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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감상방

9727. 강영은의 [태초의 말]

작성자최상호|작성시간26.06.18|조회수44 목록 댓글 0

태초의 말
- 강영은


 너와 나는 같은 모국어를 쓰고도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너는 왜 나를 좋아하니
 내가 언제
 그러는 너는 나를 왜 미워하는데
 그런 적 없어

 네가 던진 말은 전혀 다른 목적지에 닿는다 경유지가 다른 말처럼

마주 보기만 한다

 누군가 말한다
 80억 인구가 각자 다른 말을 한다고

 그것이 초원 위를 누비는 언어의 방식이라 할지라도 마디마디 다른 음

절을 알아듣는다면 슬픔도 하나가 될까?

 말과 말 사이의 거리
 말과 말 사이의 깊이
 말과 말 사이의 넓이는

 바벨의 탑에서 바라본 지형일 뿐이라고, 하늘과 땅을 오가는 목숨의 셈

법은 다르다고, 태초의 말씀이 몸을 입어 사랑을 가르친다

 불신과 원망의 탑을 생각 밖으로 옮기니 들린다
 듣는 귀가 달라도 마음속에 들린다

 나 당신 사랑해요
 나도요

ㅡ계간 《시와소금》(2026,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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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현존하는 인류는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서 이처럼 소통이 어려운가 봅니다

단일민족임을 자랑하고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한글을 사용하는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빛나고 유구한 역사 속에서도 국론이 통일된 적이 별로 없었고 현재도 여론은 제각각입니다

민주, 정의, 공정, 준법, 부정, 위법... 어느 낱말 하나도 똑같은 생각이 드뭅니다

말고 말 사이가 멀고, 말과 말 사이의 깊이가 다르고, 말과 말 사이의 넓이도 다릅니다

말하는 입이 다르니 듣는 귀도 다르고, 마음으로 느끼는 인지 상태가 달라집니다

그래도 말끝마다 '사랑하는 국민, 사랑하는 동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되뇝니다

예로부터 '三人作虎'라 했지만, 지금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부정선거 재선거를 외칩니다

그렇게 보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뭉쳤으니 그 주장이 절대선이 되어버렸습니다

집단 지상이 사라진 터라 달리 생각하는 이는 모두가 적이 되고 배척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 중에 혹여 내가 사랑하는 이 얼굴이 비칠까봐 얼른 채널을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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