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말의 뜻이 변한 것일까요?
요리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은 ‘저어 주다’에 익숙합니다.
“주걱으로 저어 주면 됩니다”라고 하지, “저으면 됩니다”라고는 잘 하지 않거든요.
‘주다’를 넣어야 맛있게 전달한다고 믿는 듯합니다.
요리 방법을 나열한 글들도 비슷하더라구요.
‘저어 주어 달걀을 풀어 준다.’
‘밀가루를 넣어 졸여 준다.’
‘버터를 두르고 부쳐 준다.’ ‘
우유를 부어 갈아 준다.’
동사에 다시 보조동사를 붙여야 하는 걸까요? 좀 과하다 싶어요.
말맛도 떨어뜨리는 것 같습니다.
지나치게 양념을 쳤다는 느낌을 주니 말입니다.
‘주다’는 기본의미가 ‘건네거나 베풀다’는 말입니다.
보조동사로는 동사 뒤에서 ‘-어 주다’ 형태로 쓰입니다.
‘아내에게 선물을 주었다.’ ‘그녀에게 시를 읽어 주었다.’처럼
여기서 ‘주다’들은 건네거나 도왔다는 의미를 전합니다.
하지만 요리와 관련한 문장들에서는 그러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건네야 할 대상이 없이 괜스럽거든요.
요리의 표현들에서만 ‘주다’의 쓰임새가 달라진 건 아닙니다.
일상의 다른 곳에서도 ‘주다’는 빈번하게 본래의 영역을 벗어나고 있습니다.
‘연고를 발라 주고’, ‘먹는 양을 늘려 주는 게 좋다’ 같은 말들이 흔하게 쓰입니다.
그냥 ‘연고를 바르고’, ‘양을 늘리고’라고 해도 충분한데, 굳이 ‘주다’를 넣고 있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이지요. 흐릿하고 부족해 보였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주걱으로 저으면’보다 ‘주걱으로 저어 주면’이 더 선명하게 느껴지시나요?
오히려 남는 말로 다가올 때가 많습니다.
익숙하다고 해서 바른 말은 아닙니다.
기왕이면 간단하면서도 정확한 우리말을 살려써야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