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의 사소한 발단
엄청난 사건도 첨엔 사소한 일로 시작되는 경우가 있는데
부부싸움은 더욱이 사소한 발단으로 시작되는 일이 많지요
노령연금을 신청 하러 갔는데..
담당 여직원이 나이를 알기 위해 운전면허증이 필요하다고 했지.
난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고는 지갑을 집에 두고 온 것을 알았어.
미안하다고 하면서 다시 집에 가서 가져 와야겠다고 했지.
그 여자는 이렇게 말하더군,
"상의 단추를 열어보세요"
상의 단추를 열자 하얗게 센 가슴털이 보였어.
"그 백발 가슴 털로 나이를 충분히 증명하였읍니다"
하며 바로 연금 신청을 접수해 주었지.
난 집에 와서 흥분하면서 그 일을 아내에게 말해 주었어.
아내는 이렇게 말하더군,
"차라리 아랫바지를 내리지 그랬어요.
그럼 장애인 연금도 받을 수 있었을텐데..."
그래서 부부싸움은 시작되었어.
난 아내에게 물었어,
"여보 우리 결혼기념일엔 어디 가고 싶어?"
난 아내가 고마워 하며 즐거워 하는 모습을 상상했어.
아내는 이렇게 대답했어,
"오랫동안 가보지 못한 곳에 가고 싶어"
그래서 나는 농담삼아 말했지,
"부억에 가 보는 건 어때?"
당연히 싸움이 시작되었지.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조용히 옷을 입고 낚시대를 챙겨
소나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차를 몰고 밖으로 나갔지.
바람도 엄청나게 불어서 라디오를 켰더니
날씨가 하루 종일 나쁠거라네.
그래서 난 집으로 돌아와 조용히 옷을 벗고 침대로 슥 들어갔어.
아내의 등을 끌어안고 이제 좀 다른 기대를 가지고 속삭였지
"밖에 날씨가 정말 나빠"
나의 사랑스런 아내는 이렇게 대답하더군"
"자기는 이 멍청한 양반이 이런 날씨에 낚씨간 걸 믿을 수 있어?"
그래서 전투가 시작되었어.
아내가 옷을 벋은 채 거울을 바라보면서 나에게 말했어
"기분이 별로야! 늙어 보이고 뚱뚱하고 못생겼어.
당신이 나한테 좀 좋은 소리 좀 해줄 수 있어?"
나는 대답했지,
"음... 그래도 당신 시력은 옛날 그대로야."
그래서 되게 맞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