 편지를 써서 주더군요.
오늘은 그 이야기 좀 할게요. 

"오늘 엄마 퇴원하시는 날이니 집 청소 좀 하자. 저것은 네 장난감이니 네가 치워라. 아빠는 방과 거실을 청소할게."
"......"
"저것좀 치우라고! 네가 가지고 놀았으니 네가 치워야지. 안 그래?"
"......"
"야! 오늘 엄마 퇴원해서 집에 오시는데 이렇게 어지럽게 장난감을 널어놓으면 되겠어? 이러다 넘어지시면 엄마 또 병원에 입원하실 수도 있잖아! 빨리 치워!"

티격태격하다 결국 제가 장난감을 대충 상자에 담고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한창 청소하는데 딸내미가 뒤에서 저를 콕콕 찌르더니
"아빠, 편지"하면서 종이를 주더군요.
바로 이겁니다.

s_첫편지.jpg

 

"이게 무슨 뜻이야?"
"아이 참 아빠 엑스라고오~"
"엑스가 뭔데?"
"그것도 몰라? 아빠 밉다고오~"
"......"


제가 이 녀석을 어떻게 만들었는데, 제가 이 녀석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저에게 처음 편지를 주면서 감동을 선사하더니,
알고 보니 그 뜻이 아빠가 밉다라니...

울어야할지 웃어야할지...
딸내미 편지를 받아서 기쁘긴 한데, 뜻이 영 거시기하네요. 

오늘은 딸내미가 쓴 'X'이야기를 해 볼게요.

O, X를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세요?
'오', '엑스'?
'동그라미', '가위표'?
'동그라미', '가새표'?


'X'는 가새표가 맞습니다.
가새는
"사각형으로 짠 뼈대의 변형(變形)을 막기 위하여 대각선 방향으로 빗댄 쇠나 나무 막대"를 뜻합니다.
http://www.korean.go.kr/imgdata/image/half/a/a00016.jpg


'가세'와 소리가 비슷한 가위가 있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옷감, 종이, 머리털 따위를 자르는 기구로
날이 있는 두 개의 쇠를 교차시켜 가운데 사북을 박고,
지레의 원리를 이용하여 다리를 벌렸다 오므렸다 하여 자르는 기구입니다.
http://www.korean.go.kr/imgdata/image/half/aa/aa537ssy.jpg


'X'는
가새와 닮았지만
잘 모르는 가새보다는 흔히 보는 가위를 떠올려
'가새표'보다 '가위표'를 더 많이 씁니다.


이런 현실을 받아들여 국립국어원에서 1999년에 사전을 만들면서
'가새표'가 맞는 말이지만,
'가위표'도 맞다고 복수표준어로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X'를 '가위표'라고 해도 되고 '가새표'라고 해도 됩니다.
둘 다 맞습니다.
그러나 '가께표'나 '가세표'는 틀립니다.


어찌어찌 글을 쓰다 보니,
딸내미 편지 이야기하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어쨌든, O, X를
'오, 엑스'보다는
'동그라미표, 가새표(가위표)'라고 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오늘 아침에 일터에 나오면서 제 딸내미에게 물어봤습니다.
"아빠 동그라미야 가위표야?"
"아빠는 동그라미야!"
^_____^*
이런 딸이 있어 저는 언제나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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