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부르는 <여자의 마음,La donna e mobile>, 오페라 3막에서 바람둥이 만토바 공작이 마달레나에게 수작을 걸면서 부르는 아리아
* 역시 파바로티가 부르는 <이여자나 저여자나,Questa o quella>, 오페라 1막에서 바람둥이 만토바 공작이 체프라노 백작 부인에게 작업을 걸면서 부르는 아리아
용음회 회원 여러분들에게!
오늘은 베르디의 오페라 3대 대표작(라 트라비아타,리골레토,일 트로바토레)중의 하나인 <리골레토>를 소개하려고 합니다.우리가 평소에 익히 듣고있는 <여자의 마음,La donna e mobile>는 바로 이 오페라에서 나오는 아리아이기도 합니다.
[ 베르디와 리골레토 ]
베르디가 37세이던 1850년, 40일 동안 만들었다는 일화로 유명한 오페라 <리골레토(Rigoletto)>는 이듬해 1851년 3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초연된다. 오페라 역사에 남을 엄청난 히트를 기록하고, 여기에 나오는 아리아 ‘여자의 마음(La donna `e mobile)’은 오늘날까지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리골레토는 베르디의 작품들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이고,그만큼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작품이기도 하다.흔히 생각하기에는 <라 트라비아타>가 더 인기가 있을 것 같지만 사실 <라 트라비아타>는 실제 무대에 올리기가 쉽지않다.
<일 트로바토레>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그래서 베르디의 3대 오페라,즉 '빅3'라고 부르는 <리골레토>,<라 트라비아타>,<일 트로바토레> 중에서도 <리골레토>를 실제 무데에서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이유는 이 작품이 가장 인기가 있거나 가장 예술적이어서가 아니라 무대에 올리기가 가장 용이하기 때문이다.한마디로 국네에서는 <라 트라비아타>나 <일 트로바토레>를 잘 부를 수 있는 성악가들이 흔치 않은 것이다.
예를 들어 <라 트라비아타>는 비교적 리릭한 소프라노가 불러야 하는데,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목소리가 아니며 부르기도 만만치 않은 작품이다.
* 리골레토(바리톤)
<일 트로바토레>의 경우는 더욱 그러한데,거의 드라마티코에 가까운 소프라노와 테너를 필요로 한다.그런 반면 <리골레토>는 사실 가장 가벼운 레제로 소프라노와 테너가 잘 어울리는 오페라로,우리나라 성악가 중에 흔하고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음성에 가장 적합한 역할들이다.그래서 조수미나 신영옥 같은 소프라노들이 모두 <리골레토>의 질다로 무대에 섰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공연이 용이하다고 하더라도 작품이 좋지 않다면 자주 무대에 올리지는 않을 것이다.<리골레토>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이다.그만큼 <리골레토>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것이다.그렇다면 <리골레토>가 주는 감동의 근원은 무엇일까?
[ 리골레토의 매력 ]
<리골레토>는 한 아버지의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리골레토는 거리의 광대가 아니라 궁중에서 영주나 왕을 위해 일하는 소위 왕실의 어릿광대다.무대는 16세기인데 당시 이렇다할 오락도 없고 시간은 넉넉했던 제후들은 종종 무료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웃겨주고 즐겁게 해줄 목적으로 소위 왕실의 전속 코미디언 자리를 두었다.그리하여 광대들은 낮은 게급의 출신임에도 불구하고,귀족들과도 함께 지내고 심지어는 귀족들을 우습게 여기기도 했다.
* 만토바 궁전(메트로 폴리탄 오페라 극장)
무대는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도시국가 만토바 공국.만토바를 다스리는 젊은 공작 곁에 있던 광대가 바로 리골레토인데,그는 꼽추인 데다가 다리까지 절었다.그를 이렇듯 이중 장애인으로 묘사한 것은 그가 모든 사람들이 멀리하고 혐오하는 인물이며,또한 스스로도 남과 가까이하지 않으려 하며 개인적 비밀을 감추고 있는 사람임을 상징한다.
당시는 이런 장애인은 천형(하늘의 벌)에 의한 것이라는 낙인을 찍었다.리골레토는 단지 외관상 기형일 뿐만 아니라 마음도 비뚤어졌다.그는 세치 혀로 욕설을 퍼붓고 남의 마음을 찢어놓는 인물이었다.
원작자인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는 그의 주인공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리골레토는 자신이 가진 삼중의 비극 때문에 자신을 더욱 악하게 만든다.그것은 그가 첫째 장애인이며,둘째 불행하며,세째 광대라는 점이다.
그는 겉으로는 공작에게 아첨하지만 실은 미워한다.그가 단지 공작이기 때문이다.그는 귀족들을 귀족이라는 이유 때문에 미워하고 서민들을 장애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미워한다.그의 유일한 오락은 공작과 귀족들을 서로 다투게 하고 강한 자를 이용해서 약한 자를 파멸시키는 것이다."
리골레토는 공작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데,그가 주군을 즐겁게 해주는 최상의 일은 만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바람둥이인 공작에게 여자를 골라주고 방해꾼들을 제거하고 뒤치다꺼리를 해주는 것이다.
