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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열 컬럼, 수필

<한시산책>유명 사찰의 기둥에 쓴 글씨(柱聯)

작성자박영우|작성시간11.08.18|조회수1,128 목록 댓글 5

기둥에 쓴 글씨, 주련(柱聯)

 

서양에서는 기둥을 조각과 무늬로 장식했다면 동양에서는 좋은 내용의 글씨를 써넣거나 새겨 놓았다. 궁궐에서는 나라의 안녕과 왕실의 융성을 위한 글귀가, 班家나 사대부 집에는 修身齊家나 면학을 독려하는 문구가, 그리고 누각이나 정자에는 자연을 노래한 시들이 쓰여저 있다. 이런 기둥글씨(柱聯)가 많기로는 사찰을 따를 곳이 없는데 대개 부처님의 법어나 고승 선사들의 명구들이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간혹 멋진 詩句들도 있음에 몇수를 골라 원문 글씨와 한글 새김을 함께 여기에 붙인다. 사찰의 기둥글씨는 대개 명필들이 쓴 것으로 예술성이 높은 것이 많으며, 正字체인 해서 보다는 반흘림 글씨인 행서 또는 반초서(행초서)가 주류를 이루며 예서체도 종종 눈에 띈다 

 


기림사 매월당 영당(경주 함월산) 기둥글씨

 

乍晴還雨雨還晴 天道猶然況世情 사청환우우환청 천도유연황세정

譽我便應還毁我 逃名却自爲求名 예아변응환훼아 도명각자위구명

花開花謝春何管 雲去雲來山不爭 화개화사춘하관 운거운래산불쟁

寄語世人須記認 取歡無處得平生 기어세인수기인 취환무처득평생


잠깐 맑았다가 비가 오더니 다시 또 개었네. 하늘의 道도 이렇거늘 하물며 세상의 물정이랴
나를 칭찬하더니 다시 또 나를 헐뜯고, 명예를 피하는가 하더니 도로 이름을 구하구나.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봄이 어찌 다스리며, 구름이 오고 가는 것을 산은 다투지 않네.
세상 사람들에게 말하노니 꼭 기억하라. 어느 곳에서나 즐겨함이 평생의 득이니라.

 

이 주련은 "우에서 좌"가 아닌 "좌에서 우"로 읽어야 한다(글쓴이 모름).

매월당 김시습의 사청사우(乍晴乍雨 : 잠시 개었다가 다시 비가 오네)라는 詩로서 동문선에 실려 있다.


 

 

축서사 심검당(경북 봉화)  


雲山說有千萬事 운산설유천만사                           

海天廣茫本無言 해천광망본무언                            

黃鶯上樹千里目 황앵상수천리목                           

鶴入田地心豊富 학입전지심풍부                           

色求有色還非實 색구유색환비실                           

心到無心始乃明 심도무심시내명                           

 行李整收方丈入 행리정수방장입                           

天雲散盡日輪晴 천운산진일륜청 

                               

구름뫼에서 천만가지  법문을 설하였으나,                                

하늘과 바다는 넓디 넓어 본래 말이 없구나.                                 

꾀꼬리 나무에 오르니 천리를 보는 눈이요,                                 

학이 밭에 드니 마음이 풍요롭도다.                                

색을 구한다면 색은 있으나 실체가 없고,                                

마음이 무심에 이르러야 비로소 밝아진다.                                 

행장을 거두어서 방장에 드니,                                 

하늘에 구름이 걷히고 해가 밝게 빛나구다.

 

이 글의 원전과 글쓴이를  찾지 못했으나 시의 내용도 훌륭하고 글씨도 참으로 멋드러지다(추사체 풍의 느낌도..).

같은 글의 주련이 하동 삼신산 쌍계사 청학루에 있고, 5~6연과 같은 글이 김천 불령산 청암사 부조전 석주도에 있다고..

 


 

미황사 청운당 (해남 달마산)

  

          

 朝走西來暮走東 조주서래모주동                          

人生恰似採花蜂 인생흡사채화봉                          

採得百花成蜜後 채득백화성밀후                          

到頭辛苦一場空 도두신고일장공                          

但能一念歸無念 단능일념귀무념                          

高步毘盧頂上行 고보비로정상행                               

 

사방으로 밤낮없이 분주히 오가는                               

인생은 마치 꿀을 찾는 벌과 같네.                               

온갖 꽃을 찾아 꿀을 모은 후에는                               

오히려 그 쓴 고생은 한바탕 허무함 뿐이네.                               

다만 한 생각 無念으로 돌아가서,                               

비로자나불의 위로 높은 걸음을 걸으리라.

