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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열 컬럼, 수필

<한시산책>어머니란 말만 들어도.-_-;;

작성자박영우|작성시간13.05.03|조회수499 목록 댓글 0

어머니란 말만 들어도...

 

이제들 환갑 진갑이 다 지난 나이가 되었으니 어머니가 살아계시지 않는 경우가 더 많으리라. 공자님도 '자식이 효도하려 해도 어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子欲孝而親不待).' 고 말씀하셨으니...  어머니가 생존해 계시건 아니건 간에, 나이살이나 먹은 지금도 어머니란 말만 들어도 눈물이 핑 도는건 어쩔 수 없는 일. 필자도 남자지만 양친 중엔 아버지보다 어머니에게 더 애틋한 사랑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고려 가사중에 '호미도 날이지만은 낫과 같지는 않다' 고 어머니의 사랑을 더 높이 보지 않았는가.

 

 

우선 당나라 초기의 시인, 맹교(孟郊, 751~814)의 '길 떠나가는 아들(遊子吟)' 이란 제하의 시부터 감상해 보자.

 

慈母手中線(자모수중선)  자애로운 어머니 손안의 바느질 실로

遊子身上衣(유자신상의)  길 나서는 자식의 윗옷을 꿰매신다

臨行密密縫(임행밀밀봉)  길 떠남에 앞서 촘촘히 기우시는 것은

意恐遲遲歸(의공지지귀)  혹시 더디 돌아올까 염려하신 까닭이라오

誰言寸草心(수언촌초심)  누가 말했나, 한 치 풀같은 자식의 마음으로

報得三春暉(보득삼춘휘)  봄볕같은 어머니의 은혜에 보답할 수 있다고

 

딸들의 경우는 또 다른 회한과 애틋함이 있는듯 하다. 효녀로도 널리 알려진 신사임당(申師任堂, 1504-1551)의 '눈물로 어머니와 혜어지며(泣別慈母)',

 

慈母鶴髮在臨瀛(자모학발재임영)  백발의 어머니를 강릉에 남겨두고

身行長安獨去情(신행장안독거정)  이 내몸 홀로 서울로 떠나가는 마음

回首北村時一望(회수북촌시일망)  머리 돌려 고향 쪽 북촌을 바라보니

白雲飛下暮山靑(백운비하모산청)  흰구름 감돌아 내리는 저녁 산은 푸르기만 하다

 

어머니의 백발을 학의 머리(鶴髮)로 표현한 게 특이하고, 저무는 산위를 떠도는 흰구름 조차도 어머니의 머리칼을 연상케 하는 듯한 구절에서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로 대관령을 넘어가는 사임당의 고뇌가 눈앞에 선하다. 그녀의 또 다른 사모곡 한수 더,

 

沙上白鷺恒聚山(사상백로항취산)  (경포대) 모래톱엔 백로 모여들었다 흩어지고

波頭漁艇各西東(파두어정각서동)  파도 위 고깃배는 동으로 서로 떠나가는 곳

何時重踏臨瀛路(하시중답임영로)  언제나 다시 고향 강릉 길을 밟아

更着斑衣膝下縫(갱착반의슬하봉)  색동옷 입고 어머니 슬하에서 바느질 할꼬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에서 결사항전을 주장했던 삼학사 중의 한분인 오달제(吳達濟, 1609-1637)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면서  '어버이 생각(思親)' 이란 시를 어머니께 바친다.. 

風塵南北各浮萍(풍진남북각부평)   바람속 먼지처럼 남북으로 떠도는 부평초 신세
誰謂相分有此行(수위상분유차행)   이번 길이 아주 헤어지는 길이라 누가 말했나요
別日兩兒同拜母(별일량아동배모)   떠나던 날 두 아들 어머니께 함께 절했지만
來時一子獨趨庭(내시일자독추정)   돌아 올 땐 한 자식만 마당을 서성이겠지요


已負三遷敎(절거이부삼천교)    삼천지교 어머님 가르침을 떨치고 떠나는 자식
泣線空巷寸草情(읍선공항촌초정)   혼자 남아 바느질하며 자식 걱정에 눈물지을 어머니
關塞道修西景暮(관새도수서경모)   국경은 닫히고 길도 바뀌고 서산에 해 지는데
此生何路再歸寧(차생하로재귀녕)   어느 길로 무사히 돌아와 어머니를 뵐 수 있을까


실제로 오달제를 비롯한 삼학사들은 인조가 청 태종에게 항복하자 척화신(斥和臣)으로 선양[瀋陽]으로 잡혀가 참형(斬刑)되다.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 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달토록 고생하시네...." 은 양주동 선생이 작시하고, 이흥렬 님이 작곡하신 '어머니 마음' 이란 노래 가사다. 그 옛날 어머니날에는 언제나 불렀던 추억의 노래인데, 이 가사가 조선 초기에 왕실에서 간행된 불교경전인 부모은중경(經)이 원전이라고 한다. 

 

臨産受苦恩(임산수고은)   낳으실 때 고생하신 은혜

乳哺養育恩(유포양육은)   젖을 먹여 길러주신 은혜

回乾就濕恩(회건취습은)   젖은 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여 주신 은혜

洗濯不淨恩(세탁부정은)   더러운 데를 깨끗하게 씻어주신 은혜

懷眈守護恩(회탐수호은)   자식으로 뱃속에 받아주고 지켜주신 은혜

究竟憐愍恩(구경연민은)   끝없이 자식을 걱정해 주시는 은혜

 

 어머니 마음 / 양주동 시 / 이흥렬 곡 / 김치경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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