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서부 개척사 ]
영화 <서부개척사>는 당시 할리우드 최대 영화사였던 MGM에서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들을 총동원했던 대서사극으로써 다시는 기획조차 할 수 없다는 평이 돌았던 영화였습니다.(사진, 영화 마지막 부분. 고모 릴리스의 집으로 가는 재브 일가족)
촬영이 진행되면서 커지는 제작비 때문에 여러 차례 중단되기도 했다는 후문이 뒤따랐던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미국 서부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는지 다섯 개의 에피소드(강, 평원, 남북전쟁, 철도, 무법자)을 통해 광대한 서사극으로 펼쳐놓으면서 진행됩니다. 이 영화는 헨리 하사웨이, 존 포드, 조지 마샬 등 3명의 서부영화의 명감독이 참여하여 완셩했습니다. 먼저 하사웨이 감독은 강, 평원 무법자 에피소드를 담당했고, 포드는 남북 전쟁, 조지 마샬은 철도 에피소드를 담당했습니다.
특히 이 영화는 당시 내노라하는 유명한 배우들이 총출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우선 제임스 스튜어트와 그레고리 펙, 헨리 폰다, 존 웨인을 필두로 칼 말덴, 리처드 위드마크, 리 J. 콥, 엘라이 월락, 월터 브래넌, 조지 페퍼드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여배우로는 캐롤 베이커, 데비 레이놀즈,(사진, 대륙횡단 철도 건설 현장)
아그네스 무어헤드 등이 출연하고 있습니다. 내레이션은 원래 빙 크로스비가 맡기로 했으니 명배우 스펜서 트레이시로 대체 되었습니다. 스펜서 트레이시는 극중의 인물로 출연을 희망했으나 노령으로 대신 내레이션을 맡게 되었습니다.
극중에서 캐롤 베이커가 조지 페퍼드의 어머니 역으로 나오는데 실제 조지 페퍼드는 캐롤 베이커보다 3살이 많았습니다. 당시 53세였던 제임스 스츄어드는 극중에서 28세의 롤링스 역을 맡았습니다. 존 웨인은 헨리 하사웨이 감독의 에피소드에서 출연하고 싶어 했으나 존 포드 감독이 고집에 의해서 그가 연출한 ‘남북전쟁’ 에피소드에서 셔먼 장군으로 출연했습니다. 천하의 존 웨인이라 할지라도 감히 자기를 대배우로 키워준 사부이기도 한 존 포드의 말에 감히 거역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영화 <서부 개척사>는 와이드 스크린 시스템 중 하나인 시네라마를 사용해서 제작된 대표적인 영화로 영상을 확인해 보면 가운데는 움푹 들어가 있고 가장자리로 갈수록 폭이 커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사진, 시네라마 화면)
이는 시네라마의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3대의 영사기로 곡면 스크린에 투사하는 방식을 쓰기 때문입니다. 즉 오른쪽 영사기는 스크린의 왼쪽, 가운데 영사기는 가운데, 왼쪽 영사기는 스크린의 오른쪽에 나타나게 하여 곡면 스크린에 투사됨으로써 현장감을 생생하게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 개의 영상을 연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각 화면의 끝부분을 흐리게 만들어 표가 나지 않게 처리해야 했습니다. 때문에 고화질의 영상으로 보면 노출 차이도 느껴지고 연결 부분이 약간 부자연스러운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후 시네마스코프 등 하나의 필름을 와이드 스크린에 상영하는 기술이 등장하자 시네라마 역시 한 대의 영사기와 하나의 필름을 사용하는 쪽으로 선회했습니다.
이 시네라마 방식으로 1962년에 'The Wonderful World of the Brothers Grimm', 'How the West Was Won' 단 두 편의 극영화만 만들어졌습니다. 이유는 돈이 많이 들기도 했지만 위에서 얘기한대로 세 개 영상의 연결부를 정확히 맞추기 어렵고 밝기 또한 균일하게 조정하기 매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미국 서부개척시대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1839년부터 1889년까지 50년간의 기간입니다. 영화는 먼저 ‘강(오하이오 강)’ 에피소드로부터 시작됩니다. 1838년 이주민들이 원대한 꿈을 안고 본격적으로 서부로 이동하는 시기에 비버 사냥꾼 라이너스 롤링스(제임스 스츄어드 분)와 이주민 프레스콧(칼 말덴 분) 가족이 처음 만납니다.(둘째딸 릴리스)
롤링스는 여기서 프레스콧의 딸 이브(캐럴 베이커 분)와 사랑을 하게 되지만 각자의 여정이 달라 아쉽게 헤어집니다. 이후 롤링스는 무법자들의 손아귀에 걸려든 이브 가족을 구해주며 결국 롤링스와 이브는 결혼을 하게 됩니다.
