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라비아로 갑니다.
당신을 그려보다가 `피식‘ 한 번 웃습니다.
하루 온 종일도 모자라 꿈에서조차 떠오르는 그대가,
오늘은 어쩐 일로 오래 전 버스에서 두고 내린 우산처럼 떠오를까요.
아마 그날은 뜬금없게도 너무나 화창한 날이었거나,
아라비아로 가는 꿈을 꾸고 있었나 봐요.
잡음 섞인 라디오주파수의 볼륨에서 떠도는 마음,
19번국도를 지나며 스치는 바람과 소음에 소식 없어요.
하릴 없이 담배 한 개비 타들어갑니다.
당신이 못내 가슴 태운 것들 입가에서 하얗고 긴 여운으로 흩어집니다.
일정대로 시간과 공간의 루트를 돌아 슬픔이 달려가게 합니다.
-이런 슬픔은 짧은 생애를 살아 온 나에겐 어울리지 않아요.
그렇게 하루가 아라비아로 갑니다.
나는 힘들고 지쳐 슬픔을 다 버리지 못할까, 뒤돌아봅니다.
당신이, 걱정스러운 듯 나를 바라보고 서있네요.
2013/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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