 

기둥글씨(柱聯)에 잘 쓰지 않는 예서체 풍의 글씨로 글쓴이는 찾지 못했다.

1~4연은 중국 지공선사(誌公禪師)의 권세가(勸世歌)로 전해오는 중국 민간 전승시가의 일부이다. 청나라 때의 실명시인이 지은 성세가(醒世歌:세상을 깨우치는 노래)라는 시가 또한 자구는 다르나 같은 내용으로 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후기의 문신인 황택후(黃宅厚 1687∼1737) 선생의 문집인 화곡집(華谷集)에, 古人有詩曰 採得百花成蜜後 不知辛苦爲誰甜(이에 옛사람이 남긴 시에 이르기를,~~ ~~ )이라는 문구를 보아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시기에 이 시가가 전해 온 것으로 보인다.

5,6연은 금강경 정신희유분 제6(正信希有分 第六)에 대한 야보 송(冶父 頌)의 일부이다. 출전은 함허당(涵虛堂) 득통(得通) 대사의 금강경오가해설의에 있다.

 


 

미황사 향적당 (해남 달마산) 

 

                                                       (글 쓴이는 현대 서예가 석연 이승연)

 



 

1~4연의 출전은 석씨계고략(釋氏稽古略)으로 무착문희대사가 문수보살을 친견한 선화에서 균제동자가 무착대사에게 전한 게송으로서 원전은 불조역대통재(佛祖歴代通載)인데, 원전과 주련글 사이에는 몇자의 글자 차이가 있다.

5~6연은 조선 후기 고승 연담(蓮潭, 1720~1799)의 문집 연담록에 실린 시학인(示學人 배우는 이에게 알려 줌)이란 제하의 시의 일부이다(연담록은 이곳 미황사에서 판각됨)

 

 

 

용문사 영남제일강원(예천 소백산)

 

 [맥문 장육]  홍경 장육(弘經 藏六, 1899~1971)스님의 글씨이다.

  

漢武玉堂塵已沒 한무옥당진이몰               

石崇金谷水空流 석숭금곡수공류               

光陰乍曉仍還夕 광음사효잉환석               

草木纔春卽到秋 초목재춘즉도추               

處世若無毫末善 처세약무호말선              

死將何物答冥侯 사장하물답명후   

            

當初將謂茅長短 당초장위모장단               

燒了元來地不平 소료원래지불평

 

한무제의 궁궐은 이미 티끌이 되었고                       

(대부호) 석숭의 별장에도 쓸쓸히 물만 흐르네                      

세월은 빨라 새벽이다 싶으면 이내 저녁이 되고                       

초목은 겨우 봄인 듯 한데 어느덧 가을이 되고마니                       

세상을 살면서 털끝만한 선행도 못하면                       

죽어서 염라대왕에게 무어라 대답하리.       

               

처음엔 띠가 들쑥날쑥 자라난 것이리라 말했는데,                       

불에 다 타고나니 원래 땅바닥이 고르지 않았구나.

 

1~6연의 원작은 당나라의 문인 설봉(薛逢)의 도고(悼古)라는 詩이다. 원작과 주련글의 전체적인 흐름은 비슷하나 글자의 차이가 있는데, 이는 옮길 때  착오나 아니면 일부러 우리에게 맞도록 개작한 건 아닐지..

7~8연은 송나라의 대혜보각선사어록(大慧普覺禪師語錄)에 실린 글로서 고려 때의 선문염송집에도 인용되어있다.

출처 : http://blog.naver.com/wave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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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정종선 | 작성시간 11.08.19 앞으로 절에 가면 기둥에 새긴 글귀를 눈여겨 봐야.........
    하긴 까막눈이 봐야 뭘 하겠냐마는~~~
  • 작성자여림 | 작성시간 11.08.19 박형!
    매월당 김시습의 사청사우 잠시 가져가서
    내년 봄에 한번 사용하겠사오니 허락해 주소서...
    행,초서로 멋지겠습니다...감사!
  • 작성자여림 | 작성시간 11.08.19 박형!
    매월당 김시습의 사청사우 잠시 가져가서
    내년 봄에 한번 사용하겠사오니 허락해 주소서...
    행,초서로 멋지겠습니다...감사!
  • 작성자박영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8.19 가져가시지요. 전박! 어차피 나도 모처에서 거져온 거니까요
  • 작성자변호정 | 작성시간 11.08.19 하늘의 道 도 이러한져 하물며 세상무정이야... 이렇게 흠잡을데 없는 고매한 김시습샘도 이러저리 올렷다내렷다 질건질건 씹히니.. 하찮은 변이야 도마위에서 난도질로 걸레가...됩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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