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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돌

잠깐 쉬어가며 - 붓돌이들 아호(雅號)에 대한 어설픈 소견

작성자박영우|작성시간14.12.27|조회수234 목록 댓글 0

이제 아호(雅號)로 불러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을 나이가 되지 않았나요, 특히 붓글씨를 쓰는 벗님들 사이에는..  여기에서는 붓돌이들의 멋진 아호에 대해 부러움 반 시샘 반으로 어설픈 소견을 썰(說)할까 하니 너그러히 이해해 주시고 슬며시 넘어가 주시기 바랍니다. 다만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 핸펀이나 문자로 지적해 주시면 즉시 고쳐놓도록 하겠습니다.

 

 

雅號漫評

 

里仁(김호경翁) : 가장 탐나는 호입니다. 우선 누구나 읽기 쉽고 붓글씨로 쓰기도 쉽다는 거지요. 뿐만 아니라 엄청난 뜻이 담겨있으니, 선점당(?)한 아쉬움이 없지 않습니다. 공자님은 어짐()을 정치에 펼치기 위해 천하주유하면서 많은 왕과 대부들을 만나 설득하지요. 그러나 젯밥(富國强兵)에만 관심을 쏟던 그들이 선뜻 채택해줄 리 만무하지요. 이에 낙담하고 돌아와 말년에 인()이 가득한 마을(), 즉 그의 이상향을 제자들과 함께 만들어 후학을 가르치고 실천합니다. 논어의 소제목에도 里仁이란 타이틀이 나오듯이.. 부러워용~~

 

與林/더불어숲(전재봉翁) : 당근, 사회운동가이며 사상가인 성공회 교수 신영복 선생의 수필집 이름이며 홈페이지 문패이기도 한 '더불어숲' 에서 따온 거네요. 평소 신영복 교수를 존경한 여림이 그의 철학이 깃든 이 말을 호로 쓴 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지요(필자도 여림으로 부터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이란 제하의 책을 빌려 본 적있음). 나무들이 더블어 숲을 이루듯이 사람들도 더불어 평화롭게 살자는 뜻인가요?

 

恒山(이승종翁) : 한때 이교수가 사시는 지명(舊基)에서 따서 호로 쓴 적도 있었으나 근래 改號(아니면 호를 추가?). 중국의 5대 명산(五岳)의 하나인 山西성 恒山을 두고 지으신 건 아닌듯하고..  항상() 산()처럼 중후하고 베푸는 이교수의 현재 모습에 잘 어울리는 호이기는 한데, 더 깊은 뜻이 있다고 들었는데 통.. 

 

東溟(최진섭翁) : 동명이 태어나서 자란 강릉땅 동()쪽 바다()를 못잊어 쓴 아호겠지요. 무지한 필자가 한 때 溟 자가 바다란 뜻도 있지만 어둡다는 의미도 있기에 거시기하지 않느냐고 말한 적도 있으나, 조선시대 선비 중에 똑같은 호를 쓴 분도 있습디다.

 

雨田(김명성翁) : 인터넷을 뒤지고 해골을 굴려도 워낙 지식이 저렴(?)해선지 속내를 알 수 없네요. 아마도 이 號의 두자를 아래 위로 겹쳐 놓으면 우뢰()가 되므로, 숨죽이고 있다가 언젠가 한번 천지를 흔드는 엄청난 일(?)을 저지르시겠다는 숨은 뜻이..?? 

 

蛇足, 필자의 號에 대하여 :

지금까지 죽 써오던 게 月影/달그림매로, 이는 宋나라 야보(冶父)선사의  게송(偈訟) 중

光穿沼水無痕(월광천소수무흔)  달빛 연못을 뚫어도 물에 흔적 없고

掃階塵不動(죽영소계진부동)  대나무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먼지 일지 않네요

에서 따왔습니다만.., 붓글씨 쓸 때마다 자 때문에 망치는 겁니다. 꽤 노력했는데도 영 글씨가 나오지를 않으니..  그래서 影자에 자신이 붙을 때까지 이 호 쓰기를 유보하고 다른 쓰기 좋은 호 하나를 더 만들었습니다

(추사 김정희 선생은 수십, 아니 백수십 개의 호를 두루 썼는데, 서예가 그의 발끝에도 못 따라 가는 필자지만 호 한두개 더 쓴다고 크게 나무라시지는 않겠지요-_-;;)  紅爐雪로요, 서산대사의 시에 나오는 걸 슬쩍..

千計萬思量 紅爐一點 (천계만사량 홍로일점설)

천가지 만가지 계락과 생각을 헤아리지만, 붉게 타는 화로에 떨어지는 한점 눈(雪)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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