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집(家)에 대한 한자어
사람사는데 가장 기본적인 게 입고 먹고 기거하는 것이기에 그에 대한 말이 엄청 많지요. 이 중 사는 집(家)에 대해서는 지칭하는 글자도 많고, 시대나 지역 또는 빈부귀천(貧富貴賤)에 따라 쓰임도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원시시대에는 사람이 동물과 같이 살았기에 글자 속에서도 그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집과 관련된 漢字를 시대나 신분 그리고 현대적 주거 표현에 이르기까지, 漢詩와도 관련지으면서 나름대로 한번 파헤집어 보고자 합니다.
1. 동물과 사람이 같이 살던 데
-家(가) : 宀(면)은 지금 잘 쓰지않는 글자로 '지붕'이나 '집'을 뜻하는데, 그 밑에 돼지(豕:시)가 살고 있으니
말 그대로 돼지우리지요("집이 온통 돼지우리" 라는 말은 선사시대부터 쓰던 이바구?). 멧돼지를
포획해 가두고 기르다 보니 우리를 튼튼하게 만들수 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사람이 살기에도
손색이 없었나 보지요^^. 돼지우리가 어찌하다 사람의 거처로 바뀌었는지는 잘 알 수는 없으나,
지금까지도 집이란 말로 가장 널리 쓰는 한자가 집 家인 건 틀림없습니다.
-舍(사) : 지붕 아래 혀(舌)가 있으니 동물을 사육하는 곳인 듯 하지요. 舍자의 쓰임에 축사(畜舍) 즉 가축
우리란 말이 있는 걸 봐도 틀린말은 아닌듯 하네요, 물론 客舍(여인숙)라든지 廳舍(관청건물)와
같이 사람이 거처하는 곳도 많지만.. 필자가 사는 데가 사당(舍堂)역 근처인데, 옛날 이곳에서는
사람과 짐승이 함께 살던 데였는지...^^
-柴,寨(채) :柴자는 섶이라는 뜻으로 쓰면 '시'로 읽고, 울짱(우리)이란 뜻일 때는 '채'로 발음합니다.
보통 짐승의 우리란 말로 쓰이나, 가끔 山柴(또는 寨)와 같이 '산적의 소굴' 로도 사용하지요.
하긴 이넘들이야 사람이라기 보다 짐승?에 가까웠으니까.. ^^
(*성당(盛唐)시절 전원시로 유명한 왕유(王維, 701~761)의 '사슴 울짱(鹿柴)'이란 시도 있네요.)
2. 원시시대의 거처
-戶(호) : 戶자는 원래 문짝 하나란 뜻(門은 문짝 둘)이었는데, 집이란 말로 쓰인 건 사람들이 혈거생활을
벋어나 집을 짓고 살기 시작했을 초기에는 겨우 문 한짝 달고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屋(옥) : 屋자가 '지붕 모양의 덮개' 를 이르는 말인 걸 봐도 원시시대에 겨우 눈 비 정도를 막아주는 초막
쯤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중국넘들보다 더 유난(?)을 떠는 우리나라는 屋자를 잘 쓰지
않지요, 풀어쓰면 '주검(尸)에 이르는(至)' 데가 되니.. 그러나 옆 섬나라에서는 일반 상점은 말할
것도 없고 약국(藥屋)에도 붙이고 그냥 여염집도 '야(屋)' 라 부른다지요 -_-;;
3. 사람 사는 곳
-家(가) : 돼지우리를 뜻했던 家자가 신분세탁(?)한 건 아주 오래된 듯 합니다. 당나라 이전(6세기)에 이미
쓰여졌다는 천자문에 '家給千兵'(공있는 높은 家門에는 나라에서 많은 병사를 내주어 보호해줌)
이란 말이 있듯이, 집 家는 그냥 집을 뜻하는 말을 뛰어넘어 신분과 가문을 나타내게 되었지요.
케네디家 이병철家처럼 특정 가문을 지칭하거나, 큰 학문이나 예술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이룬
이를 '一 家를 이뤘다' 하여 화가(畵家) 음악가라 부릅니다. 그런데 家는 주로 남자들의 전용(?)
글자였다는 거지요, 다음에 말하는 宅 자와는 달리...
-宅(택) : 비슷하게 '집'이라고 쓰이지만 상당히 다른 분위기의 말임을 알 수있습니다. 이 宅자는 집 자체인
House를 뜻하기에, 집을 짓는 땅을 宅地라 하지 家地라 부르지는 않지요. 家가 남성용이며 양(陽)의
글자라면 宅은 여성용이며 陰에 해당하는 글자라 할 수 있습니다. 성인 여자를 부를 때 '안성宅' 이니
'광주宅' 으로 부르는 것도 여성용란 전거가 아닐런지..^^
4. 남자가 사는 데, 아녀자가 기거하는 곳
-堂(당) : 남녀가 유별함에 기거하는 데도 당근 달랐으니, 남성이 사는 집을 堂이라 불렀습니다.
