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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열 컬럼, 수필

<한시산책>복사꽃 흐드러진 무릉도원(武陵桃源)을 꿈꾸며

작성자박영우|작성시간13.04.10|조회수726 목록 댓글 4

복사꽃 흐르는 무릉도원(武陵挑源)

 

도연명(陶淵明, 365~427)이 살았던 시절은 중국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시기 중 한 시대로, 정치는 문란하고 외적의 침입이 일상사였던 동진(東晉) 말기와 남북조(南北朝)이다. 탐관오리가 판을 치던 때로 학식과 능력이 있어도 출사하기 어려웠다. 그는 간신이 얻은 미관말직을 '쌀 5말(당시 도연명의 봉급)에 허세부리는 소인배에게 허리를 굽힐 수 없다.' 하여 낙향,  평생을 그가 심은 5그루 버드나무(그의 별호가 五柳先生임) 곁에서 자연을 벗하며 살았다고 한다. 무릉도원(武陵桃源) 이야기는 그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나오는데, 누구나 잘 아는 이야기지만 여기에 시 몇수 곁들여 간략히 소개한다.  

 

 

진(晉:삼국시대를 뒤이은 왕조)나라 시절(377-397), 무릉(武陵)에 한 어부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내를 따라 올라가다가 길을 잃고 말았다. 물가에는 복사꽃이 흐드러지고 향기가 흩날리는데, 꽃잎은 분분히 날려 시냇물을 따라 흘러가고 있었다. 한참 더 올라가니 작은 동굴이 보이고 그곳으로 부터 희미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동굴입구는 들어갈 때는 구멍이 아주 좁아 사람 하나 정도 들어갈 만하더니, 몇 십 발자국 나서자 시야가 훤하게 트여왔다. 너른 들판에 집들이 늘어서 있는데 기름진 전답이며 아름다운 연못, 뽕나무나 대나무 등이 눈에 들어왔다. 옛 모습대로 개와 닭 소리가 한가로이 들리고 사람들이 오가느데 남녀가 입은 옷이 모두 이국풍이다.

 

桑竹垂餘蔭(상죽수여음)   뽕나무 대나무 드리워져 그늘이 짙고

菽稷隨時藝(숙직수시예)   콩과 기장을 때에 따라 심는다.

春蠶收長絲(춘잠수장사)   봄에 누에를 쳐서 긴 명주실을 거두고

秋熟靡王稅(추숙미왕세)   가을에 곡식이 익어도 세금이 없단다.

(中略)

童孺縱行歌(동유종행가)   애들은 멋대로 길에서 노래하고

斑白歡游詣(반백환유예)   백발노인들도 즐겁게 놀러 다닌다.

草榮識節和(초영식절화)   풀이 자라나면 화창한 봄임을 알고

木衰知風(목쇠지풍려)   나무가 시들면 바람 찬 겨울임을 아노라.

 

이들의 선조는 진(秦) 통일기에 난을 피해 이곳으로 들어 온 후 다시 밖으로 나가지 않는 바람에 외부와 단절되었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이 대체 어느 시대냐고 묻기도 했다. 진시황 이후 한(漢)나라나 그후 위진(魏晉)시대가 온 것도 알지 못했다. 어부는 술과 음식을 대접받고 며칠을 즐겁게 지내다 돌아오게 되는데, '바깥 세상에는 알리지 말아달라' 는 부탁을 받는다. 고을로 돌아와 태수에게 자초지종을 고했더니, 태수는 사람을 보내 오던 길을 되짚어 표식을 더듬어 나가게 했으나, 다시 그 길을 찾아내지는 못했다고..

 

借問游方士(차문유방사)   묻노니 세속에서 노니는 선비들이여

焉測塵外(언측진효외)   번거로움과 시끄러움이 없는데를 아시는가.

願言輕風(원언섭경풍)   바라건대 사뿐이 바람을 타고서

尋吾契(고거심오계)   높이 올라 나의 이상향을 찾으려 하노라.

(도연명의 桃花源記 중) 

 

五柳선생은 그가 꿈꾸던 무릉도원은 찾지 못했지만 오두막을 지어놓고 가끔 찾아오는 지인이나 제자들과 어울려 시를 읊고 술한잔 기울리는 것으로 만족한 듯하다. 도연명의 시 '술을 마시며(飮酒),

 

結廬在人境(결려재인경)  사람들 사는 곳에 띠풀을 엮어 오두막을 짓고 살아도

而無車馬喧(이무차마헌)  (날 찾는) 수레나 말발굽 시끄러운 소리 없더라

問君何能爾(문군하능이)  그대는 어찌 그럴 수 있겠는냐 묻겠지만

心遠地自偏(심원지자편)  마음이 멀어지면 사는 데도 구석지게 마련이라네

採菊東籬下(채국동리하)  동쪽 울밑에서 국화꽃을 따며(국화주를 만들려?)

悠然見南山(유연견남산)  여유롭게 유유히 남산을 바라본다

山氣日夕佳(산기일석사)  산의 풍광은 저녁 해질녘이 더욱 아름다워

飛鳥相與還(비조상여환)  나는 새들도 서로 쌍쌍이 돌아온다

此中有眞意(차중유진의)  이런 자연 속에 참다운  삶의 뜻이 있으니

欲辨已忘言(욕변이망언)  말로 표현하려 해도 이미 할 말을 잊었노라 

 

이백(李白, 701~762 盛唐)의 말대로, 도연명은 평소에 쓰고 다니던 갈건(葛巾)을 벗어 술을 거르고, 줄없는 거문고를 두드리며 시를 읖조렸다고 한다. 비록 띠풀을 엮어 지은 오두막이었지만 그곳이 그의 '무릉도원'이 아니었겠는가.  도연명을 흠모했던 이백의 산중문답(山中問答)은 또 다른 도화원기(桃花源記)라 할 수있다.

