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의 책과 지성] 꾀를 끊고 말재간을 버리면 백성들은 이로워진다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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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 기자업데이트 : 2021.07.02 15:46 A19
노자
"만물은 만들어지지만 다스려지지는 않는다"
무위자연설로 神의 반열에 오른 춘추시대 사상가
지금으로부터 2500년쯤 전. 공자가 노자를 찾아간 일이 있었다.
공자는 노자에게 도덕과 인격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노자가 답했다.
"행실이 나쁠 때 도덕을 생각하고, 인격이 좋지 않을 때 인격을 생각하는 법이오.
이미 도덕을 따르는 사람은 도덕이 뭔지 모르고,
인격을 갖춘 사람은 인격이 존재하는지도 모르오."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충격에 휩싸인 공자는
황급히 집을 나와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달아나는 것은 함정으로 잡을 수 있고, 헤엄치는 것은 그물로 잡을 수 있고, 날아가는 것은 화살로 쏠 수 있는데 용은 구름 위를 날기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노자는 용이다. 위험한 사람이다. 근처에도 가지 마라."
결정적인 장면이다. 이 장면은 세월이 흘러 왜 노자는 신의 반열에 올랐고, 공자는 지상에 머물렀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비교 우열은 아니다. 노자는 이상사회로 공자는 현세철학으로 쌍벽을 이루며 수천 년을 기능했다. 물론 후세 사람들이 둘의 사상을 과장하고 각색했을 것이 분명하다. 제후나 지식인들은 자신들을 합리화하기 위해 혹은 대중을 통제하고 선(善)으로 이끌기 위해 노자와 공자를 철저하게 활용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노자와 공자라는 텍스트가 중국 사상, 더 나아가 동양 사상에 끼친 영향은 축소되지 않는다.
노자와 공자의 가장 큰 차이점을 '언어'다. 공자는 진리를 말로 할 수 있다고 한 반면, 노자는 진리는 말로 할 수 없다고 했다. 노자는 인간의 언어를 불완전하다고 본 것이다. 왕필이 편집한 노자의 '도덕경'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꾀를 끊고 말재간을 버리면 백성들은 백배 이로워지며 / 재주를 끊고 이익을 버리면 도적이 사라지며 / 거짓됨을 끊고 생각을 비우면 백성들은 어린아이로 돌아간다."
노자는 인간이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하는 일들을 그릇된 것으로 평가했다. 어떤 일도 억지로 하지 말라는 '무위자연(無爲自然)'과 권력이나 부귀를 누릴수록 자신을 비우고 낮춰야 한다는 '공수신퇴(功遂身退)'가 노자 사상의 핵심이다.
"만물은 만들어지지만 다스려지지는 않으며 / 다 자라면 머무르지 않는다 / 대저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노자는 불교의 공(空) 사상과도 맞닿아 있다. 불교가 한자문화권인 중국으로 전파될 때 노자를 시원으로 모시는 도교(道敎)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은 이미 정설이다. 노자는 '강함' '단단함' '높음' '채움'과 같은 형태를 부정한다. 노자는 이것들과 대척점에 있는 '약함' '부드러움' '낮음' '비움'이 이상세계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가르쳤다.
요즘 노자를 소환하는 철학자가 많다. 그건 아마도 현세적 성취에 치중했던 물질문명의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이 가지고 잘 누리지만 아무도 행복하지 않는 세상. 그 세상이 노자를 불러내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허연 문화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