1851년부터 시작되는 '평원' 에피소드는 백인들과 인디언들과의 대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프레스콧의 둘째 딸 릴리스(데비 레이놀즈 분)는 세인트루이스에서 노래를 부르며 극단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릴리스가 캘리포니아의 금 광산을 상속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 도박꾼 클리브 반 발렌(그레고리 펙 분)은 그녀에게 접근합니다. 마차를 타고 평원을 가로지르는 서부로 가는 긴 여정 속에서 클리브는 릴리스와 가까워집니다.
대규모 마차 행렬은 샤이엔 족들의 공격을 받게 됩니다. 릴리스와 클리브는 힘들게 광산에 도착하지만 그곳이 쓸모가 없어진 버려진 폐광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실망한 클리브는 릴리스와 헤어졌으나 두 사람은 시간이 흘러 여객선에서 우연히 만납니다. 도박을 하고 있던 클리브가 여객선 무대에서 노래하는 릴리스의 목소리를 들은 것입니다. 클리브는 릴리스와 결혼을 하고 새로운 꿈을 향해 샌프란시스코로 떠납니다.
이후 1861년에서 1865년 사이에 벌어졌던 ‘남북전쟁' 에피소드가 전개됩니다. 화면은 롤링스와 이브의 농장으로 이동하여 이브와 그의 아들 형제들을 비춰줍니다. 롤링스는 북군으로 전쟁에 참전한 상태이고 첫째아들 재브는 입대하려고 합니다. 이브는 남편을 전쟁터에 보내 뒤라 더욱 슬픔에 잠겨 재브를 전쟁터로 보냅니다. 전쟁은 재브가 생각과는 달리 피와 살이 튀기는 참혹한 현장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재브는 아버지 롤링스의 죽음을 확인합니다.
마침내 전쟁이 끝나고 재브는 집으로 돌아오지만 어머니도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남편 롤링스의 전사 소식을 접한 이브는 상심한 상태로 아들 재브가 돌아오기만을 학수고대 기다리다가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사진, 오하이오 강을 따라 서부로 가는 프레스콧 가족)
'철도' 에피소드는 1860년대 후반 대륙 횡단 철도가 건설되던 당시의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철도 회사와 인디언들 사이에 철도 건설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대립과 갈등을 그리고 있습니다. 재브는 북군의 장교로 철도 회사와 원주민 사이의 평화를 유지하려 애쓰지만 결국 인디언들이 자기네들의 땅을 떠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하는 것을 지켜보며 재브는 철도회사 간부 킹(리차드 위드마크 분)에 실망하며 그곳을 떠납니다.
'무법자' 에피소드는 1889년에 보안관이 된 재브가 그의 가족과 함께 릴리스 이모를 만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골드 시티의 열차역에서 재브 가족은 릴리스를 만나지만 동시에 재브와는 앙숙인 무법자 찰리 간트(엘라이 월락 분)와도 조우하게 됩니다. 재브는 골드 시티의 보안관 램지(리 J. 콥 분)에게 무법자 간트가 온 것을 알립니다.
이어서 금이 수송되는 기차를 탈취할 것을 의심한 재브는 램지의 도움을 받아 간트와 부법자들 일단들과 총격전을 펼친 끝에 모두 처치해버립니다. 마지막으로 재브 가족은 릴리스와 함께 애리조나에 있는 새로운 집으로 떠납니다.(사진, 전쟁터로 아들 재브를 떠나보내는 이브)
모든 에피소드가 끝나고 스펜서 트레이시의 내레이션을 통하여 들려주는 에필로그를 마지막으로 영화는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에필로그에서는 개척자들이 이룬 역사에 남긴 흔적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그들의 자손만대로 기억될 것을 강조합니다. 이어서 자유와 기회의 땅이 된 현재의 미국을 칭송하고 있습니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는 영국의 민요를 그들의 국민작곡가 본 윌리엄스가 편곡한 ‘푸른 옷소매, Green Sleeves"가 가사를 입혀 멋지게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광대하고 황량한 아리조나의 사막과 평원을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이 음악은 애잔한 그리움을 따뜻한 색채로 관객들의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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