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위를 채운 수많은 발걸음, 발걸음마다 방향이 정거한 신발은 플랫폼이 되기도 하고.
발자국을 따라가면 희미한 제재소 목향으로 생긴 시가지에서 경성을 가고 수선집에 맡긴 플랫폼을 찾아와 다시 카페아리에 가는. 그러다가 화물칸에 적재되어 입고된 수하물플랫폼에서 하역되는 프랑켄슈타인을 기다리는데,
역사(驛舍) 처마지붕 밑으로 개간되지 않은 간척지에로 출토된 바 없던 신발들이 서성이며.
아리는 비탈을 이룬 분소에서 종종 보릿겨를 봄눈으로 태웠던 듯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가지처마 먼 기슭사이에로 찻물을 끓인다, 푸른 혈관처럼 솟아난 산의 맥박들 사이로 가고 시선이 먼저 당도한 여백으로 하얗게 데워진,
카페는 안개바다를 미끄러지고 파스텔석양이 물든 손톱 밑으로 너울을 보낸다.
꽃잎이 지는 찻잔까지 아리는 체온으로 풍경을 그리다 얼굴이 되고,
아세톤이 지운 석양에 대해 말할 때면 잠기는 시선에서 밤이 오곤 했다.
서성이는 문틈으로 별밤이 다녀간 소리가 새어들고 플랫폼은 은하만큼 아마득하게 오랜,
프랑켄슈타인이 출고된 경성을 떠나면서부터 수선공의 집이라면 이유를 알 수 없어도 아리 곁인 듯 체온이 느껴져 올 것만 같았다. 저 먼 은하가 잠시 같은 방향에 달려있고 아리와 발소리를 내며 어딘가로 걷고 있는, 마른 바랑소리와 숨이 죽은 옷깃이 먼저 달아나고.
아리에서 시가지를 배회하던 경성은 전국이 혼란했던 먼 과거의 플랫폼에 올라 땅 끝보다 더 먼 나라에 있다. 수선집은 땅 끝 멀리 있는 은하의 섬인지도 모르지만, 아리는 가끔 수선집에서 프랑켄슈타인을 마중하려 외딴 간척지의 플랫폼에 갔었다. 방향은 왜 그런지 늘 발굴되지 않고 배가본드처럼 떠나있으며,
2016.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