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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열 컬럼, 수필

<한시산책> 가을, 단풍으로 물드는데..

작성자박영우|작성시간14.11.02|조회수397 목록 댓글 1

가을을 읊은 시 한수

 

 

風擦蕭瑟(한풍찰안소슬이)

君兩甚思(온군양검심사시)

靑葉染丹麗其(청엽염단려엽면)

欲藏戀夢靜其(욕장연몽정기리)

 

아시다시피, 漢詩는 내용에 앞서 그 틀을 이루는 하드웨어가 중요합니다. 우선 ( : 같은 中聲+終聲)이 없는 한시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7言詩에는 1, 2, 4째 구 끝자에 압운(押韻)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서는 (이), (시)와  (리)가 이에 해당됩니다.

 

그 다음에는 역시 대구(對句)를 들 수 있지요. 7언시의 경우, 첫 구와 둘째 구가 꼭 대구를 이룰 필요는 없으나,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없는 거 보다야 훨 낫겠지요. 여기에선 '차가운(寒)'과 '따뜻한(溫)'이,  '얼굴(顔)'과 '뺨()'이 대구를 이루고 있네요. 그리고 3째 구와 4째 구는 반드시 대구를 써야 하는데 끝자인 面(거죽)과 裏(속)이 대구를 이루고 있습니다. 더욱이 '빨갛게 물듬(染丹)'과 '사랑의 꿈(戀夢)'도 잘 어울리는 편이 아닌가요.

 

마지막으로 필자는 어려운 한자가 많이 들어 간 시는 좋게 봐줄 수 없습니다. 옥편을 찾는 동안 시의 맛이 다 달아나기 때문이지요^^.  이 시에서 좀 어려운 한자는 '뺨 (검)' 정도가 아닐까 사료됩니다만..

 

우리말 새김

 

눈치 빠른 님들은 벌써 아시리라 믿습니다만,  굳이 우리 말로 새기면

 

찬 바람이 싸늘하게 얼굴을 스치면

따스하던 너의 두뺨이 몹시도 그리웁구나

푸르던 잎 단풍으로 곱게~ 물들면

그 잎새에 사랑의 꿈 고이 간직하렸더니..

 

낙엽따라가버린사랑...wma

 

  

단풍을 노래한 옛님들의 시

 

遠上寒山石徑(원상한산석경사) 

쌀쌀한 산을 멀리서 오르노라니 돌길은 가파르고

白雲生處有人(백운생처유인가) 

흰구름 피어 오르는 곳에 인가가 보이는구나

停車坐愛楓林晩(정거좌애풍림만) 

수레를 세우고 앉아 늦은 단풍숲을 즐기니

霜葉紅於二月(상엽홍어이월화) 

서리 내려앉은 단풍이 이른 봄 꽃보다 붉어라

 

가을을 읊은 시로 널리 회자되고 있는 두목(杜牧, 803~852 )의 山行, 마지막 구절 '霜葉紅於二月花(서리맞은 단풍잎이 봄 꽃보다 붉어라)'가 이 시의 백미라 할까요. 여기서 1, 2, 4구의 (사), (가), (화)로 압운한 걸 알 수 있지요. 그리고 굳이 대구를 살펴보면 3구의 '늦은 단풍숲(楓林晩)' 과 '이른 봄 꽃(二月花)' 를 들 수 있겠네요. (두목은  이백과 두보의 적통을 잇는 당나라 후기(晩唐) 정치가 겸 문장가로 이상은(李商隱, 812~858)과 더불어 작은 이백, 두보라는 뜻의 소이두(小李杜)라는 별칭까지 있는 서정시인이지요.) 

  
秋雲漠漠四山 (추운막막사산공)

가을 구름 아득하고 온산은 비었는데

落葉無聲滿地(낙엽무성만지홍)

낙엽은 소리 없이 땅 가득 붉구나
立馬溪橋問歸路(입마계교문귀로)

개천 위 다리에 말 세우고 돌아갈 길 묻는데

不知身在畵圖(부지신재화도중)

이 내 몸이 한 폭 그림 속에 든 줄을 몰랐구나. 

조선을 설계한 정도전(鄭道傳, 1337-1398)의 '김거사의 들집을 방문하고(訪金居士野居)'. 이 시는 당나라 시절에 쓰여진 서정시(唐詩)를 연상케 하듯 한 폭의 산수화 같습니다. 여기에서도, 1, 2, 4구의 마지막 자에 압운이 되었네요. 그런데 對句는 오히려 1, 2 구에 있어, '
가을 구름(秋雲)'과 '낙엽(落葉)', '아득함(漠漠)'과 '소리없음(無聲)' 그리고 '온 산(四山)'과 '땅 가득(滿地)'이 잘 어울리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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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류영철 | 작성시간 14.11.02 한 밤에 섹소폰연주에 단풍에 관한 좋은 글을 읽으니 아주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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