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미
문 태 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 이 시는 文人문인들이 뽑은 지난해 '가장 좋은 시'로 2005. 3. 10일자
조선일보에 소개된 시입니다. 3행부터는 처음 시작이 한 자씩 오른 쪽으로
들어쓰기로 표기되었습니다. 그 의도는 모르겠지만, 제목인 가재미의 형상과
관련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다음 글은 최홍렬 기자의 글입니다.
문인들은 문태준(35세) 시인의 '가재미'를 지난해 문예지에 발표된 시 중 가장 좋은
시로 뽑았다. 선정작업은 도서출판 작가(대표 손정순)가 이시영 문정희 최동호 정일근
안도현 등 시인, 평론가 120명을 대상으로 했다. 문 시인은 지난해에도 시 '맨발'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선정작업에 참여한 문학평론가 유성호씨는 "가슴에 다가오는 절절한
체험을 주위 사물과 결합시켜 아름답고 진한 서정을 길어 올렸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말했다. '가재미'(가자미의 경상도 사투리)는 말기암 환자에 대한 기억 속 장면들이
언어의 표면으로 서서히 인화되는 순간을 채록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탐색한 작품.
문 시인은 이 시가 "어렸을 적부터 고향(김천시 봉산면 태화리) 마을에서 같이 살다가
작년에 돌아가신 큰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문 시인은 1994년
등단해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을 냈으며, 동서문학상 등을 받았다. 불교방송
PD로 있다.
문 태 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 이 시는 文人문인들이 뽑은 지난해 '가장 좋은 시'로 2005. 3. 10일자
조선일보에 소개된 시입니다. 3행부터는 처음 시작이 한 자씩 오른 쪽으로
들어쓰기로 표기되었습니다. 그 의도는 모르겠지만, 제목인 가재미의 형상과
관련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다음 글은 최홍렬 기자의 글입니다.
문인들은 문태준(35세) 시인의 '가재미'를 지난해 문예지에 발표된 시 중 가장 좋은
시로 뽑았다. 선정작업은 도서출판 작가(대표 손정순)가 이시영 문정희 최동호 정일근
안도현 등 시인, 평론가 120명을 대상으로 했다. 문 시인은 지난해에도 시 '맨발'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선정작업에 참여한 문학평론가 유성호씨는 "가슴에 다가오는 절절한
체험을 주위 사물과 결합시켜 아름답고 진한 서정을 길어 올렸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말했다. '가재미'(가자미의 경상도 사투리)는 말기암 환자에 대한 기억 속 장면들이
언어의 표면으로 서서히 인화되는 순간을 채록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탐색한 작품.
문 시인은 이 시가 "어렸을 적부터 고향(김천시 봉산면 태화리) 마을에서 같이 살다가
작년에 돌아가신 큰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문 시인은 1994년
등단해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을 냈으며, 동서문학상 등을 받았다. 불교방송
PD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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