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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감상방

9772. 사강은의 [고해성사]

작성자최상호|작성시간26.01.10|조회수45 목록 댓글 0

고해성사
- 사강은

   오늘 경찰이 내 집에 들이닥쳤다

   문을 두드리거나 초인종을 누르지도 않고 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 내가 할 말을 경찰이 했다 이러

시면 어떡해요 분명 내가 해야 할 말 같은데 나를 연행했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수갑을 채우고 서로 데

려갔다 원래 이런 식으로 이뤄집니다 생각해 보니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랬던 것 같기도 그것들은 현실

에 기반한 이야기니까 이런 식이 맞는 것 같기도 죄는 나의 것이고 벌은 경찰의 것이라 했다 역할은 바

뀔 수 없어서 그 사실 역시 바뀌지 않을 거라 했다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해 놓고 나 먼저 말해 보라 했

다 아무것도 알려 준 적 없으면서 대답하라 했다 하지 않은 일을 하지 않았다고 증명하라 했다 언제 어디

서 일어난 일인지 말해 주지도 않고 알리바이를 성립시키라 했다 나는 드릴 말씀이 없었다 취조는 인정할 

때까지 계속됐지만 알지 못하는 일을 인정할 수 없었다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불쌍하게 눈물을 뚝뚝 흘

렸다 그러자 유리창 건너편에 있던 다른 경찰이 들어오더니 증거가 없어서 풀어 드린다고 원래 법이 그렇다

고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이것도 어딘가 많이 본 장면 같아서 감사합니다 대신 나도 모르게 죄송합니다 소리

가 나왔고 경찰서는 문 닫을 시간이 됐다 조사실 밖 마지막 계단까지 내려가 바닥에 도착하자 더 이상 경찰서

가 아니었다 그때 평생 지었던 죄가 모조리 기억났다 손목에는 수갑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나는 내일 자수할 예정이다

ㅡ 2026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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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예배당에서 이웃한 목사님 설교를 들으며 "죄 없는 자 돌로 치라"하셨다는 얘기에 울컥한 적이 있었지요

주위 사람들의 크고 작은 잘못을 목격하면서 성장하면서 왜 사람들이 종교에 귀의하는지 짐작하게 되었지요

출세하고 권력을 잡으면 부정부패에 연결되기 쉽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성직자도 죄를 지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았고, 사랑이 범람하는 게 사랑을 잃은 사람이 많아져서 그렇다는 것도 알았지요

죽을 때까지 자수할 생각을 실천하지 못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을 이재서야 깨닫습니다

자기가 지은 수많은 죄를 기억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변명에 급급해서 죽음에 이르고 만다는 걸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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