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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감상방

2745. 임영석의 [공명共鳴]

작성자최상호|작성시간10.03.28|조회수48 목록 댓글 0

공명共鳴

 - 임영석

 

  

달빛에 나의 生, 모두를 맡겨야 할 때가 있다

아무 잘못이 없어도 용서를 빌어야 할 때가 있다

묻고 묻는 답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해야 할 때가 있다

지진이 일어나야만 세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학교 근처도 가지 못한 나의 어머니

겨울을 나시려고 문살에 창호지를 바르실 때 댓잎을 꼭 붙이셨다

그 뜻이야 어머니 마음속에 있었지만

내게는 언제나 공명처럼 푸른 말씀이었다

 

나무를 흔드는 게 바람만 흔드는 것은 아니다

어깨에 짊어지는 짐만이 어깨를 짓누르는 것도 아니다

천 마디 말보다 한마디 마른기침 소리가 그리울 때가 있다

하늘의 함박눈이 세상을 다 덮어도 제가 내려온 허공을 다 덮지를 못한다

나의 어머니 봉분 위에 핀 망초꽃처럼

내 마음을 호되게 꾸짖는 것은 없다

마음과 마음속에는 마음으로 전해지는 공명이 있다

사람이 배워서 사람답게 사는 게 아니라

어머니! 이 한마디 말처럼, 내 마음을 울리는 공명은 없다

 

-시집『고래 발자국』(종려나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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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많은 시인이 있지만 맑은 시심을 간직한 시인을 만나기가 어디 그리 쉽던가.

모든 것을 유용성을 잣대로 재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시는 소용없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현실적으로 소용없는 그것의 유용성을 보려면 마음눈이 맑고 순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십대부터 시의 여신에 매혹되어 살아온 시인 임영석은

여전히 어린 왕자 같은 때 묻지 않은 동심을 간직하고 있었다.

"본질적인 것은 소용없는 것"이라고 말한 『어린 왕자』를 쓴 생떽쥐베리처럼

그는 시적 삶의 내밀한 본성을 철저히 자각하고 있는 듯 싶었다.

 

-고진하 시인의 서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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