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돌이 귀신
이명윤
혼자 남은 복돌이
어느 날 눈과 귀가 멀었다
큰 소리로 불러도 듣지 못하고
눈앞에 주인이 있어도
좀체 알아보지 못한다
함께 한 세월이 사라진 꿈같다
온종일 멍하게 웅크려있다
잠들 무렵이면 집 주위를 돌며 운다
그때마다 아내는 슬픈 눈
어떡해, 또 복순이 찾는다
복순이는 석 달 전에 물결처럼 떠났다
17년이면 노견이시네,
자연에게 다 내주었군요.
묵상 속 가지런히 지내다가
저물길 바랍니다.
정우영 시인의 위로를 듣는 날
마침 창가에서 햇살이 운다
네, 오늘은 볕이 좋네요 선생님
동백 가지마다 붉은 꽃 피고
동박새 날아드는 봄날,
우리 집에 무서운 귀신이 산다
외롭고 쓸쓸한 마음이 귀신이다
퇴근을 하면 마당 어디엔가
복돌이 숨어 있다
감쪽같이 꼬리를 감추고
숨고 싶은 마음이 귀신이다
사랑하는 우리 복돌이,
귀신의 눈을 보면 귀신이 된다
사는 일이 귀신같다
이명윤|경남 통영 출생. 2007년 계간 《『시안》으로 등단. 시집으로 『수화기 속의 여자』,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 『이것은 농담에 가깝습니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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