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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돌

漢詩小考(14) - 부사어를 만드는데 쓰이는 '~然' 의 쓰임

작성자박영우|작성시간15.02.14|조회수338 목록 댓글 0

부사화에 흔이 쓰이는 '然'

 

한문에서 '然' 자를 붙여 수식어인 부사를 만드는 건 흔한 일로, 漢詩에서도 종종 눈에 띕니다. 우리말에도 '우연(偶然)히' 나 '홀연(忽然)히' 처럼 비록 '~히'라는 자를 하나 더 보태기는 하여도 낯선 쓰임은 아닙니다. 여기에서는 이런 ~然이 들어간 시를 뽑아 시대순으로 붙여 보겠습니다.

 

                                                                 봄의 전령사 雪中梅

 

 

漢詩의 비조(鼻祖)라고 할 수 있는 東晉시절 도연명(陶淵明, 365~427)의 대표적인 시 飮酒 중 3聯,

采菊東籬下(채국동리하)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를 따다(술 닮그려고?)가

見南山(유연견남산)  여유로 남산을 쳐다본다.

 

唐나라 측천무후 시절 그 자취조차도 희미한 동방규(東方虯)란 시인이 漢代 비운의 미녀 왕소군(王昭君)에 대해 읊은 시. 그 중 둘째 구절, '春來不似春(봄이 와도 봄같지 않구나)' 은 지금도 글줄이나 아는 이들은 모두 끌어다 쓰고 있지요.  이 시는 자칫 햇빛을 보지 못할 뻔 했으나 李白이 발굴해 냈다는데, 그 중 後聯 

衣帶緩(자연의대완)  절로~ 옷과 띠가 느슨해진 것이지

非是爲腰身(비시위요신)  결코 (잘록한) 허리와 (날씬한) 몸매를 위한 게 아니었지요 

          *자는 자체로도 '절로' 란 부사인데, 자를 추가하여 강조함

 

당나라 초기 진자앙(陳子昻, 659~700)의 시 '유쥬대에 올라 노래하다(登幽州臺歌)'

念天地之悠悠(염천지지유유)  천지의 유유함을 생각하자니

而涕下(독창연이체하)  홀로 구슬 눈물을 흘린다

 

시의 신선(詩仙)이란 별호가 어울리는 이백(李白, 701~762 唐)의 산중문답(山中問答) 중 後聯.

桃花流水(도화유수묘연거)  복사꽃 물에 흘러 아득 떠내려가니

別有天地非人間(별유천지비인간)  인간세상이 아닌 별천지로구나

 

그의 다른 시, 까마귀 밤에 울어(烏夜啼) --3聯

停梭憶遠人(정사창연억원인)  베짜기를 멈추고 원망 멀리간 사람 생각하며 

獨宿孤房淚如雨(독수고방우여우)  홀로 누은 외로운 방에 눈물이 비처럼 흐르네

 

이백의 '종남산을 내려와 곡사산인의 집에 묵으며 술을 앞에 놓고(下終南山斛斯山人宿置酒)' 중 6, 7 聯,

長歌吟松風 曲盡河星稀(장가음송풍 곡진하성희) 松風歌를 길게 부르니, 노래 다함에 은하수도 스러지네

我醉君復樂 共忘機(아취군부락 도연공망기) 나는 취했고 그대도 즐거워하니, 한가로 세상사 잊노라

 

또 다른 시, 술을 대하니 하지장이 생각나서(對酒憶賀監) -3, 4聯

人亡餘故宅 空有荷花生(인망여고댁 공유하화생) 사람은 가고 없는데 옛집만, 부질없이 연꽃은 피어 있구나
念此杳如夢 傷我情(념차묘여몽 처연상아정) 이리 생각하니 꿈처럼 아련한데, 쓸쓸내 마음을

                                                                     아프게 하네

 

이백과 거의 동년배인 고적(高適, 707~765)의 제야에 읊다(除夜吟)의 前聯.  

