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달 초 슬몃 인사드렸던 신입 활동가 김정훈입니다. 제법 혼란스러웠던 한 달이었습니다. 새로 배워야 할 것들, 경험해야 할 것들로 파닥파닥거리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잘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의 늪에 빠져 있는 기분입니다만..... 좋아하는 일이기에 매일매일이 즐거움으로 풍성합니다. 소개글을 작성하자니, 가진 것이 많이 없기에, 경험이 과문하기에 제법 고민이 됩니다. 앞으로 어떤 미음으로, 활동가로서 활동해나갈지, 지난 한 달 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적어보았습니다. 이번 글을 모판으로 ‘활동가’로서 정체성을 구체화 시켜나가볼까합니다. 아직은 병아리입니다만, 스스로의 '터'를 만들어 나갈 때까지 지켜봐주십시오!
- 달그락 개근 청소년, 태건 청소년이 그려준 그림입니다.
무언가 사부작사부작 '음모'를 꾸미며 웃는 청소년들의 그 얼굴을 참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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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활동갑니다.’ 아마, 앞으로, 누군가 ‘당신은 뭐하는 사람인가요?’라고 물으면 톡 튀어나올 답변일 것이다. ‘나’를 소개한다는 것은 언제나 곤란한 일이다. 무엇을, 어떻게, 어디까지 이야기해야할지, 이 모든 것들이 아직까진 낯설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새로운 모임을 꾸릴 때,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자기소개’ 시간은, 늘, 미묘하게 사람을 긴장케 한다. 아마 스스로가 가진 것이 몇 없기에 그럴지도 모른다. 그런 ‘신성한’ 의식에 ‘활동가’라는 제물을 얻었다.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에서 한 달 남짓의 생활... 긴 여정의 초입에서,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에서, 별을 한 번 세어보자.
‘활동가’라고 하면 처음엔 정말 다른 존재들, 이른바 ‘별종’이라는 인식이 앞섰다. 그들의 활동은 ‘숭고’한 무언가였고, ‘일반 사람’들과는 달리 그들은 ‘뉴스 속’ 존재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활동가’로 활동하게 될 거라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뉴스 속’에서 보이는 그들만큼, 사명감이니 용기니, 그런 것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그들은 ‘나’와 피부를 맞댈 일 없으리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가지고 있었던 탓일 테다. 하지만 이런 인식과 상황은 지난 24년 겨울, 그 지리했던 겨울을 지나며 송두리째 바뀌었다. 12.3 내란... 그것이 길을 바꾸게 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2024년 12월 3일 밤, 텔레비전에선 어이없는 단어가 툭 튀어 나왔다. 그 시대착오적인 단어에서 파생된 사건들을 긴긴 밤 뜬 눈으로 지켜보았다. 그 이후의 시간과, 그 이후 들이닥치는 감정들은 스스로를 너무나 괴롭게 하였다. ‘상식’이 무너지는 소리는 턱밑까지 차올라 연신 골을 두들겼다. 그 소리를 떨치기 위해 매주 광장으로 나섰다. 광장에서의 다양한 목소리들은 그 소음들을 너무나 쉽게 지워주었다. 소음이 가신 수번의 광장 위에서, 정말 신기하게도, 지난 광장에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활동가’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의 입에서 퍼져 나오는 다양한 색감의 목소리들은 끈적한 감정의 소용돌이들을 잠재웠고, 그 소용돌이가 할퀴고 지난 자리를 다독여줬다. 그 다독임, 연대를 통한 치유의 경험은 너무나 강렬하게 기억에 박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기억은 다시금 꿈을 틔워 움직이게 했다. 그렇게 지금은 병아리 ‘활동가’가 되었다. 어쩌면 무모하고, 저돌적인 결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그, 아버지의 깊은 한숨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한 달간 정말 다양한 청소년들을 만났다. 어떤 청소년은 신기할 정도로 활발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아주었고, 어떤 청소년은 낯선 사람의 등장에 털을 잔뜩 부풀리곤 흘깃 지나갔다. 다양한 의제들도 잔뜩 입안에 집어넣었다. ‘활동가 한 명을 중심으로 청소년 자치기구 셋, 대학생 자원 활동가 조직 하나, 그리고 후원해주는 성인 조직 하나’ 여정을 시작하며 들었던 말 중 가장 깊게 박혀 있는 말이다. 하나의 ‘터’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 찾아오는 청소년들이 그저 이름 모를 조용한 나무 아래서 바람 쐬고 갈 수 있는 터를 만들자. 고등학교 시절, 은사님을 통해 봤던 그 분의 터와 같은, 자신 만의 해석을 잔뜩 담은 터를 만들자. 청소년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색깔을 가진 목소리로, 자신의 음량으로 재잘거리다 풀풀 날아갈 수 있는 터를 만들자. 그 목소리가 세상에 던져져, 그때 그 광장 위로 나부꼈던 깃발이 되어 세상을 물들어 나갈 때까지.
다시 눈앞에 긴 길이 놓여있다. 가지 않은 길, 가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길이었기에, 길 위 창공에 별이 놓여있을지도 모른다. 아마 없을지도 모른다. 긴 꼬챙이를 하늘로 겨누고, 그 캄캄한 창공에 구멍을 뚫자. 그리고 잘 닦아 보자. 그 조그마한 구멍이 길을 비추고 낭만의 시대를 열어줄지도 모른다. 늘 고민하고 대화하며, 언젠가 닦이어질 자신의 터를 돌아보며 스쳐간 목소리를 회상하며 웃을 수 있는 그 날을 향하자. 스스로의 별 구멍을 뚫으면서... ‘왜 활동가였지?’
25.09.27 김정훈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