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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부부의 이야기.

작성자강화구|작성시간14.11.29|조회수15 목록 댓글 0

 

(하동 평사리 부부 소나무)

 

부부의 이야기(실화)

 

      저는 한 3년전 쯤에 이혼의 위기를 심각하게 겪었습니다.

      그 심적고통이야 경험하지 않으면 말로 못하죠.

      저의 경우에는 딱히 큰 원인은 없었고

      주로 아내의 입에서 이혼하자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더군요.

      저도 회사 생활과 여러 집안일로 지쳐있던 때라 맞받아쳤구요,

      순식간에 각방쓰고 말도 안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대화가 없으니 서로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 갔구요.

      사소한 일에도 서로가 밉게만 보이기 시작했죠.

      그래서 암묵적으로 이혼의 타이밍만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린아들도 눈치가 있는지 언제부턴가

      짜증도 잘내고 잘 울고 그러더군요

      그런 아이를 보면 아내는 더 화를 불 같이 내더군요.

      계속 싸움의 연속 이었습니다.

      아이가 그러는게 우리 부부때문에 그런다는걸 뻔히 알면서도요.

 

      아무튼 아시겠지만

      뱀이 자기꼬리를 먹어 들어가듯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이었답니다.

      그러기를 몇달

      하루는 퇴근길에 어떤 과일 아주머니가 떨이라고하면서

      귤을 사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기에 다 사서 집으로 들어 갔습니다.

 

      그리고 주방 탁자에 올려놓고 욕실로 들어가 씻고 나오는데

      아내가 내가 사온 귤을 까먹고 있더군요.

      귤 몇개를 까먹더니 "귤이 참 맛있네" 하며 방으로 들어가더군요.

      순간 제머리를 쾅 치듯이 하나의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아내는 결혼 전부터 귤을 무척 좋아했다는 것하고,

      결혼 후 8년동안 내 손으로 귤을 한 번도 사들고 들어간

      적이 없었던 거죠.

      알고는 있었지만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일이 었습니다

      그 순간 뭔가 깨달음이 있었어요.

 

      예전 연애할때 길가다가 아내는 귤 좌판상이 보이면 꼭 천원어치

      사서 핸드백에 넣고 하나씩 사이좋게 까먹던 기억이 나더군요.

 

      나도 모르게 내마음이 울컥해져서 내방으로 들어가 한참을 울었답니다.

 

      시골집에 어쩌다 갈때에는 귤을 박스채로 사들고 가는 내가

      아내에게는 8년간이나 몇 백원 안하는 귤 한개 사주지 못했다니

      마음이 그렇게 아플 수가 없었습니다.

 

      결혼후에 나는 아내가 좋아하는것에 대해 신경을 전혀 쓰지 않게

      되었다는걸 알았죠.

      아이 문제와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말이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신경 많이 써 줬는데 말이죠.

 

      그 며칠 후에도 늦은 퇴근길에 보니 그 과일 좌판상

      아주머니가 보이더군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또 샀습니다.

      저도 오다가 하나 까먹어 봤구요,

      며칠전 아내말대로 정말 맛 있더군요.

      그리고 살짝 주방 탁자에 올려 놓았죠.

 

      마찬가지로 씻고 나오는데 아내는 이미 몇개 까먹었나 봅니다.

      내가 묻지 않으면 말도 꺼내지 않던 아내가

      "이귤 어디서 샀어요?"

      "응 전철 입구 근처 좌판에서"

      "귤이 참 맛있네"

      몇달만에 아내가 미소를 지었어요.

      그리고 아직 잠들지 않은 아이에게도 몇알 입에 넣어주구요.

      그리고 직접 까서 아이시켜서 저한테도 건네 주는 아내를 보면서

      식탁위에 무심히 귤을 던져 놓은 내모습과 또 한번 비교하며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뭔가 잃어버린걸 찾은듯 집안에 온기가 생겨남을 느낄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아내가 주방에 나와 아침을 준비하고 있더군요.

      보통 제가 아침 출근하느라 사이가 안 좋아진 후로는

      아침을 해준적이 없는데...

 

      그냥 갈려고 하는데, 아내가 날 붙잡더군요.

      한술만 뜨고 가라고....

      마지 못해 첫 술을 뜨는데 목이메어 밥이 도저히 안넘어 가더군요.

      그리고 주체 할수없이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도 같이 울고요.

      그리고 그동안 미안 했다는 한마디 하고 집을 나왔습니다.

      부끄러웠다고나 할까요?

      늘 그렇게 작은일로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그 보다 더 작은일에도 감동을 받아 내게로 기대올수 있다는걸

      몰랐던 나는 정말 바보중에 상바보가 아닌가 싶은게

      그 순간 아내에게 냉정하게 굴었던 내자신이 후회스러워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혼,

      우리 부부의 위기는 시간은 좀 걸렸지만 잘 해결 되었습니다.

      그 뒤로도 가끔은 싸우지만 걱정하지 않습니다.

      귤이든 뭐든 우리사이에 메신저 역할을 할수 있는것이

      주위를 둘러 보면 아주 많다는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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