 

問余何事棲碧山 (문여하사서벽산)   푸른 산중에 왜 사느냐 내게 물으나 

笑而不答心自閑 (소이부답심자한)   대답없이 빙그레 웃으니 마음이 한가롭구나

桃花流水杳然去 (도화유수묘연거)   복사꽃 물에 흘러 아득히 떠내려가니

別有天地非人間 (별유천지비인간)   인간 세상이 아닌 별천지라네

 

 

꿈속처럼 홀연히 피었다가 금새 사라지는 복사꽃과...

 

봄은 왜 그리 빨리 왔다 가는지, 온세상을 뒤덮을듯 흐드러지게 피는 복사꽃, 살구꽃은 며칠도 못가서 스러지는지... 이백과 거의 동시대를 살았던 최호(崔護)의 도성밖 남쪽마을(題都城南莊)이란 제목의 시에는 사연이 있다. 

 

去年今日此門中(거년금일차문중)   지난해 오늘 이 집 문안에는
人面桃花相映紅(인면도화상영홍)   복사꽃보다 더 고운 사람 있었지
人面不知何處去(인면부지하처거)   지금 그 사람은 어디가고 없는가
桃花依舊笑春風(도화의구소춘풍)   복사꽃만 옛처럼 봄바람에 웃고 있는데

 

*어느 화창한 봄날 최호는 혼자 성의 남쪽 마을을 거닐다가 복사꽃이 만발한 집을 발견하고 물을 마시려고 문을 두드렸다. 한 젊은 여인이 나와 물을 가져다 주는데, 복사꽃 처럼 화사한 자태를 지니고 있었다. 다음 해에 그 집을 다시 찾았으나 그 여인이 없기에 실망하고는 위와 같은 시를 써서 대문에 붙이고 돌아온다. 며칠 후 그 집을 다시 찾으니 친척집에서 돌아온 그 여인, 시를 보더니 다시 만날 수없음에 몸져 누었다가 오늘 죽었다는 것이다. 최호는 누어있는 여인을 보고 "나 여기 왔오." 하고 울부짖으니 다시 살아났다고 한다.

(蛇足 :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최호라는 이가 대단한 미남의 귀공자였다는 사실...)

 

조선 선조대의 여류시인 허난설헌(許蘭雪軒, 1568~1589)의 봄바람(春風), 지는 살구꽃에 시름이 가득,

 

春雨暗西池(춘우암서지)   봄비가 서쪽 연못에 자욱하니
輕寒襲羅幕(경한습라막)   가벼운 한기 비단 휘장 안으로 스민다
愁倚小屛風(수의소병풍)   시름겨워 작은 병풍에 몸 기대어 서니
墻頭杏花落(장두행화락)   담장 머리에서는 살구꽃이 지누나
.

 

역시 조선의 숙종대 윤홍찬(尹弘燦)의 봄비(春雨)는 여성적인 섬세한 애수마져 감돈다.
 

柳色雨中新(유색우중신)  버들 빛은 비맞아 새로워지는데

桃花雨中落(도화우중락)  복사꽃은 비속에 떨어지누나
一般春雨中(일반춘우중)  똑같은 봄비 가운데에도
榮悴自堪惜(영췌자감석)  피고 지는 것이 애처롭구나

 

 

살구꽃 핀 마을(杏花村)에서 한잔

 

우리나라에 두목지(杜牧之)로 더 잘 알려진 당나라 후기(晩唐) 멋쟁이 시인 두목(杜牧, 803~853)의 淸明이라는 시 한수 붙이려니 괜시리 목이 타네^^.

 

淸明時節雨紛紛(청명시절우분분)  청명 절기라 비가 부슬부슬 내리니

路上行人欲斷魂(노상행인욕단혼)  길 가는 행인 기분이 울적해져

借問酒家何處在(차문주가하처재)  술집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니

牧童遙指杏花村(목동요지행화촌)  목동이 멀리 살구꽃 핀 마을을 가리키네

 

*중국에는 산지사방에 '杏花村' 또는 '杏花村酒家' 란 술집이 성업중인데 서로 자기가  두목의 시에 나오는 본가라 주장한다고.. 필자의 견문이 짧아 우리나라에서  '杏花村酒家' 이란 술집은 아직 못 봤는데 아시는 분 있으면 연락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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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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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정길행 | 작성시간 13.04.10 행,,杏,,은행나무 행, 살구행,껍질을 깐 알맹이를 "杏仁" 이라 하여 한약재로 쓰이지요.중국인들이 지금도 의사를 좋게 부를때 "杏林 "이라 부르는 이유지요.박옹이 애타게 杏花村 술집을 찾으시는데,,,杏堂洞 무학여고 앞에 가서 찾으옵소서(杏花村)...술집 발견하시면 연락 주쇼,,,즉각 뛰처나가리다...
  • 작성자박영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4.11 행화촌(杏花村)이란 지명이 경북 영천과 칠곡 두곳 확인되었고요. 서울 명동, 수원 그리고 부산에 행화촌이란 이름의 중국집 성업중. 중국집에서 술을 못 먹는 건 아니나 순수한 술집은 아니네요 -_-;;
  • 작성자정길행 | 작성시간 13.04.11 명동 워디 ? 바로 집합명령 발령하시요.변공도 끼면 좋겠지요...안주는 두가지 뿐입니다. (누룽지 탕 + 동파육 )
  • 답댓글 작성자박영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4.11 맛집 사이트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soso941&logNo=10135326759
    한번 들어가 보슈. 그냥 평범한 중국집인디 동파육도 있다네유
    위치는 중앙우체국과 중국대사관 중간 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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