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역신문에 현 국회의원이 추첨한 경품이 도전자에게 돌아갔다는 가십이 떴네요.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지역 특성상
이런 경우는 참 드문 일이어서 누가 '들러리'인지 고개를 갸웃했겠지요.
오늘 이야기는 '들러리입니다.
살다보면 주인공이 아니면서 어떤 일에 끼이는 경우도 잦습니다.
그때 주인공 옆자리에 서는 이를 '들러리'라고 일컫습니다.
'들러리'는 '들르다'에 사람의 뜻을 더하는 의존명사 '이'가 붙은 겁니다.
들르다의 뜻이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르다'이므로,
들러리는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르는 사람'이 되겠죠.
그러나 이 낱말은 본래 우리 문화에서 생겨난 말이 아닙니다.
서양 결혼식에서 생겨난 말입니다.
서양에서는 예부터 결혼식 날 행복한 신부를 질투해 잡귀들이 나쁜 마법을 쓴다고 생각했습니다.
잡귀들의 그런 마법에서 신부를 보호하고자
신부와 똑같은 복장을 한여자를 세워 귀신들을 헷갈리게 했다고 합니다.
바로 그, '신부와 똑같은 복장을 한여자'가 들러리입니다.
악귀로부터 진짜 신부를 지키고자 만들어진 게 바로 '들러리'죠.
이러한 관습은 고대 로마까지 올라가는데요.
로마에서 신부에게 구혼했다가 거절당한 구혼자가
친구들을 동원해 신부를 납치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런 일을 막고자 신부와 비슷하게 생긴사람을 골라 비슷한 옷을 입혀 납치당하는 것을 막은 거죠.
요즘은 그 뜻이 바뀌어,
'주된 인물 주변에서 그를 돕는 인물' 정도의 뜻으로 쓰입니다.
주인공이 아니라
그 옆에서 보조만 맞춰주거나 단역 정도의 일만 해주고 사라지는 사람들을
낮잡아 '들러리'라고 하는 거죠.
여태껏 살아오면서 제가 들러리를 섰던 많은 분들이 계십니다.
누구는 아직까지 주변의 칭송을 받는가 하면
다른 누구는 주위의 손가락질을 받다가 기억 속에서 사라진 분도 있습니다.^^*
어제 아침 뉴스에서 들으니
북부지방에 첫눈이 내렸고, 이는 예년보다 빨리 내린 것이라고 하네요.
'빠르다'와 '이르다'도 비슷하지만 다른 쓰임입니다.
빠르다는 속도가 빠른 것이고, 이른 것은 시기가 이른 것이거든요.
눈이 빨리 내린다는 것은, 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속도가 빠르다는 뜻이 됩니다.
만유인력 법칙에 따라 떨어지는 속도는 같은데... 가속도는 다를 수 있지만요. ^^*
고맙습니다.
- 우리말123^*^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