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계엄
하구언 포구 철새무리에서 연착한 부리달린 어느 집시 새에 관한 이야기다.
때는 바야흐로 국조기간산업인 건설 붐이 일어나던 시기와 일맥상통하였던바,
바지선이 골재채취를 위해 오지를 탐사하고 다니던 무렵 즈음이라 하겠다.
부리달린 집시조류가 조류학계의 도감으로 편찬되고 예비조류학사 필독항목으로 열람되기까지
불굴의 집념과 노력으로 헌신한 선구자들을 기리며 업적을 추앙해 약소하나마 그들의 공로를 기린다.
지맥강천 유구히 세월바랜 바람니에 뜯겨 날아간 학술지 전면의 도감은
집시 새 도래지 기념비로 건립되어 포구 전문에 일부 쓰여 있겠다.
집시는 무리를 짓지 않는다, 그러하기에 집시 새는 철새로 분류하지 않고 천연물이나 희귀종이라 쓴다.
(이것은 멸종위기종과는 엄연히 다른 의미로써 해석한다.)
무리를 짓지 않기에 신출귀몰하며 집시 새 도래지를 조성하여 둔 것은 신전처럼 유적지로 활용하여,
집시 새 발굴의 시초와 연계-행성바깥의 혜성처럼 주기성을 지닌- 연구 발전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겠다.
과 항은 불가사의라 되어있다.
부리는 부엉이과처럼 짧고 갈고리모양을 하고 있어 맹금류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몸집에 비해 비대한 조족과 발톱은 하얗다.
몸집에 관해서는 명확하게 발표되지 않았고 단지 깃털이 까마귀과에 흡사하여 까맣고
반청의 반점문양 날개와 꽁지가 있으며, 무엇보다 특이하게 관찰된 것은
눈가 눈썹이 몸길이보다 길게 늘어뜨려져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집시 새의 비행이 신비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겠다.
천조새라 했다, 나는 천우조라 했겠다.
(신전 유적지에 그루터기마냥 서있겠는가.)
민족의 긍지를 드세웠던 고구려의 기상, 그 뿌리를 휘날리며 한반도를 종횡하고 드넓은 연해주와 만주까지 갈 것이라 했다.
`집시계보가 뚜렷한 반도의 용혈관문을 직통하여 천문이 열리는 날 오면 개벽의 신세계로 가는 노래 부른다`
(만파식적의 청명한 대 우는 소리, 집시 구관으로 뻗쳤으리라.)
새가 오기엔 아직, 세상은 가물지 않았다.
이무기와 근친인 도롱뇽과 파벌직속 호환의 무리, 그 집단이 난사한 사생아들만큼 가득 찬 풍문 속에,
감개무량한 세월은 무미건조할 뿐으로.
`갈망`이라 중얼거려 본다, 주술처럼 갈망이 가문다.
하단에 첨부 된 주석을 보면, 집시 새를 관찰하기 좋은 날에 관한 일종의 조언이 가미되어 있었다.
(전설로 내려오는 구연동화처럼 징조를 적고 있다.)
혼돈과 불안으로 생장의 기근이 든 땅에 천조를 갈망하면,
용마루 위 천적, 이무기를 타파하라는 계시로 온다고 되어 있다.
당신의 뜨거운 심장 속에는 민족혼이 서려있음을 잊지 말라, 당부하였다.
2015.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