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부제 : 소삿날을 세우다)
거름망을 붓으로 긁으며 실뱀장어치류를 모두던
좁은 방 한 구석에는 부스터의 부루로 치류통이 달리고
갑판 물 칸이 원시의 근원인양 통로를 구획한,
사선으로 날 선 등은 갱물주름도 말리지 못하고
내린 닻줄마냥 거기에서 항상 팽팽하였다.
장사(壯士)는 부풀어 올라 터질 것 같은 등을 세우고 살았다.
실뱀장어를 연상시키는 부레를 온몸에 키우며,
물 칸에 피고름이 맺힌 닻줄을 내리곤 했다.
바람녹 든 소삿날이 등 세워지면 나는 왠지 슬펐다.
사선으로 날 선 등이 파고들까, 방 한 구석의 부루 우는 소리가
그럴 때마다 갑판 물 칸에서 나곤 했으므로.
조수가 밀치는 그로테스크를 유영한 소사는 또 다른 닻을 내렸다.
끝도 없는 원시를 향해, 등을 꽂혀 세우고.
실뱀장어치류의 가늘고 기다란 하얀 속이 드러나듯
장사의 소삿날은 뚜렷하다.
단 한 번도 세운 적 없는, 절대의 원시가 조수에 밀려간다.
소삿날 같기도 한,
?
201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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