(옛날에는 漢文을 아는 여염집 여자들 중에 ~堂을 붙여 이름 대신 쓴 예도 있는데, 율곡의 모친 師任堂 申氏,
그리고 남편을 훨씬 능가했던 여류시인 三宜堂 金氏 등으로 사내에 못지 않다는 의미?)
-室(실) : 같은 '집'을 나타내는 말이지만 분위기는 영 달라서 본 마누라(正室)라든지 작은 마누라(小室)처럼
여자에게 대부분 쓰이는 말입니다. 교실, 사무실 같은 말이 있지만 역시 장소를 말하는 다분이
여성적이고 음(陰)적인 분위기의 용어가 아닐지..
비록 집이 아닌 방을 의미하는 말이지만, 남성이 거주하는 사랑(廊)과 여자가 기거하는 규방(閨)이 따로 있었습니다. 따라서 여류시인의 시 중에는 '규방의 한(閨恨)' '규방의 원망(閨怨)' 등이 많은데, 허난설헌(許蘭雪軒), 매창(梅窓), 김삼의당(三宜堂) 등의 詩題에서 볼 수 있습니다.
5. 대가집 사대부집
-齋(재) : 목욕재개라 할 때도 쓰이는 자이나, 사대부나 부자집의 큰 집을 지칭합니다.
사대부들이 살던 집에 ~齎라 명명하고 이를 호(號)로 쓰기도 하였지요. 조선 초기 거유(巨儒)
김종직(金宗直) 선생의 호가 점필재(佔畢齋)란 건 아시지요.
-軒(헌) : 원래 대청마루란 뜻이나 대청이 넓은 대가집을 의미합니다. 또한 성균관이나 향교, 서원 등
교육기관을 지칭하기도 하고, 특히 동헌(東軒)은 지방관청 즉 감사나 고을 원님이 행정을 보는
대청이 넓은 관청 건물을 일컬었지요.
6. 풍광을 즐기던 곳
사대부 또는 시인묵객들이 들러 바람을 쐬며 경치도 완상하고 시도 짓던 곳.
-亭(정) : 풍광이 수려한 호수가나 계곡 또는 강가에 자그맣게 지은 정자. 남해 보길도에는 윤선도가
지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정자가 있지만 그래도 기껏 십수명이 앉을 정도에 불과지요.
(*파주 임진강변에 있는 화석정(花石亭)은 널리 알려진 정자는 아니나, 율곡 이이가 젊은시절에 지었다는 동명의
시는 지금도 오히려 인구에 회자되고 있지요)
-樓(루) : 바람을 쏘일 수 있고 좀 더 멀리 볼 수 있도록 다락(樓)을 지어 만든 규모가 꽤 큰 건물을 지칭.
강가나 산자락에 지어 경치를 즐기며 서민들이 사는 것도 살필 수 있게 높다랗게 지었답니다.
(*중국에는 이런 누각이 많아 황학루, 악양루, 관작루 등 명승지에는 빠짐없이 자리잡고 있음. 盛唐시절 왕지환의
登鸛雀樓(관작루에 올라), 두보의 登岳陽樓(악양루에 올라), 최호의 登黃鶴樓(황학루에 올라) 등 詩는 누각보다
오히려 더 유명하지요)
(*우리나라에도 이름난 누각이 많아 경복궁 근정전 서북쪽 연못 한가운데 있는 경회루(慶會樓), 평양 대동강변에
있다는 부벽루(浮碧樓), 경상도 밀양 강가에 있는 영남루(嶺南樓) 등이 유명하지요. 풍광이 빼어나다는 부벽루에
대해서는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다투어 읊었는데, 고려말 대학자인 이색의 그리고 비슷한 시기의 이혼(李混)의
'浮碧樓' 란 제하의 시가 알려져있습니다. 그리고 고려말의 문필가 도원흥의 '嶺南樓'란 제목의 시도 있지요.
그리고 함경도 경성의 기생으로 최경창를 사모한 홍랑(紅娘)의 '暎月樓' 란 시는 정말 애가 끓지요.)
7. 군사적인 목적으로 지은 건축물
-臺(대) : 전망대. 보통 군사 요충지로 전망이 트인 곳에 적의 동태를 살필 목적으로 높이 지은 누대인데,
상황이 바뀌거나 높은 사람의 심경변화로 그저 풍광을 즐기는 樓와 같은 목적으로 전환도 하지요.