리골레토는 이런 일에 충실하여 공작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공작의 여성 편력에는 수많은 귀족 부인들과 귀족처녀들도 포함되어 있었지만,리골레토는 그녀들을 짓밟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악마다.젊은 공작이 가진 본능을 악용하고,그를 더욱 호색한으로 만들었다.그는 공작의 채홍사가 되어 공작을 점점 더 악에 빠지도록 만들고,그러면서도 뒤에서는 그를 증오하면서 타락시켜 왔다.공작이 타락하면 할수록 리골레토는 더욱 즐거웠던 것이다.
그러나 단 하나 리골레토에게도 인간적인 면이 있었으니,그 점이 바로 비극의 단초이기도 한 것이다.그에게는 숨겨놓은 딸이 있었다.그는 자신에게 단 한번 허용되었던 사랑의 소산인 질다를 곱게 키우고 있었다.그것은 아무에게도 알리기 싶지않은 비밀이었다.
* 질다(소프라노 안나 렙트레코)
질다는 교회에 가는 것 외에는 일체 바깥출입이 금지되었다.질다 역시 아버지에 관한 그 어떤 것도 몰랐다.비열한 악행이 직업이었던 그도 착하고 순결한 딸에게만은 자신의 이면을 결코 알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질다는 아버지가 일하는 곳도 직업도 심지어는 이름도 몰랐다.다만 그녀에게 그는 아버지일 뿐이었다.리골레토는 언제까지고 딸과 그런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다.그러나 모든 아버지들의 착각인 것처럼 딸은 언제까지나 아이로 머무르지 않는다.딸의 성적 성숙은 항상 부모의 에상보다 빨리 찾아오는 법이다.
성숙한 딸은 이미 멋진 청년에게 마음을 다 빼앗겨버린 상태였다.이로써 착한 딸은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는데,그 청년은 바로 학생으로 신분을 갖춘 공작이었다.그러니 리골레토는 두 사람을 키웠던 셈이다.하나는 그가 악의 길로 훈련시킨 공작이며,하나는 미덕만으로 양육한 딸이다.그 한편의 마수가 드디어 다른 한편으로 뻗친 것이다.
이 사실을 발견했을 때 리골레토는 한탄하며 통곡을 한다.그리고 관객들은 리골레토와 함께 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이것이 바로 베르디가 의도했던 것이다.
공작의 궁전안에서 납치된 딸을 찾던 리골레토가 질다를 발견했을 때,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진다.이 순간이 바오 이 오페라의 최대의 전환점이자 클라이맥스다.질다가 아버지를 보고 “나의 아버지”를 외쳤을 때,질다는 처음으로 광대 복장을 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되고,동시에 리골레토는 겁탈당한 딸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순간 두 부녀는 서로 눈앞이 캄캄한 이 때 상대방에게도 어떤 수치가 다가왔는지를 깨닫는다.아버지는 자신의 미천한 직업이 노출되는 부끄러움을 느낄 새도 없이 겁탈당한 딸의 비극을 보고,딸은 자신의 겁탈당한 모습을 아버지에게 들키는 부끄러움과 동시에 그동안 아버지가 얼마나 굴욕적인 삶을 살아왔는가를 알게 된다.오페라 사상 이보다 더 비참한 순간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오페라의 마지막에 리골레토가 시체가 들어있는 자루를 여는데,그것은 자기가 증오한 공작이 아니라 자기가 끔찍이도 사랑하는 그의 딸이었다.공작의 방탕한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한 자신의 딸이 그 파렴치한 남자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버린 것이다.이보더 더 아이러니한 순간이 있을까?리골레토는 인간 비극의 가장 처참한 예 중 하나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의 위대한 비극성을 원작자인 위고 자신도 미처 몰랐다는 점이다.사실 위고는 이 작품에 대해서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다.그런 그의 작품을 오페라로 만든 장본인이 바로 베르디다.
원작(환락의 왕)을 베네치아 무대에 올릴 때,지도자를 비하하고 신하가 왕을 시해하는 시도는 검열에서 걸릴 수 있는 문제였다.그리고 실제 검열에서 거론되었던 더 큰 문제는 외설이었다.그리하여 베르디와 대본가 피아베는 원작의 프랑스 궁정을 이탈리아로 바꾸고,있지도 않은 만토바 공작(당시 만토바는 후작이 통치했다)을 창조했다.
그리고 베르디는 타이틀 롤로 왕이 아니라 광대 리골레토를 전면에 내세워,남녀의 사랑보다 아버지의 처절한 비극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베르디는 이전에는 바리톤이라는 성부에 아버지 역할을 맡김으로써 아버지의 목소리를 내는 ‘베르디 바리톤’을 만들어 낸 것이다.그때까지 <나부코>,<포스카리의 두 사람>,<루이자 밀러>,<스티펠리오> 등에서 시험되던 베르디 특유의 아버지 캐릭터는 <리골레토>에서 금자탑을 이룬 것이다.
