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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감상방

9725. 이현승의 [바실리스크]

작성자최상호|작성시간26.06.16|조회수47 목록 댓글 0

바실리스크
- 이현승


가라앉지 않기 위해서 헤엄치는 법을 배웠지
나는 가라앉으면서 늪을 깨닫는 사람
내 스승은
삶이란 물웅덩이 같은 것이라서
한 발이 빠지기 전에
빨리 다음 발을 내디뎌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렇게 한 발 한 발 내딛다보면
어느새 피안에 도달하는 것이 생이었다.
그의 좌우명이자 내면에 새겨진 이름은
물 건너는 자
우아하게 휘청이는 꼬리의 반동을 타고
날렵한 걸음걸이로 물을 건너는 그에게
하나의 영광은 늘 다음 영광을 위한
디딤돌이었고 마중물이었다.
하나의 영광이 다음 영광의 디딤돌이라면
하나의 실패는요? 한쪽 발을 들어올리는 동안
디딤 발이 더욱 더 깊숙이 빠지는 자에게
하나의 실패는 완전한 침몰의 시작이 아닐까요?
하지만 스승은 어떤 실패든 그건
결국 하나의 발자국에 지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졌지.
우리의 하루가 일만 걸음으로 이루어진다고 가정한다면
실패란 얼마나 적은가? 실패는 하난데
두려움과 집착이 아흔아홉은 아닌가.
위대한 스승의 발바닥에 붙은 티눈 같은 나는
물에 잘 빠지는 사람
가라앉으면서 늪을 깨닫는 사람

내게 제일 건너기 힘든 늪은 바로 스승이었네.

ㅡ계간 《문학동네》(2026,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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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실리스크(basilisk)는 닭의 머리와 발에 뱀의 몸과 용의 날개를 지닌 동물,

또는 닭의 형태에 뱀 꼬리가 달린 새라고 하는 유럽 신화 속 동물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알게모르게 마음 속에 하나의 롤모델이나 좌우명 하나쯤 지니고 삽니다

혹자는 종교에 기대어 경전 한두 구절을 새겨 주문처럼 외우며 살기도 하구요

어제 여러분의 하루에는 어떤 믿음이 있었나요?

아니면 이루어지지 않는 희망고문에 낙심하여 어디론가 숨지는 않으셨나요?

조용필의 노랫말처럼 산다는 게 숲인지 늪인지 헷갈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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