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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감상방

951 문태준의 [산수유나무의 농사]

작성자약수|작성시간05.06.09|조회수185 목록 댓글 2
산수유나무의 농사

문 태 준

산수유나무가 노란 꽃을 터트리고 있다
산수유나무는 그늘도 노랗다
마음의 그늘이 옥말려든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보아라
나무는 그늘을 그냥 드리우는 게 아니다
그늘 또한 나무의 한해 농사
산수유나무가 그늘 농사를 짓고 있다
꽃은 하늘에 피우지만 그늘은 땅에서 넓어진다
산수유나무가 농부처럼 농사를 짓고 있다
끌어모으면 벌써 노란 좁쌀 다섯 되 무게의 그늘이다

*** 맹문재 씨의 평문입니다.
위의 작품에서 시인의 관심은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것인 "산수유나무가" 틔운 "노란 꽃"이 아니라 "산수유나무"의 "그늘"에 있다. 그렇지만 일방적으로 그 "그늘"의 이미지와 색감과 정감의 세계로 기울지 않고 있는데, 시인은 밝음과 어둠, 하늘과 땅, 높음과 낮음, 육체와 마음, 좁음과 넓음 같은 이분법으로 산수유나무의 본령을 구분 짓지 않고 결합체로 보고 있는 것이다. "산수유나무가 농부처럼 농사를 짓고 있다"라거나 "산수유나무가 그늘 농사를 짓고 있다"라고 의인화한 것도 그 모습이다. 그리하여 시인은 산수유나무를 "그늘"과 "노란 꽃(좁쌀)"이 동일화되어 있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시집 '맨발' 2004.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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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비조몽인 | 작성시간 05.06.09 그 농사 대풍하더니 이제 시시각각 그늘이 번져가고 있네요. 그늘이 없는 여름, 한 핸들 날 수 있을까요?
  • 작성자조진우 | 작성시간 05.06.10 '수런거리는 뒤란'과 '맨발' 두 권의 시집에서 어느 한 편도 평범한 것이 없었습니다. 경이를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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