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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리 말

총각김치

작성자최상호|작성시간20.02.14|조회수211 목록 댓글 0

안녕하세요.

 

요새 텔레비전 드라마 중에서 '사라의 불시착'이라고 하는 게 꽤나 인기몰이 중입니다.

우리나라 재벌 상속녀가 북한에 불시착 하고 우여곡절로 연인을 만나

얼키고 설키는 인간관계를 풀어놓는데요.

 

등장인물들이 북녘말을 사용해서 귀에 서니까 더 재미가 쏠쏠합니다.

 ‘총각김치.’는 밥상의 단골손님인데요.

손가락 굵기의 어린 무를 무청째 담근 김치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총각김치일까요?

 

무나 배추 한 가지로만 담근 김치를 홀아비김치라고 하니 알 듯싶다가도,

처녀김치는 없으니 궁금증이 더해집니다.  

총각은 한자어로 總角’입니.

지금은 결혼하지 않은 성인 남자를 가리키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거느리다, 묶다’, ()을 뜻합니다.

그러니 총각은 머리를 땋아서 뿔처럼 묶는 것이고,

총각무의 총각은 머리처럼 땋아서 묶을 수 있는 무청으로 볼 수 있습니다.

(조항범, 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

 

한 줌 안에 들어올 만큼을 모아 묶은 미역을 총각미역’(표준어는 꼭지미역’)이라 하는 걸 보면

총각은 분명 묶는 것과 관계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총각무로 담근 김치가 총각김치고, 총각무로 담근 깍두기가 총각깍두기’입니.

처녀무가 없으니 처녀김치는 애당초 있을 수 없는 것이지요.

여담이지만 총각이라는 단어는 일본으로 건너가 총가(チョンガ)’라는 말로 살짝 바뀌었습니다.

뜻은 결혼하지 않은 성년 남자로 우리말과 같고요.

 

깍두기 얘기가 나왔으니 석박지얘기도 해보십시다.

가끔 설렁탕집 같은 데서 내놓는 엄청 큰 깍두기를 석박지’ ‘석박김치라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틀렸습니다. 크기에 관계없이 무로 담근 김치는 깍두기일 뿐입니다.

우리말에는 석박지란 단어도 없습니다. ‘섞박지가 옳습니다.

배추와 무, 오이를 섞어 만든 김치라는 뜻이지요. ‘석박김치는 북한어일 뿐입니다.

 

총각무를 알무’ ‘알타리무라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허나, 이들 단어도 이젠 표준어가 아닙니다.

1988년 개정 표준어 규정은

알무, 알타리무가 생명력을 잃었다고 보고 총각무로 통일해 쓰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습니다.

한자어로 통일하기 전에 알무나 알타리무도 함께 쓸 수 있도록 했으면 어땠을까 싶거든요.

 

도 그렇습니다. 무우를 버리고 무로 통일했습니다.

어느 시인은 무우대신에 를 쓰지는 않겠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지요.

무 역시 서울 중심의 편의성만 앞세운 단어였습니다.

무가 옳든 그르든, 김치나 깍두기 말고도 따뜻하고 시원한 뭇국이 그리워지는 계절이기는 합니다.

 

'사랑의 불시착'이라는 드라마가 남북 언어생활을 풍요롭게 만드는 효과도 가져오기를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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