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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스킷나이프

작성자ralffinz|작성시간17.05.07|조회수19 목록 댓글 0





개스킷나이프


진부한 시간이다. 과열된 장치들의 과부하를 조율하는 중도의 중화쯤.

일과에 정해진 일정의 서식된 나열은 양력을 받고 응축된다.
조밀한 기포로 극분해될 때까지의,
쉴 틈 없이 환각의 통로를 지나는,
휘발성의 기화, 틈사이의 미세입자를 난도질하다,
증류된 역풍(易風)과 발화의 역풍(力風) 사이에서
모호해진 포화가 쪼개어진다.

존재가 뚜렷해지는 시간이다. 생체기에 누른 거즈조각 같기도 한.

당신을 해석하는 두개골 안쪽의 피질은 주름골이 깊다.
갑각류의 피가 화석으로 굳을 때까지의,
지반에 포개어진 형판에서 주물 된,
자연의 굴레를 거스르는 흔적. 비약은 자유롭다.
뇌하수체에 흐르는 시간의 강물처럼.

칼날 같은 개스킷이 은연히 모서리의 바람을 막고,
당신과 나 사이의 괴리를 조율한다.
어느 정점의 귀퉁이를 잘라냈을지도 모를 칼날이,
해리에 박힌 풍속의 꼬리를 잘랐다.

봄날,
이지러진 음(音)의 문양을 한 꽃잎이 바람 위를 부유하듯
따사로운 봄볕을 데리고 당신을 마중 나가 노닐고 싶은, 그런 날이다.


2014.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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