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명한 산무더기 가라앉아 하늘걸이 절벽층층에 고갯마루 주검들을 쌓아
묏등은 에메랄드빛 가람을 흔들어 바람의 명치에 구름 갈기를 새길 새
조망을 운구하여 해어름 장의사절단 사방경첩 놋쇠로 장지못 채워 사방기둥을 심는
지관地觀이 풍수風水를 독려하여 입관을 부루 져 기슭에 매이고저
객사한 역술을 무등 태운 상여 꽃가마 불쏘시개와 노닐 적이라
양각으로 새겨진 음양에 불의 인두 놓자면 부음이 결맹을 앓고
머리숱 가마의 소용돌이 치센 곱사등 아양을 휘장 내걸고 간, 저음의 가락몰이로
산구들 따숩게 비문碑文을 열람하는 문지방에도 아치가 징 박혔으리니.
`언 세월 에둘러 방죽으로 소꼴 치러 간 목동아
물 쐐기 풀고 망아지꼬리 붙들어 놈팡지게 노닐려
부뚜막 검장을 이마에 매고, 시큼해진 비지땀 까까묵고
망태기에 삘기를 한 아름 동무하고 가누나`
-부고
고장에는 요람의 오솔길이 목 언저리를 누볐다가 고갯바랑 흙먼지로 고비 재를 갔다.
토질에 사그라진 혼백으로 `령靈`이 되는 누대 속 산울림,
고방문을 열면 진열장 신위 신주神主가 거적자리 비탈지게 쏟아지읏고,
장군통 그늘장처럼 습윤해진 곰팡내 비옥하겠으니 구더기와 공벌레가 한데 살러 와,
이와 좀이 낀 손톱 새 비듬처럼 바구미는 `령靈`을 토렴하게 된 허울이련가,
한恨 많은 여인네의 손톱은 왠지 늪지에 퍼진 물안개와 같았으므로(눈물의 허울이어라).
령의 뿌리가 음각을 삼투해 물레로 안개를 감는다, 한 서린 망울 혼절한 세월풍파랴.
발그레 휘어진 오후 볕이 피난 나온 듯 낡고 허름한 곳간 앞에 기댄다.
자물쇠로 지른 숟갈임자 물끄러미 이 켠 바라보다, 오래도록 서성이겠다.
`산이 주저앉아 절벽이 되고,
절벽이 녹아내려 늪이 되듯
여인의 한이란 안개에 남긴 손톱자국 물레질 되누나`
시詩의 수절은 정절을 지킨 여인네와 같아 그 품행을 무명無名이라 한다.
2015.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