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법석 - 승가대학원장 지안스님
데스크승인 [152호] 2010.11.18 14:02:00
은해사 승가대학원장 지안스님은 35년간 교학연구와 후학 양성에 매진하며 시대가 가야할 길을 밝히는 참 스승이다.
“깨달음이란 그릇된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
지안스님은 종립 은해사 승가대학원장이다. 승가대학원은 종단이 교학에 밝은 강사를 양성하기 위해 만든 교육기관이다. 한문으로 된 경전을 읽고 해석하며 강의할 수 있는 강백 스님들이 아직 생존해 있는 동안 후학들이 빨리 익혀야한다는 종단의 염원에 따라 설립했다. 스님은 종단 최고의 교육기관을 10년째 맡고 있다. 통도사 강주 조계종 고시위원 조계종교육원 역경위원장 등을 합치면 교학연구와 후학지도에만 35년을 보냈다.
틈틈이 대중들을 위한 글도 써 부처님의 본 모습을 그려낸 <성지에서 쓴 편지>와 최근에는 혜초스님의 <왕오천축국전> 번역서를 펴냈다. 스님으로서는 최초의 일이다. 1200년을 넘어 수행자의 고독과 불법을 갈구하는 정신이 서로 교감하며 불교 순례의 감동이 전해오는 책이다.
불교 ‘문명의 위기’ 대안되려면 순수성 유지가 선결
천박한 자본주의에 물들지 않고 모범적 인격 갖춰야
불교침체는 승가교육 부실 때문…이유는 독서 부족
禪에서 지혜 얻고 세상 바라보는 안목 바로 열려야
지안스님은 강의가 없는 날에는 통도사 뒤편 암자 반야사에 머문다. 뒤로 영축산이 받치고 소나무 숲이 우거진 아름답고 고즈넉한 절이다. 지난 11일 반야사에서 만난 지안스님은 너그럽고 환한 웃음으로 환대했다. 얼마 전에 나온 <왕오천축국전>을 선물하며 “부처님께 귀의한 출가자로 경전을 공부해온 나로서는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출현하시고 활동하신 인도가 낯선 이방의 나라가 아니라 경전 속 고향과 같았다. 그래서 때로는 인도를 통해서 불교적인 향수를 깊이 느끼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 아홉 차례나 인도를 다녀오게 됐다. 여러 인도 기행서 가운데 유독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 마음에 강한 여운을 남겼다. 다른 기행서와 비교해 내용이 풍부한 것은 아니지만 달밤에 고향 길을 바라본다는 혜초의 향수 어린 시를 읽다 보면 애틋한 연민 같은 것을 느끼고, 순례 길에서 몸으로 체험한 현장감이 살아 있어 다른 글보다 생동감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왕오천축국전> 전문을 새롭게 번역하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다”며 번역 이유를 들려주었다.
35년간 후학을 양성하고 교학을 연마한 강사로서 지안스님은 부처님 가르침이 제대로 알려지는데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실천한다. 그 구체적인 노력이 부처님 가르침을 세상에 제대로 알리는 글쓰기다. 스님은 초기불교를 연구한 호진스님과 주고받은 편지를 묶어 <성지에서 쓴 편지>를 펴냈었다. 두 스님은 편지에서 신화 속에 가려진 석가모니 부처님의 참 모습을 밝혀내고 오늘날 잘못 흘러가는 불교의 모습을 지적했다.
편지에서 지안스님은 “불교의 깨달음이란 그릇된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라고 일갈했다. 스님은 그리고 종교의 순수성을 강조했다. “문명의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불교가 거론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불교나 참선의 순수성을 유지해야한다. 순수성이 상실된 겉멋만 남는다면 오히려 사회 부패를 조장하는 바이러스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 스님의 지적이다.
스님은 공부를 잘해 학인 때부터 중강을 맡아 학인을 가르쳤다. 책 보기가 취미 일 정도로 많은 책을 읽었다. 스님이 소장한 장서만 1만5000권에 달한다. 이 책들로 도서관을 지을 계획이다. 스님의 공부는 내전(內典)에 머물지 않고 역사 인문 등 동서고금의 고전에까지 미쳐 있다. 물론 한문 경전의 자구를 깨우치고 외우는 전통 승가 교육 역시 충실히 이행했다. 내외전을 모두 습득한 강사의 결론은 “불교 전반에 관해 정리해주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님은 “일부 학인은 서당식의 현 강원 교육에 적응하지만 대부분은 문제다.
