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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돌

漢詩小考(7) - 동사형을 만드는 爲와 作의 사용례

작성자박영우|작성시간14.12.22|조회수419 목록 댓글 1

요즘엔 漢文을 접하기 쉽지 않기에  

 

우리나라에서도 옛날엔 비록 선비나 식자들에게 한정되었던 건 사실이지만 漢文(한자가 아닌)이란 일상화되어 늘 접하는 문자였지요. 그러나 지금은 한문에서 음과 뜻을 빌어 만든 단어에만 익숙한 세대가 되었습니다, 그것도 한자는 병기하지도 않고... 이렇게 만들어진 단어란, 주로 명사나 형용사에 해당되는 字가 많이 차용되었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지요. 따라서 한문 문장의 다른 요소인 어조사(助詞, 전치사, 접속사에 해당), 부사, 동사 등에 해당하는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건 어쩌면 당연하다 사료됩니다.

 

 

 

동사형을 만드는데 쓰이는 爲과 作

 

어느 문자나 단어에 다른 말을 덧대어 그 지평을 넓히거나 다른 뜻을 지닌 새로운 말을 만들어 내는 건 흔한 일이지요. 한문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동사형을 만드는 爲나 作 그리고 부사형으로 쓰이는 然(後述할 예정임) 등이 대표적이라 例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의 경우,  '~위하여' 처럼 전치사에 가까운 뜻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사실 동사형을 만드는데 가장 빈번히 차용하는 字라고 합니다. 즉, 爲人 하면 '다른 사람(人)을 위하여' 라 해석할 수도 있지만, 동사형으로 '사람노릇하다' 나 명사적인 쓰임으로 '사람됨됨이' 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의 경우도 비슷해서, 作心 하면 그 자체가 명사로 볼 수도 있으나  '마음먹다' 처럼 동사형으로 보고 새기는 게 자연스럽다는 거지요.   

 

그러나 詩에서는 이렇게 (또는 ) 등을 붙여 동사형을 만들어 쓰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벌써 눈치채신 님들도 있겠지만, 특히 5언절구 같이 기껏 20字를 써서 시를 지을 때, 하나의 뜻을 나타내는 말에 무려 10%(2字)를 투자(?)한다는 건 비경제적이겠지요 ^^.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5언절구(총 20字)에서는 드믈고, 5언율시(총 40字)나 7言詩 등에서도 많이 보이지는 않습디다(일반 漢文에서는 그리 많이 나오는 데도 불구하고..).

여기에서는 필자가 어렵게 찾은 몇 안되는 例를 시대순으로 나열하여 붙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백(李白, 701~762)이 나이를 초월한 술친구며 시벗인 하지장(賀知章, 659~744)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은 시(對酒憶賀監) 중,

昔好杯中物(석호배중물) 지난날 잔속에 든 걸(술) 그리 좋아하시더니
松下塵(번위송하진) 이제는 (바뀌어) 소나무 아래 티끌되었구려

 

-전란(안록산의 난)에 쫒겨 천지사방을 전전하던 두보(杜甫, 712~770)가 長江 중류(四川) 강변 마을에서 모처럼 평화로운 말년을 보낼 때 지은 시(江村) 중,

老妻畵紙碁局(노처화지위기국)   늙은 아내는 종이에 바둑판그리고
稚子敲針釣鉤(치자고침작조구)   어린 놈은 바늘을 두들겨 낚시바늘만드네

 

-우리나라 최고의 서정시인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고려조 정지상(鄭知常, (?~1135), 한시의 비조라 일컫는 동진(東晉) 도연명의 '四時' 중 夏雲多奇峰을 時題로 하여 차운(次韻)한 시 중,

白日天中(백일당천중) 해가 하늘 복판에 이르니,

夏雲(하운자작봉) 여름 구름 봉우리

 

