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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회원자작시방

김어영-나들이 외 1편

작성자관리자|작성시간26.06.18|조회수18 목록 댓글 0

나들이 1

 

김어영

 

 

양철지붕의 감나무 집에 중년의 사내가 찾아왔다

양은 냄비 밥그릇과 싫증 나게 놀고 있을 때였다

나는 주둥이 털을 곤두세우고 몇 번 휘젓는다

새우깡, 닭강정이 내 앞에 떨어진다

고소한 냄새에 이성을 잃어 꼬리를 흔든다

머리를 쓰다듬고 목덜미를 긁어주는데 노인네의 손길보다 시원하다

낯설기는 하지만 가끔 오는 아저씨같이 정감이 간다

 

아파트 숲은 보이지 않을 만큼 안개가 끼어있다

즐거움에 주인네는 금세 잊어버린다

묶여있던 일상을 벗어나니 불안도 하지만 구경거리가 많다

튀김 냄새가 온몸의 전율을 느끼게 한다

입맛을 다시고 짖으면 주고 또 준다

그걸 음미하다 보니 산길로 들어선다

저녁놀을 바라보며 노인네가 집에 왔을 때인데

이놈이 발정 난 암컷 따라갔나 넋두리를 듣는다

몇 번을 짖어보지만, 닭강정에 잊어버린다

 

많이 걸었으니 외식에 속도 메스꺼워 온다

구정물에 김치 된장 냄새 밥풀 뜬

찌그러진 냄비에 주둥이 훌쩍대며 먹고 싶다

짖지 못하는 동료들이 철망 안에서 발광한다

반갑다며 킁킁대니 털 타는 냄새도 나고

꼭 내 밥그릇 같은 것에 입맛을 다시며 발을 내디딘다

머리에 번쩍 현기증이 일어난다

 

순돌아! 밥 먹어라

할머니가 부르는 소리의 여운이 점점 멀어져 간다

 

 

 

 

 

등 굽은 개나리

 

 

 

 

가끔 지나는 천변에 개나리꽃이 피어 있다

겨울에 보았을 때는 몸체가 보이지 않게

눈 속에 묻혀 있던 형체였다

 

늦게 나온 새끼 줄기는 길게 휘어져 물가에 담겨 있었다

엄마는 둑에서 새끼는 흐르는 물가에서 생명수를 마시며 산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겉으로 드러낼 수 없어 그렇지

북서풍에 시달리고 눈 속에서 겨울을 보내고 봄맞이했다

한번 굽은 몸체는 아내의 허리같이 펴지지 않았다

아내는 걸어가며 안쓰러운지 자기 허리를 만지며 펴 보인다

당신 미안하지도 않아, 저들에게 굽은 허리는 그뿐이었다

 

저들은 보란 듯이 꽃을 피우며 자랑하고 있다

서로 가지들이 엉켜 지내면서도 불평 없이 지내는 가족

보란 듯이 꽃 피우며 뽐내는데, 아내의 얼굴을 바라본다

주름 꽃에 흰머리가 말해 주듯, 당신은 한다

 

식물을 가꾸는 건 사람이다

아프면 병원 간다, 개나리는 꽃이 지면 눈길을 잃는다

아내는 개나리꽃 환송을 받으며 지팡이 잡고 걷는다

내년에 만나자, 그 말은 개나리 몫

 

 

 

김어영2007용인문학신인상 수상. 한국방송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시집으로 청춘이 밟고 간 꽃길, 머위 잎 속의 식구들있음. 용인문학회 고문. 2024용인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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