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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열 컬럼, 수필

잠시 쉬어가며--부부싸움의 발단

작성자박영우|작성시간11.09.02|조회수173 목록 댓글 0

부부싸움의  사소한 발단

 

 

엄청난 사건도 첨엔 사소한 일로 시작되는 경우가 있는데

 

부부싸움은 더욱이 사소한 발단으로 시작되는 일이 많지요 

 

 

 

 

노령연금을 신청 하러 갔는데..


담당 여직원이 나이를 알기 위해 운전면허증이 필요하다고 했지.
 

난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고는 지갑을 집에 두고 온 것을 알았어.
 

미안하다고 하면서 다시 집에 가서 가져 와야겠다고 했지.
 

그 여자는 이렇게 말하더군,
 

"상의 단추를 열어보세요"

 

상의 단추를 열자 하얗게 센 가슴털이 보였어.
 

"그 백발 가슴 털로 나이를 충분히 증명하였읍니다"

 

하며 바로 연금 신청을 접수해 주었지.
 

난 집에 와서 흥분하면서 그 일을  아내에게 말해 주었어.
 

아내는 이렇게 말하더군,
 

"차라리 아랫바지를 내리지 그랬어요.

 

 그럼 장애인 연금도 받을 수 있었을텐데..." 

 

그래서 부부싸움은 시작되었어.

 

 

 

난 아내에게 물었어,

 

"여보 우리 결혼기념일엔 어디 가고 싶어?"
 

난 아내가 고마워 하며 즐거워 하는 모습을 상상했어.
 

아내는 이렇게 대답했어,
 

"오랫동안 가보지 못한 곳에 가고 싶어"
 

그래서 나는 농담삼아 말했지,

 

"부억에 가 보는 건 어때?"

 

당연히 싸움이 시작되었지.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조용히 옷을 입고 낚시대를 챙겨 

 

소나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차를 몰고 밖으로 나갔지.

 

바람도 엄청나게 불어서 라디오를 켰더니
 

날씨가 하루 종일 나쁠거라네.
 

그래서 난 집으로 돌아와 조용히 옷을 벗고 침대로 슥 들어갔어.
 

아내의 등을 끌어안고 이제 좀 다른 기대를 가지고 속삭였지
 

"밖에 날씨가 정말 나빠"
 

나의 사랑스런 아내는 이렇게 대답하더군"

 

"자기는 이 멍청한 양반이 이런 날씨에 낚씨간 걸 믿을 수 있어?"

 

그래서 전투가 시작되었어.

 

 

 

 

아내가 옷을 벋은 채 거울을 바라보면서 나에게 말했어
 

"기분이 별로야! 늙어 보이고 뚱뚱하고 못생겼어.
 

당신이 나한테 좀 좋은 소리 좀 해줄 수 있어?"
 

나는 대답했지,

 

"음... 그래도 당신 시력은 옛날 그대로야."


 그래서 되게 맞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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