-고려 후기의 문신, 곽예(郭預, 1232∼1286)의 시

野蝶(야접성단희) 들에는 나비 놀고,

沙鷗(사구작대행) 모래벌엔 갈매기 지어 나네

 

-고려말의 고승이며 국사인 보우(普愚, 1301~1382) 스님의 '구름 산(雲山)' 중 

日與雲山長(일여운산장작반)  날마다 구름과 산 오랫동안

安身無處不(안신무처불위가)  몸 편한 데라면 거처삼지 않을 데 없네

 

-세자 자리를 동생(世宗)에게 물려준 양녕대군(讓寧大君, 1394년~1462)이 유랑하며 지은 걸로 추정되는 시(중에게 주는 시) 중,

山霞朝(산하조작반) 산 노을로 아침에 짓고,

蘿月夜(라월야위등) 담장이 위에 뜬 달로 밤에 등불삼네

 

-조선 중종 시절 우의정과 홍문관대제학을 역임했던 문신 이행(李荇, 1478~1534)의  시 '감회(感懷)' 중,

白髮非白雪(백발비백설)  백발은 白雪이 아니니

春風(기위춘풍멸)  어찌 바람분다 스러지랴

 

-이순신(李舜臣, 1545~1598) 장군이 진중에서 읊은 시(陣中吟) 중.

讐夷如盡滅(수이여진멸)  오랑캐 원수를 모조리 무찌른다면 

雖死不(수사불위사)  비록 죽음도 사양하지 않으리

 

-조선 인조대의 고승 진묵(震默, 1562∼1633)의 '크게 취해 읊다(大醉吟)' 중

天衾地席山(천금지석산위침)  하늘을 이불로 땅을 자리하고 산을 베개삼아.

月燭雲屛海(월촉운병해작준)  달을 등불로 구름은 병풍으로 바다를 술통삼아.

 

-김삿갓(金炳淵, 1807~1863 )이 글자를 가지고 희화한 시,

氷消一點還(빙소일점환위수) 얼음(氷)에서 한 점을 떼면 도로 물(水)되고,

兩木相對便(양림상대변성림) 나무(林) 둘이 마주하면 문뜩 숲(林)  

 

-김부용(金芙蓉; 1813~1848?)은 송도 黃眞伊, 부안의 梅窓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詩妓로 일컫는데, 나이 차이가 많은 情人 김이양 대감의 죽음을 슬퍼하며 지은 시,

誰知燕子樓中淚(수지연자루중루)   누가 알리 燕子*樓에서 눈물이

洒遍庭花杜鵑(쇄편정화작두견)   두루 뜰에 뿌려져 두견화되는

          *燕子는 '제비새끼'란 말로 홀로 남겨진 자신을 지칭한듯..

    

-조선말 절의있는 선비로 일본이 우리나라를 병탄하자 순절한 황현(黃玹, 1855~ 1910)의 시(晩秋) 중

粉甘葛笋咬(분감갈순교위필) 가루가 달디단 칙순은 씹어 만들고,

核爛榴房剖(핵란류방부작배) 익어터진 석류는 쪼개서 만들리

 

끝으로 조선 중기의 대학자 김인후 선생의 百聯抄解 중에서 몇 例 뽑아 봤습니다

翠幕(류위취막앵유객) 버들이 푸른장막 꾀꼬리가 손님되고,

紅房(화작홍방접작랑) 꽃이 나비가 신랑되네 

 

利刀裁樹影(월작이도재수영) 달은 예리한 칼되어 나무 그림자를 재단하고,

神筆畵山形(춘위신필화산형) 봄은 신묘한 붓되어 산 모양을 그리네

 

洞門迎客(송작동문영객개) 소나무는 마을 어귀에서 손님맞는 차일되고,

山室讀書(월위산실독서등) 달은 산속 집에서 책읽는 등불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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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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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헌식 | 작성시간 14.12.23 한자에 음독을 달아줘 고맙네
    훨씬 읽기다 편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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