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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정거장

시간의 블랙홀

작성자ralffinz|작성시간17.06.26|조회수41 목록 댓글 0

끈 : 이것은 자체로써 큰 의미가 되진 못한다. 비록 주위에 흔한 나머지 그 용도와 쓰임을 생각지 못한다면 또는 다루어지지 않고 등한시 할 경우, 이차적 의미를 읽고 해석할 수 없다. 그러니까 끈이 원재료라면, 이것이 원석이거나 원유이거나 원단이거나 원자로 가공되지 않은 순수물질이라면, 또는 국경이나 기하자율곡선의 시초로 불린다면, 끈은 무한한 동력의 산물이랄 수 있겠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내가 끈에 대해 논하려 하는 것은 포장 전에 주변으로 번져있는 세태와 분위기가 끈을 바라보는 초점내지 관점을 혼탁케 하는 거라면, 끈이 잠재한 가치의 범주를 제대로 해석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써, 나는 어쩌면 이전에 오는 끈이었을지도 모른다는 뜻으로써 개진하고 있는 것이다.

매듭 : 이것은 끈이나 줄에 의해 결계 된 부분을 의미한다. 포장을 암시할 수도 있으며, 포박을 상징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강제나 억압을 내포하기도 한다. 이것의 확장자적 의미에 대해서 성장곡선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인간이나 동식물, 뿐만 아니라 범우주적 의미로써 공통된 성장통도 있고, 내가 그곳을 은하로 불리기도 전에 이미 존재했던 것들에 대해서도 이것은 부정 없이 적용될 수 있는 의미이다. 굳이 가보지 않았으나 우리가 믿고 알 수 있는 저 먼 하늘 너머의 우주에 대해서도 햇살과 바람, 냄새로써 수많은 감각기관 안에서 탐지해 내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 그녀는 일종이 쟈스민 향이었다거나 로즈마리 비누냄새와 같았다. 우리가 인지한 것보다 기억은 결이 많을지도 모른다. 아프다는 것은 보고 싶다로 해석해낼 수 있었듯, 치환된 부분부분들이 수많은 실루엣을 야기시키고 사건에 대한 미학의 곡선을 기억 속에 감금하는 것이다. 열쇠는 어떤 감각기관 속에 던져두는 버릇도 잊지 않곤 한다. 가끔씩 단지 속 꿀을 찍어 맛보듯이 은밀할 거란 유추도 겸해 두기로 하자. 버릇은 카드처럼 아무래도 좋았다. 잭팟이 터지기 전에 이미 상실의 시간이 점거할 텐데, 굳이 소모적 저항이나 몸부림은 일방적 시간의 성질과 맞지 않을 뿐이다. 그냥 조류에 몸을 맞기고 한 때를 지나는 것이라고도 한다. 매듭은 언젠가 그곳을 나가게 될 것이란 걸 이미 알기 때문이다.

꿈은 우리가 흔히 겪는 시간의 블랙홀이기도 하다. 내가 잠자리를 넋놓고 바라보았을 때, 그것은 이미 저너머의 세계가 자율곡선에서 벗겨지고 있음을 시연했다. 또는 꿈밖의 언저리에서 담배를 태울 때 가끔 흘러넘치던 향수가 있었다. 바람이 지상의 맨 하단으로 잠자리를 삼키고 있었다. 사물은 잠자리 때문에 존재하는 듯이 그 주위를 맴돌았다. 그녀가 조만간 날개를 달고 날아갈 것 같은 날이었다.

이 따위 말을 지껄이기 위해 문장을 쓰고 싶진 않았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훗날 우리에게 궤도가 있다면 부호가 문장을 대신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 편이 오히려 모두에게 정직할 수 있는 방편이 된다. 아니면 그렇게 믿고 싶어 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꿈은 가장 쉽게 빠질 수 있는 블랙홀이라고 말할 수 있어 다행이다.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자면 반듯이 소유가 필요했을 뿐이라고 믿고 싶었던 날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흐트러질 수 있는 무한의 자유에 대해서 잠자리가 꿈속을 지배했던 아름다웠던 날들이 한때 곡선을 저너머로 세상을 인도하였음을 이미 알았다. 그리곤 돌이킬 수 없이 블랙홀이 삼킨 시간 안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싶었다. 언젠가라고 말하고 싶은 이 대목은 시점이 사라져 버린다. 블랙홀의 성질 안에선 뚜렷한 무엇도 존재할 수 없기에, 가정법마저 배격시켜도 무관하겠다. 어반자카파의 `널 사랑하지 않아`를 함께 듣고 있었다, 꿈속에서, 꿈밖에서, 그녀가 멜로디를 마실 때 나는 칵테일처럼 블랙홀을 마시고 저너머로 사라지고 싶었다, 그게 어제나 내일이 될 수 있었던 계절이 잠자리처럼 바람을 타고, 형체가 없는 미학으로 미끄러진 오늘을 내가 써내리고 있다. 그걸 나는 실루엣이라 말해 주고 싶었다. 어쩌면 말하고 싶어 했을 것 같았다. 현재라는 시점은 단지 진행형이 무료하고 형체가 잡힌 듯이 재미가 없지 않은가. 누군가는 암흑 속 광채처럼 술을 잔뜩 마신 뒤 술기운에 싸여 취한 도시의 풍경 속을 배회하며 술이 되기도 하였다. 그 누군가는 한 잔의 도시를 한 모금 음미한 채 그 도시의 술을 대변하기도 했다. 그는 술이란 블랙홀을 도시의 한가운데에서 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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