그는 왕의 지근인 환관(李輔國)의 미움을 사서 변변한 벼슬자리 하나 못하고 평생 변방을 떠돌았다고.. 

旅館寒燈獨不眠(여관한등독불면)  여관 차가운 등불 아래 홀로 잠 못 이루니
客心何事轉(객심하사전처연)  나그네 마음 어이해 이리도 쓸쓸하 바뀌는지

 

이백과 쌍벽을 이루는 두보(杜甫, 712∼770)의 시 '위팔처사에게 줌((贈衛八處士)'

昔別君未婚 兒女忽成行(석별군미혼 아녀홀성행)  헤어질 땐 그대 미혼이었는데 아이들이 홀연 생겼구려 

敬父執 問我來何方(이연경부집 문아래하방)  기꺼 아비 친구에게 공대하고 어디서 오셨느냐 묻네

 

中唐 시절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시인 사공서(司空曙, 720?~790)가 강마을에서 지었다는 시 '강촌에서 즉흥적으로(江村卽事)' 後聯,

一夜風吹去(종연일야풍취거)  밤새 바람이 분다 하더라도    *然는 부사가 아닌 조건절을 이끄는 말 

只在蘆花淺水邊(지재로화천수변)  배야 갈대꽃이 핀 물가에 있겠지

 

북송(北宋) 소동파(蘇東坡, 1037~1101)의 '눈밭에 기러기 발자국(雪泥鴻爪)'이란 시는 동생인 소철(蘇轍)에게

지어보낸 것으로 전해짐. 前聯 

 

泥上留指爪(니상우연류지조)  진흙 위에 우연 발자국을 남겼다 하더라도

飛那復計東西(홍비나부계동서)  그 기러기 어디로 날아갔는지 알아 무었하게

 

고려 김돈중(金敦中, 1075-1151, 김부식의 아들)의 '낙안군 절간에서 묶으며(宿樂安郡禪院)'

已淸爽(소연이청상)  적막함에 맑고 상쾌한데

況有月華來(황유월화래)  하물며 밝은 달이 떠오르니

 

고려조의 대선사 일연(一然, 1206~1289)이 지은 異次頓의 순교를 찬미한 시 중 後聯,

一劍身亡後(아연일검신망후) 갑자~ 한 칼에 돌아가신 후

院院鍾聲動帝京(원원종성동제경) 절마다 울리는 종소리 서울(서라벌)을 진동했다네

     *자는 자체로도 '갑자기' 란 부사인데, 자를 추가하여 강조시킴 

 

매화를 잘 그리기로 유명한 원대(元代)의 왕면(王冕, 1310~1359)의 하얀 매화(白梅)의 後聯, 

一夜淸香發(홀연일야청향발)  문득~ 하루 밤사이 맑은 향기을 발하니

散作乾坤萬里春(산작건곤만리춘)  온 세상에 흩어져 천지만리가 봄이로구나 

     *자는 자체로도 '문득' 이란 부사인데, 자를 추가하여 강조

 

조선 초기 생육신 중의 한분인 梅月堂 김시습(金時習*,1435~1493) 의 시 '개었다 비왔다' 중 1聯,

*논어의 學而時習之 不亦說乎에서 따서 작명한 것으로, 그가 어려서 부터 신동이었다는 것과 유관한 듯 

乍晴乍雨雨還晴(사청사우우환청)  잠깐 개었다 금새 비오고 비 다시 개이는데

天道況世情(천도유연항세정)  하늘의 道도 오히려~ 이런데 하물며 인간세상의 정리랴

     *자는 자체로도 '오히려' 란 부사인데, 자를 추가하여 강조

그의 다른 시(一室)

偶爾*留三月(우이류삼월)  그냥 석달쯤 머무려 했는데   *偶爾: 그냥, 우발적으로

已隔年(거연이격년)    뜻밖에도 벌써 2년이..

