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
부제 : 블랙 호크 다운 black hawk down
- 1,600km의 행군이 끝나면 우리는 집으로 갈 것이다.
종단과 횡단은 잠재된 본능이었다. 탯줄을 끊고 스스로 땅에 서던 때부터 종족의 후예로써
기후와 토양으로 배양된 피륙이 자라고 수놈이라면 사명처럼 각角을 세울 줄 알았다.
각을 받쳐 세우고 하늘을 이는 것은 `이듬해에도 꿋꿋이 땅을 밟으리라`는 자존의 의지이다.
지각이 변하고 세태가 범람하여 해거름이 서식지를 유린하면, 대이동이 시작된다.
석양으로 기운 어둠을 깎아내기 위해 종일토록 독가시와 유황으로 단련하였나.
광휘를 삶아 구슬을 끼운 듯 황야를 내치는 원안圓眼은 황홀한 늪에 닿아있다.
캄캄한 골목에 도사리고 있는 기류를 돌아나간 바람처럼 높은 곳으로 튀어오를지니.
그 하루를 보전한 해묵은 시간들이 낭떠러지를 미끄러지고 있다. 암수구분도 없이,
누 떼나 가젤무리를 무차별 집어삼키던 악어강도 아닌 사각구릉에서 전락하는 무리들.
평원과 평야를 거침없이 질주한 뒷다리와 절벽을 타던 앞다리가 있건만 발은 허공을 날지 못하지.
우리는 집으로 향해 가는 것을 사명이라 하고 종단과 횡단을 숙명으로 받았다.
하늘을 나는 종족일지라도 허공 위 낭떠러지를 가지매 누구도 시련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법,
대신 수놈이라면 뿔을 받쳐 세우고 절판에도 길을 낼 것이다.
뿔은 하늘을 이고 절망으로부터 세상을 건져올릴 것이므로,
힘차게 튀어오를 후세를 위해 스스로 머리를 박고 분노하여라.
곁을 지켜내는 온기가 나의 집이 될 것을 의심하지 않는 것은 뿔이 돋아난 이유였을지니,
그 끝내 절판은 절망이 되지 않는 것이라 한다.
집으로 가는 길은 까마득한 곁이어라.
우리는 왜 스스로 뿔을 박고 (어둠에) 분노하지 않는가.
2015.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