(*춘추시대 오(吳)와 월(越)의 치열한 접전지였던 고소산의 고소대(姑蘇臺)는 원래 吳나라 합려왕이 축조했는데,
아들 부차가 越의 구천에게 크게 이겨 자만심이 생기자 이 고소대를 크게 증축하고 별궁으로 삼고 서시와 즐김.
蘇臺覽古(고소대에서 옛날을 돌아보다) / 李白
舊苑荒臺楊柳新 옛 동산 황량한 누대 버들은 새잎 돋아나는데
菱歌淸唱不勝春 마름 따는 청초한 노래 봄이 더 서러워라
只今惟有西江月 지금 오직 남아있는 것은 서강 위에 뜬 달
曾照吳王宮裏人 일찍이 오왕궁 속에서 그 사람(서시)을 비췄으리
(우리나라엔 강릉 경포대(鏡浦臺)가 경포호 호수가에 있는데, 풍광이 빼어난 이곳에서 지은 시가 엄청 많지요.
여기서는 5개의 달(月)이 뜬다지요, 하늘에, 경포호에, 잔 가운데에, 그리고 그대의 눈속에도..(에이 느끼해~~).
고려말 안축이라는 시인이 '강릉경포대'란 제하의 시, 조선초 황희정승의 '鏡浦臺' 란 제목의 시도 알려져 있군요.
평양엔 그 유명한 만경대(萬景臺)란 지명으로 있는데, 아마 옛날에 이곳(대동강 하류)에 군사적인 목적의 누대가
있었던 듯. 서울 북한산엔 만경대란 이름의 봉우리가 있고, 강원도 동해시에도 만경대란 누각이 있다네요.)
-關(관) : 관문, 즉 국경 요새를 지키는 큰 문을 일컫지요
(*중국엔 서쪽 끝 하남성에 함곡관(函谷關), 동쪽 끝 우리나라와 가까운데 있는 산해관(山海關)이 있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대표적인 관(關)은 새도 쉬어넘는다는 문경새재인 조령관(鳥嶺關)가 있습니다.)
8. 임금이 살던 큰집
-闕(궐) : 대궐, 즉 임금님의 거처를 총칭하는 말
-殿(전) : 궁궐의 메인 빌딩으로 주로 임금님과 신하들이 정사를 보는 데지요, 근정정 같이..
(*왕을 '殿下' 라 칭하는 것은 임금이 주로 집무하는 이 건물(殿)과 관련이 있지요)
-宮(궁) : 월래는 그냥 집을 지칭했으나 후에는 왕과 왕비 그리고 가족들이 거처하는 사적인 거처
(*東宮은 동쪽에 위치해 있어 붙였겠지만 통상 太子나 王世子의 거처를 일컫지요. 고려 김부식의 東宮帖이란 시도..)
-閣(각), 閤(합) : 메인 빌딩인 殿보다는 작은 건물로 주로 대신들의 집무실로 쓰임
(*옛날 정승을 합하(閤下)라 부르며, 근래에 대통령이나 고관을 각하(閣下)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조선말 외척 세도가의 원흉 김좌근의 小室이 羅州宅이었는데, 당시 위세가 하늘을 찔러 나합(羅閤)이라 부르기도..)
9. 요즘 중국 대도시에 흔한..
-廈(하) : 한자의 훈 그대로 큰집 즉 빌딩을 지칭
-店(점) : 장사하는 집. 酒店이나 客店은 옛날에는 주막을, 현대엔 호텔(宿食을 하는)을 주로 말한다네요.
주막의 다른 한자어로는 客亭, 客館(규모가 큰 주막), 旅館 등이 있지요.
(*사육신중 한분인 成三問의 절명시,
擊鼓催人命(격고최인명) 북소리는 사람의 명을 재촉하는데,
回頭日欲斜(회두일욕사) 고개 돌려 바라보니 해는 지려네.
黃泉無客店(황천무객점) 저승길에는 주막도 없다는데,
今夜宿誰家(금야숙수가) 오늘밤은 뉘집에서 머물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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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01.09 某씨가 물어와 집 院 자에 대해 부언합니다.
院은 규모가 꽤 큰 집으로 개인용은 아니고 公共의 건물(정원도 포함)이라네요.
옛날에는 나랏일을 수행하는 이들에게 숙식을 제공해주는 나라가 운영하는 주막(?)이었다고 하고요.
그리고 다른 쓰임이 과거엔 書院, 寺院.. 지금은 病院, 學院(캠퍼스가 아닌) 등인 것만 봐도 대충 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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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류영철 작성시간 15.01.10 우리가 많이 쓰면서도 혼동하는데, 명쾌한 해설을 해주셔거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