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 요즘은 시험 기간이다. 방학 때 붐볐던 청소년들이 많이들 안 나오니까 공간이 참 허전하다. 자치기구마다 서로 모여 왁자지껄 이야기 나누며, 논제에서 벗어나 산으로 가도 꺄르르 행복해하던 모습이 보이질 않으니, 나 역시 함께 시험 기간의 늪에 빠지는 느낌이다. 과연 이 늪은 누가 누굴 위해 만든 걸까. 많은 이를 위한 것 같지는 않은데.
사람이 없는 공간에 한숨은 더욱 크게 들렸다. 아무도 안 올 거라고 아무 생각 없이 키보드를 두들길 때 누군가 들어와 사무실에 인사했다. 달그락의 인재 태건이었다.
“오, 태건아. 무슨 일로 왔니?”
“저 오늘 콘티 쓰러 왔어요!”
내심 놀란 티를 내지 않고, 반갑게 인사했다. 태건이 뒤를 이어, 한 명씩 청소년들이 등장했다. 아람이는 본인 글을 쓰기 위해 왔고, 주연이는 달그락 프로젝트 회의를 하러 왔다. 그 뒤를 이어 여러 청소년이 왔다가 갔다가 했다. 정훈 간사님도 자기 당직도 아닌데, 오랜만에 나온다는 청소년이 있어 한걸음에 달려 나왔다. 각자 하고자 하는 바가 있었고, 그들은 시험 기간과 상관없게 자신의 일정을 짜고 움직였다. 시험을 무조건 포기한 청소년들이 아닌, 시험은 시험이고, 자신의 삶은 알아서 사는 이들이었다. 달그락에 온 누군가에게 물었다. 각색한 답이지만 뉘앙스는 아래와 같았다.
“시험 기간인데 공부는 안 하니?”
“전 시험 별로 안 중요해요. 여기 오는 게 더 좋아요.”
난 달그락 청소년들을 보면서 내 청소년기 학창 시절을 생각하며 자주 비교하게 된다. 나 역시 입시 교육 속에서 대학 잘 가보겠다고 꽤 시간을 투자했다. 근데 그때 나의 결정은 거의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에게 의지해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내가 아직도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는 건, 고2 여름 방학 때, 몽골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보충 자습하라는 선생님 말씀에 안 갔던 거다. 차라리 그때 게르에서 잠자고, 초원의 하늘을 바라보며, 양고기 뜯고 왔으면 내 견문의 폭이 더 넓어졌을 텐데… 그 후회가 왜 생기냐면, 난 그다지 공부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저 주변의 시선을 만족시키고,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려고 공부했던 게 다였다. 그러나 우리 달그락에 활동하는 많은 청소년은 자기 확신과 재미, 뜻을 품고 움직인다. 심지어 입시 공부를 선택한 달그락 청소년 중에는 자기가 좋아서 공부하는 청소년들이 꽤 있다. 너무 멋지지 않은가? 가끔 내게 국영수를 물어봐서 당황스럽긴 하지만… 최선을 다해 문제를 같이 푼다.
난 입시제도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입시제도만이 세상으로 나아가는 방법이 전부인 것 마냥 교육과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건 완전 반대다. 아직도 세상은 그런 풍조다. 내가 청소년일 때, 그래도 20년 뒤에는 세상이 바뀌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어째 똑같다. 사람이 줄어서 대학이 문을 닫고 있는데, 입시 열풍은 줄지를 않는다. 아직도 자기 삶을 불안해하며 입시에 몸을 맡기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많다. 과연 우리 사회는 이들을 어떤 방향으로 이끄는 건가? 최소한 달그락과 우리의 활동은, 청소년들이 그저 사회 흐름에 아무 생각 없이 몸을 맡기게 하고 싶지 않아 한다. 진정한 삶의 자치, 진정한 주권은 무엇인가? 오늘도 달그락에 오는 청소년들을 보며 생각하게 된다.
25.09.25 글쓴이. 김대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