 

조선의 대성리학자 율곡 이이(李珥, 1536~1584)이 벼슬에서 물러나며 지은 시 중,

疎才只合耕南畝(소재지합경남무)  변변치 못한 재주 남쪽 밭이랑이나 가는 데 적합한데

淸夢繞北辰(청몽도연요북진)  맑은 꿈은 부질없이~ 북극성(임금)응 맴돕니다

     *자는 자체로도 '부질없이' 란 부사인데, 자를 추가하여 강조

 

조선 인조대의 고승 진묵(震默, 1563~1633)의 호방한 시 '크게 취해 읊다(大醉吟) 중 後聯,

大醉起舞(대취거연잉기무)  크게 취해 뜻밖 일어나 춤추는데

却嫌長袖崑崙(각혐장수괘곤륜)  외려 장삼자락 곤륜산에 걸릴까 염려되누나

 

조선 후기 서얼출신 실학자 중 박제가는 이덕무보다 더 직설적이고 개혁적이어서 가벼운 주제에서도 엄청난 변혁의 꿈을 스스럼없이 들어냅다.  박제가(朴齊家, 1750~1805)의 종이연(紙鳶)의 後聯  

削平天下槐花樹(삭평천하괴화수)  세상의 느티나무를 모두 쳐내 평지로 만들면 

鳥沒雲飛乃(조몰운비내호연)  새는 사라지고 구름도 날려가 마침내 광활하 되련만

 

조선 후기 여류시인 삼의당(三宜堂) 김씨((1769~1823)와 그녀의 신랑 하립(河笠)이 신혼 첫날 사이에 주고

받았다는 시. 하립이 먼저,

配合元來天所定(배합원래천소정)  배필이란 원래 하늘이 정해주는 바,

世間媒妁總(세간매작총분연)  세간의 중매장들 다 어지러 (헛수고 했구려)   *媒妁 : 중매쟁이

이에 같은 나이인 삼의당이 답하길,

生同年同月居同(생동년동월거동)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동네 살았으니

此夜相逢豈(차야상봉기우연)  이밤 만남이 어찌 우연 (일어난 일이리오)    *놀고들 있네^^

          

詩才가 남달랐으나 시대와 불화하고 산지사방을 떠 돈 방랑시인 김삿갓(金笠, 1807~1863)의 '훈장' 중

世上誰云訓長好(세상수운훈장호)  세상에서 누가 훈장이 좋다 하던고

無烟心火(무연심화자연생)  연기없는 가슴속 불이 절로~ 생긴다네

           *자는 자체로도 '절로' 란 부사인데, 자를 추가하여 강조

 

김부용(金芙蓉; 1813~1848?)은 송도 黃眞伊, 부안의 梅窓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詩妓로 수많은 작품을 남기죠. 그 중 성천 신성강변에서 읊은 四絶亭의 前聯,

亭名四絶(정명사절각연의)  정자 이름이 四絶(4가지 절경)인게 도리어~ 의아하네

四絶非宜五絶宜(사절비의오절의)  4絶이 아니라 (자기를 넣어) 5絶이 마땅한데

           *자 하나 만으로도 '도리어' 란 부사가 되나, 자를 추가함으로서 강조하거나 글자 수를 맞춘듯..

 

조선 후기 실학자 박지원(朴趾源, 1737~1805)의 새해 아침 거울을 보고(元旦對鏡),

忽然添得數莖鬚(홀연첨득수경수)  문득 턱밑 흰수염 몇 가닥 늘었는데

全不加長六尺驅(전불가장육척구)  전부 다해도 6척이 안되는 몸

鏡裏容顔隨歲異(경리용안수세이)  거울 속 얼굴이야 해에 따라 달라지지만

稚心猶自去年吾(치심유자거년오)  어릴 적 그 마음 아직 옛날의 나인데

 

근대 서예가 김돈희(金敦熙, 1871~1936)의 파초도 그림에 붙여(芭蕉圖畵題),

依然紅綠相忘處(의연홍록상망처)  의연히 붉고 푸른색 서로 잊었던 곳에서

我唱爾酬詩滿瓢(아창니수시만표)  나는 노래하고 너는 따르니 표주박에 시가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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