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의 카페는 토너 같고 바다는 카트리지에 담겨있는 듯하다. 골목들이 하류까지 흘러와 바다를 이루면 잉크처
럼 번지는 불빛에 싸이고, 몇 백 년 전 해무가 해적선에 올라 랜턴에 숨을 불어넣게 된다. 카페는 스크린이 만든
바다에서 너울로 해적에 대한 이야기를 상영하는데,
어느 덧 테이블을 점령한 염탐꾼이 버킷에서 고개를 내밀거나 선원들로 시끌벅적한 갑판이 접시마다 생겨났다. 럼을
마시는 배짱 좋게 생긴 털보의 두건이 모처럼 달짝지근한 김을 만들다 이두박근에 닻을 새긴 사내와 실랑이 중이다.
후크처럼 손목이 절단된 조타수의 키를 외손으로 움켜잡은 나폴레옹, 닮은 녀석은 프랑켄슈타인이었다. 구관조 흰
앵무새가 새장에서 일러스트 돔까지 눈을 깜박거리면 천장으로 나부끼는 십자드라이버 모양의 두개골이 풍랑에 발굴
되었다가 수세기전 바다에서 이미 길 잃은 수평선으로 발을 접는다. 앵무새에게도 한 때는 해적판 잉크젯이 나온 바
있었다. 어쩌면 카트리지는 워털루에서 바다를 담고 마지막 혁명이길 꿈꾸고 있겠다. 해적의 방식으로,
밤 깊은 골목들이 취객의 발목을 푹푹 빠뜨리는 카페에 갔다. 선착장만한 조명이 하역되는 출구이거나 입구에서,
도시의 모든 소음들이 거품으로 물보라에 씻기듯 소용돌이치다 간다. 카페는 토너 같고 카페 안의 사람들은 모조리
나폴레옹을 카트리지에 빠뜨렸다 혁명의 잔으로 마신다. 해적판 혁명이 바다를 향하여,
시민이 카피되지 않는 워털루까지.
해적의 보물은 원초적이며 바다가 깊은 카트리지에 숨겨져 있어,
손가락 지문을 보면 우리가 어디를 헤엄치다 세상에 온 것인지 알 수 있게 돼.
바깥으로 해적선에 오르는 골목들과,
프랑켄슈타인은 아주 오랜 아리에 가게 된다.
2016.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