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어
그녀는 미지의 고혹한 색감에서부터 발원된 사람처럼
어떤 버릇된 말의 어감과 유사한 색채를 연상하게 이끌곤 했었는데
`대기층의 불안에 의한 지연이었다거나 교통량의 증가로 인한 정체는
외부로부터의 마비랄 수 있고, 또한 마취의 색상과는 동족이라 하겠다.`
정체모를 낯선 착시현상이었다가 바깥 테두리의 모서리잔영으로 귀착하는
그녀가 지닌 색상은 관능의 최면으로 뭉뚱그려진 황홀경 가까이에 있었다.
그녀는 이를테면, 레드의 경계에서 벙긋한 모양새의 입술로
붉은 심장의 협곡사이 하늬바람을 끄집어내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어린아이가 되어
오래 전 죽은 기억 속 뱃사람의 소맷단까지 가 보는 꿈을 꾸게 되는 것이었다.
`어장語場에는 어색語色의 여러 갈래가 벤다이어그램으로 나타나는데
어원어족 어신어체語神語體 어미어말 어감어휘 어사어용語事語用 어출어귀語出語歸 등으로 분별하겠다.`
그러한 레드홀릭에는 아틀란티스의 고요한 수중세계를 헤엄치는
몽환의 지느러미가 있었다.
그녀의 어휘가 빠져나오는 촉수에는 미지로부터 불시착한 노스탤지어가 있었고
그것은 서랍 속 앨범의 사진보다 협곡 깊은 곳까지 이르게 했었다.
`밤하늘의 별을 등기로 부칠 수 있다면 나는 아마도
겉봉의 수취인란에 아틀란티스 어느 거리 지명의 레드홀릭 앞이라 쓰겠다.`
그리하여 내일은 오지 않고 오늘처럼 하늬바람을 기다리게 된다면
p.s.
`내가 밟고 가는 어휘의 바닥은 황홀하여 이를 데가 없었다.`
내 생의 막다른 페이지에 닿아 주저하는 경우라면
기억 한 켠 접어둔 황홀한 어휘는 당신께 드리고 싶겠다.
여기 시간은 불분명하고,
나는 레드의 동족이 깔린 지대 위를 거침없이 밟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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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