이렇게 베르디가 <환락의 왕>이란 작품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수정하면서 제목이 <리골레토>로 바뀌었는데,그렇게 바리톤을 내세울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베네치아에 당대 최고의 바리톤 펠리체 바레시가 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역사상 거의 모든 바리톤이 리골레토 역을 맡았다.
이것은 베르디 바리톤의 가장 대표적인 역할로써,리골레토는 베르디 바리톤이 되기 위해서는 누구나 거쳐야만 하는 통과의례였다.수많은 바리톤들이 <리골레토>를 부르면서 소리친다.그러나 제발 소리치지마라.<리골레토>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소리가 아니라 노래다.그들이 외치지 않아도 우리는 다 알아듣는다.그들의 절규를.....,왜냐하면 베르디가 이미 그렇게 써놓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오페라를 들을 때 가장 위대하게 여기는 것은 가수도 지휘자도 아니다.사실 베르디다.<리골레토>를 본 위고조차 이렇게 말했다.“이것이 나의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리골레토>는 베르디의 손끝에서 위대한 작품으로 완전히 새롭게 태어났던 것이다.
* 이탈리아 만토바(소르델로 광장)
< 주요 등장 인물들 >
만토바 공작 공국의 영주(테너)
리골레토 만토바의 궁정 광대(바리톤)
질다 리골레토의 딸(소프라노)
스파라푸칠레 살인 청부업자(베이스)
마달레나 스파라푸칠레의 여동생(콘트랄토)
조반나 질다의 하녀(소프라노)
마룰로 궁정의 신하(바리톤)
체프라노 백작(베이스)
체프라노 백작부인 체프라노의 부인(메조 소프라노)
<간단한 줄거리>
만토바 공작 성안에서 열리는 화려한 무도회.
만토바 공작은 소문난 바람둥이다. 애인 보르사를 옆에 두고 만토바는 교회에 다니는 아가씨에게도 관심을 보이고 체프라노 백작부인에게도 눈길을 보낸다.체프라노 백작은 질투심에 불타 공작의 어릿광대 리골레토의 익살에도 화를 내며 가버린다.
이때 마룰로가 나타나 사람들에게 말하길 불구인 어릿광대 리골레토에게도 아름다운 애인이 있다면서 웃는다.공작은 리골레토에게 체프라노 백작 부인을 손에 넣고 싶으니 백작을 쫓아달라고 하고,백작이 나타나 싸움을 걸자,리골레토가 나서서 말린다.백작부인의 아버지 몬테로네 백작도 공작에게 덤벼들다 만토바의 부하들에게 끌려나간다.
리골레토가 그것을 보고 비웃자,백작은 너도 언젠간 아버지의 노여움을 알게 될 날이 있을 것이라며 저주한다.리골레토는 딸 질다가 살고 있는 집으로 가 질다에게 당분간 거리로 나가지말라 당부하고 변장한 만토바 공작은 질다를 찾아와 발터라고 속이며 사랑을 고백한다.
복수심에 불탄 체프라노 백작은 질다가 리골레토의 애인인줄 알고 유괴하려 하는데 리골레토는 그들이 백작 부인을 찾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그 일에 가담해 돕는다.리골레토가 눈을 가리고 물구나무 서기를 하는 동안 그들은 질다를 유괴해서 사라진다. 나중에 발밑에 떨어진 손수건을 보고 리골레토는 질다가 유괴된 것을 깨닫는다.
다음날,공작은 유괴한 리골레토의 애인이 질다라는 것을 알고 그녀를 만나러 가고 사람들은 질다가 그의 딸이라는 것을 알고 놀라는 가운데 질다는 공작의 방에서 나와 리골레토의 품에 안긴다.
몬테로네 백작은 감옥으로 끌려가며 공작을 저주하고 리골레토도 질다를 유혹한 만토바에게 복수를 다짐한다.질다는 리골레토에게 공작을 용서해달라 빌지만 변장한 만토바가 두 사람 앞에서 암살자 스파라푸칠레의 여동생 마달레나를 유혹하자 상심한다.만토바의 변심을 확인한 질다는 그와 헤어질 준비를 하고 리골레토는 암살자에게 공작 살해를 의뢰한다.
하지만 스파라푸칠레에게 마달레나가 찾아와 공작을 살려 달라고 간청하자 스파라푸칠레는 처음 들어오는 손님을 죽여 공작의 시체를 대신하기로 마음 먹는다.남장을 한채 밖에서 몰래 이 사실을 엿듣고 있던 질다는 만토바 대신 죽기로 마음 먹는다.방안으로 들어오던 질다를 찌르고 자루안에 넣은 스파라푸칠레는 리골레토에게 공작의 시체라고 하면서 자루를 넘겨 준다.
의기양양하게 자루를 열어 본 리골레토는 자루안에서 다 죽어가는 딸 질다를 발견하고 고통스런 비명을 지른다.아버지 리골레토가 지켜보는 가운데 질다는 숨을 거두고 충격에 리골레토도 쓰러지고 만다.
* 죽은 질다를 안고 통곡하는 리골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