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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돌

한시小考(2) - 한시의 맛은 역시 대구(對句)

작성자박영우|작성시간14.10.08|조회수584 목록 댓글 0

詩人墨客들 전유물이던 대구(對句)

 

옛적 선비나 詩人墨客들의 전유물이었던 '대구(對句)' 란 고상한 용어(?)가 이제 와선 적잖게 변질된 거 같습니다. "대구도 없냐?" "어른에게 꼬박꼬박 말대구야!"  등, 일상화되고 평가절하된 듯합니다. 그러나 한시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요소가 바로 대구가 아닌가 합니다. 즉, 운을 다는 것(押韻)을 하드웨어라 친다면, 대구(對句)는 소프트웨어에 해당된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따라서 韻을 갖추지 않은 한시는 봐줄 수 있어도, 對句가 없는 건 향기없는 꽃이랄까요. 오죽했으면 조선 중기의 대학자 하서 김인후(河西 金麟厚) 선생은 시를 배우는 젊은이들을 위해 기본이 되는 대구 100가지를 엄선하여 '백련초해(百聯抄解)' 라는 텍스트까지 만들었을까요.

 

 

 

일상용어에도 대구가 널리,

 

전쟁에서 수많은  군졸과 말을 표현할 때 조차도 대구로 멋을 부려서 천군만마(千軍萬馬)라 하지요. 이런 예는 무수히 많아 천차만별(千差萬別), 천신만고(千辛萬苦), 산고수려(山高水麗), 부창부수(夫唱婦隨), 천재지변(天災地變), 내우외환(內憂外患), 설상가상(雪上加霜),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사실 千字文도 대부분 4자씩 대구를 이루고 있습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한시에 나오는 대구로 들어 가 볼까요.

 

춘향전의 클라이막스에도 대구가,

 

金樽美酒千人血(금준미주천인혈)  금 술동이 좋은 술은 천 사람의 피요

玉盤佳肴萬姓(옥반가효만성고)  옥 쟁반 맛난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燭淚落民淚落(촉루낙시민루낙)  촛농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歌聲高(가성고처원성고)  노래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높아라

  (*운(韻)은 기름 와 높은 )

 

첫구와 둘째구를 보면, 金樽(금 술동이)에 玉盤(옥 쟁반), 美酒(좋은 술)엔 佳肴(맛난 안주) 그리고 千人血(천사람의 피)에 萬姓膏(만백성의 기름)가 대구입니다. 계속하여 3째구와 4째구의 燭淚落時(촛농 떨어질 때)와 歌聲高處(노래소리 높은 곳)는 특히 시간()과 공간()를 대비시킨 참으로 절묘한 대구법이라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이 시에서 특이한 건 같은 句 안의 대구입니다. 3째구의 燭淚落(촛농 떠어질)과 民淚落(백성 눈물 떨어질) 그리고 4째 구의 歌聲高(노래소리 높은)와 怨聲高(원망소리 높다)가 바로 그것입니다.

 

보통 5언시는 첫구와 둘째구가 대구

 

神策究天文(신책구천문)  신묘한 계책은 天文을 궁구하고 

妙算窮地理(묘산궁지리)  교묘한 셈은 地理를 다했도다

戰勝功旣高(전승공기고)  싸움에 이긴 공 이미 크나니

知足願云止(지족원운지)  족한 줄 알아 그만두길 바라노라

 

을지문덕 장군이 수나라 장수 우중문을 희롱한 시지요. 상세한 설명이 필요없이, 첫구와 둘째구 神策과 妙算 그리고 究天文과 窮地理가 대구를 잘 이루고 있네요. 盛唐 시절 두보의 絶句 한수 볼까요.

 

江碧鳥愈白(강벽조유백)  강이 파라니 새가 더욱 하얗고

山靑花欲燃(산청화욕연)  산이 푸르니 꽃이 불붙는듯 하구나

今春看又過(금춘간우과)  올 봄도 건듯 보고 지나 가나니

何日是歸年(하일시귀년)  언재가 (도성으로) 돌아갈 해이런가

 

1, 2구가 멋진 대구를 이루고 있지요(쓸데없는 해설은 생략)

 

7언시는?

 

風急天高猿嘯哀(풍급천고원소애)  바람 세차고 하늘 높고 원숭이 울음 슬픈데

渚淸沙白鳥飛廻(저청사백조비회)  강가 맑고 모래 희고 새는 선회하누나

無邊落木蕭蕭下(무변낙목소소하)  끝없는 숲에는 낙엽 우우수 떨어지고

不盡長江滾滾來(부진장강곤곤래)  그침없는 장강은 도도히 흐르는도다

 

두보의 시 登高인데 1구와  2구 그리고 3구와 4구도 대구를 이루고 있지요. 두보의 시에는 이런 경우가 흔한데, 그를 한시의 교과서라 부르는 이유는 대구를 잘 써서 시가 맛갈나면서도 룰을 제대로 지키기 때문이라네요(이백은 자유분방한 반면 룰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나..) 

 

白頭山石磨刀盡(백두산석마도진)  백두산 돌은 칼갈아 다 닳고

豆滿江水飮馬無(두만강수음마무)  두만강 물은 말이 마셔 마르네

男兒二十未平國(남아이십미평국)  남아 이십에 나라를 편안케 하지 못하면

後世誰稱大丈夫(후세수칭대장부)  후세에 누가 대장부라 부르리오

 

조선초기 남이장군의 北征歌로 앞 2구만 대구를 이루지요.

 

相見時難別亦難(상견시난별역난)  만나기도 어렵지만 헤어짐도 어려워

東風無力百花殘(동풍무력백화잔)  봄바람도 힘이 없어 온갖 꽃 시드네

春蠶到死絲方盡(춘잠도사사방진)  봄누에 죽어서야 실뽑기를 그치고

蠟炬成灰淚始乾(납거성회루시간)  촛불은 재가 되어야 눈물이 마른다네

     *乾은 마른다 할 때는 간으로 읽음

 

晩唐의 서정시인 이상은의 無題란 제하의 시로  3째와 4째 구가 대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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