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이 플로깅을 나가기로 한 날이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도 자치기구 활동!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이 의미 있는 무언가를 얻어 갈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하는 걱정은 여전히 한 구탱이에 꾸부리고 앉았다. 매섭던 밤 추위와는 달리 아침은 찬찬히 가을 햇살로 채워진다. 창밖 저 멀리 보이는 산은 가을로 흠뻑 젖어 빛난다. 부엌에 난 창밖엔 어느덧 가을이 한 움큼 달려 사각사각 몸을 흔든다. 한껏 짧아진 가을 날씨에 비해 계절 풍경은 참으로 느릿느릿 다가온다. 인간이 흩어놓은 질서를 자연이 끊임없이 돌리려하는 발버둥일지 모르겠다. 기지개를 쭈욱 켠다. 허튼 가을 햇살은 기분이 좋다. 금방 사라질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지금 이 시간대 흘러드는 가을감이 소중하다. 10월의 정취를 11월 중순에서야 즐기고 있는 모양새가 참으로 우숩다. 차에 시동을 건다. 음... 한동안 공기가 나빴는지 차체에 누런 먼지들이 얼룩덜룩 모여 앉았다. 다이소에서 간단히 필요 문품을 사고 달그락으로 향한다. 오늘은 또 어떤 경험을 할지...
라온 대표 청소년과 함께하기로 했던 청소년 둘, 그리고 사회참여팀 자원활동가 선생님, 총 다섯에서 비응항을 향한다. 덜그럭덜그럭 울퉁불퉁한 도로 위를 차는 달린다. 30분을 달려 비응항에 도착한다. 계획되어 있는 도로의 꼴과는 달리 제법 난삽하다. 차에서 내려 플로깅 준비를 한다. 따뜻한 햇살은 제법 큰 항구를 가득 채우고, 바다에 일렁이는 윤슬이 흘수선을 따라 일렁인다. 깨끗한 하늘과 달리 구석구석 쓰레기가 구른다. 간단히 주의사항을 안내하고 플로깅 활동을 시작한다. 다들 부지런히 쓰레기를 줍는다. 10분도 되지 않아 봉투가 가득 찬다. 생각보다 빨리 찬 봉투에 청소년들이 기겁을 한다. 맙소사.... 청소년들이 쓰레기를 줍고 있으니, 여유롭게 바다 구경 나온 어르신 한 분이 ‘내가 버린 거 아니야, 나 담배 안 펴~’하며 한 소리 툭 던진다. 쓰레기를 버린다는 행위가 비도덕적인 행위가 아님을 누구나 다 알지만, 그걸 실천하기란 참 쉽지 않은 모양이다.
항구를 따라, 바다를 끼고 쭉 돈다. 담배꽁초, 손난로, 페트병, 캔, 낚시용품, 심지어 기저귀 등등등.... 참 버리는 건 쉽다... 가지고 간 쓰레기봉투는 금세 가득 찬다. 라온 청소년 한 명이 뒤늦게 합류한다. 제법 소심하고, 숫기 없는 청소년이지만 라온 활동엔 제법 적극적인 청소년이다. 참, 신기한다. 어떤 게 저 청소년으로 하여금 저리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것일까? 어찌되었건, 손이 하나 느니 쓰레기봉투 차는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가지고 온 5개의 봉투가 1시간 조금 넘어 다 차버린다.
“어느 정도 있을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어요...”
“도대체 쓰레기 버리라고 둔 곳이 저기 있는데 왜 이렇게 함부로 막 버리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바다엔 쓰레기가 그리 많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여수 놀러갔을 땐 바다에 쓰레기가 너무 많아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었거든요.”
함께한 청소년들이 모두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는 것, 어쩌면 참 쉽지만, 실천하긴 그리 쉽지 않은 모양이다. 가득 찬 다섯 개의 봉투를 들고 달그락으로 향한다. 제법 지쳤는지 청소년들이 조용하다. 그래도, 활동을 함으로 대표 청소년은 조금 활기를 얻은 모양이다. 다행스럽게도, 함께해준 청소년도 ‘저는 라온 체질인 거 같아요. 힘들었지만 참 재미있어요. 라온 알았으면 라온 갔을 건데...’하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봉사.... 어릴 때만해도 봉사활동이라는 게 자신에겐 크게 와 닿지 않았다. 그냥 해야 했기에 했던.... 오늘 이렇게 모인 청소년들은 참 멋있다.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즐겁게 활동하는 모습은 참으로 눈부셨다. 이 멋진 청소년들이 더욱 재미있게, 그리고 의미 있게 활동할 수 있는 터를 만들자. 라온의 의미란 여기 있는 것이겠지... 선한 ‘과정’을 즐김으로 나아가는 조그마한 ‘변화’! ‘라온’의 이름에 맞게 ‘즐겁게’ 해보자!
25.11.18 김정훈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