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들 사이에 어찌 우정이 없으리오마는 역시 사내들의 사귐이 더 깊고 울림이 큰듯 하다. 우리나라엔 조선 중기 오성과 한음의 끈끈한 우정이 있었고, 중국 춘추시대엔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의 사귐이 지금까지도 인구(人口)에 회자되고 있다(管鮑之交). '지음(知音)'의 고사로 유명한 진(晉) 나라 거문고의 명인 백아(伯牙)는 그의 연주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알아주는 벗 종자기(鐘子期)가 죽자 더 이상 의미가 없다하여 거문고 줄을 잘라 버리지 않았는가(伯牙絶絃).
사내들 사귐엔 역시 술이
주선(酒仙)이라 불리는 이백(李白, 701~762 唐)에겐 더불어 대작할 벗들이 무척 많았던듯 하다. '벗과 만나 함께 묵으며(友人會宿)'란 제하의 시,
滌蕩千古愁(척탕천고수) 천고의 시름을 씻어버리려고
留連百壺飮(류련백호음) 연이어 백병의 술을 함께 마셨네
良宵宜淸談(량소의청담) 이 좋은 밤 명리를 떠난 얘기 나누자니
皓月未能寢(호월미능침) 밝은 달도 아직 잠들지 못하고 있구나
醉來臥空山(취래와공산) 취하여 빈 산에 누우니
天地即衾枕(천지즉금침) 천지가 바로 이불이요 베개로구나
한시엔 대체로 4줄 짜리 절구(絶句)와 8줄 짜리 율시(律詩)가 주된 형식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시는 특이하게도 6줄 짜리이다. 이것이 오히려 자유분방한 이백에게 더 어울리는 듯도 하다. 그래도 짝수 구 마지막 자의 운(韻)은 맞추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다음 시 역시 그의 작품으로 '산속에서 그윽한 벗과 한잔(山中與幽人對酌)'을 감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