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를 쓰게 된다면, 한 편 쓸쓸해서 따사로운 가을빛처럼 나뭇잎에 사락
걸쳐 나간 바람으로 아슬한 중턱에 서 있고 싶다.
절벽 위의 야생화를 희롱할 수 있는 건 인적없이 부대끼었을 바람 뿐이라면,
가을은 보다 깊고 고요한 시간에 유기하고 싶은 것이다.
그게 내 한자락 마음이었다. 굳이,
며칠 전에 시에 대해 표현하려 했던 건, 위의 표현이 아니었다.
시적 표현을 장식하려 한 건 오히려,
구름의 나레이션과 빛의 에코, 라는 레이어였다. 복선의 층을 말하려 했었다.
언어라는 것은 순수하게 유희일 수도 있다.
내면이나 사상, 심경 따위를 모조리 배척하고 순수하게
언어로써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주체성을 벗어던지면, 나라는 사회적 신분으로부터 도피할 수 있게 된다.
고로 내가 추구했던 것은 언어라는 유희였던 것이다.
나를 포장하고, 그 포장질은 숨기 좋은 은둔 장소가 되기도 했으니 말이다.
나는 어떻게 보면 아주 보다 정직하게 보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시를 버리고 산지 오래되어 간다.
유희와 이별하자 쾌락만을 추구하고 있었다.
정의되지 못한 것들에 대해 간편한 직역으로
나는 이러한 것들을 쉽게 말하게 된 인간이 되어 가고 있었다.
철학적이지 못한 나날들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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