오늘날 강원의 교과목은 선(禪)을 하기 위한 예비과정에 치우쳐 있다. 현대와 잘 안 맞는 부분이 있고 불교 일반이나 기초지식, 경전과 교리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기본 지식을 쌓는 공부도 미흡하다. 한 마디로 기본교육 교재로는 안 맞다. 벌써 30년 전에 이 문제를 지적했는데 호진스님 외에는 호응을 하지 않아 해결이 안됐다. 불교는 지성인들이 좋아하는 깊이가 있는 종교다. 그런데 지나치게 신앙과 기복만 강조하다 보면 지성인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 역사적으로 지성인들의 외면을 받는 종교는 오래 못 간다.” 스님의 지적은 계속됐다.
“종교인들이 무식한 것은 자랑이 아니다. 부처님을 흔히들 의사에 비유하는데 의사는 진맥을 할 줄 알아야한다. 선(禪)에서 지혜를 얻고 사회를 볼 수 있는 안목이 제대로 열려야 제대로 된 진찰을 할 수 있는데 안되는 사람이 많다. 지성화된 사회에서는 종교인들이 인문학적 바탕이 있어야 대화가 가능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열려야한다. 참선만 하고 기도만 한다고 해서 그 안목이 저절로 열리는 것은 아니다. 종교인 수행자는 기도만 열심히 하고 참선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주장이 통용되는 시대가 지났다.”
스님은 더불어 수행자는 수행의 결과가 행동으로 드러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교 수행자이면 마음이 순화되어야한다. 부처님이 부처인 것은 허물이 없기 때문이다. 신구의(身口意) 삼업(三業)에서 수행자의 맑고 순수한 모습이 나타나야한다. 말세(末世)가 되면 종교가 가장 먼저 부패한다고 한다. 종교에 정치 경제 문화의 천박한 자본주의가 쓰나미처럼 우리나라에 덮쳐 우리 불교도 큰 피해를 입었다. 약삭빠른 인간들이 먼저 스펀지 속에 들어가 그 나쁜 물을 잔뜩 흡수했는데 그 물이 바로 돈이다. 지금 보면 종교가 천박한 자본주의에 물들어 순수성이 없다”고 일갈했다.
스님이 지향하는 불교는 인간적 성숙을 도모해가는 지향(指向)과 순수성이다. “깨달음이란 부처님의 깨달음을 바로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적 성숙을 도모해나가는 수행의 모습이 나타나는데 있다. 불교에서 깨달음은 허구가 아니다. 수행이란 새로운 인식에 의해 자아를 완성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깨달음은 3아승지 겁을 통해 얻어내는 최후의 궁극지점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순간순간에 새로운 자각이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이 자각에 의한 인간적 순수행위가 일어나고 인간으로서의 훌륭한 인격적 모범이 갖춰지면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도 깨달음의 작용이 나타난다고 본다.”
즉 깨달음이란 말과 행동, 삶이 일상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는데 있지 관념에 있지 않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을 원망하지 않고 문제를 바깥에서 찾지 않으며 포용력이 있으며 잘 난체 하지 않고, 화내지 않으며 남이 듣기에 좋고 아름다운 말을 하며 숨기지 않는, 누구나 보기에 좋은 사람이 바로 깨달은 사람이며 이를 지향하는 이가 수행자라는 것이다.
스님은 “멀리서 찾을 필요 없다. 저의 은사이신 벽안스님, 얼마 전 입적하신 법정스님, 광덕스님 같은 분이 바로 수행자가 본받고 따라야할 진정한 수행자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지안스님의 넓고 깊은 학문에다 모범적인 수행자상을 보고 따르는 후학과 재가자들이 많다. 재가자들 중에서도 지식인에다 거사들이 특히 많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공부 모임을 만들어 스님을 모시고 가르침을 받는다. 창원의 공부 모임은 벌써 20년이 넘었다. 서울도 만 3년이 됐다. 스스로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는 재가자들이 기특해 스님은 차비만 받고 긴 세월을 함께 하고 있다. “책을 많이 그리고 바르게 읽으면 생각을 올바르게 해 그 역시 수행이 된다.
불교가 침체된 것은 승가교육의 부실 때문이요 교육의 부실은 곧 독서량 부족에서 나왔다. 따라서 불교는 경을 바로 보게 하는데서 부터 새로 시작해야한다. 그런데 재가자들이 자발적으로 불교를 공부하겠다며 모임을 만들고 그 중에는 7일 용맹정진에 참여할 정도로 신심도 깊다. 내 몸이 귀찮고 복잡하지만 기분이 좋아 기쁘게 참가하고 있다.”
35년간 교학연구와 후학양성에 매진해온 스님은 반야불교학당, 반야경전 교실을 개설하여 재가불자 교육에도 앞장서며 시대가 가야할 길을 밝히는 스승으로 존경받고 있다.
통도사=박부영 기자 chisan@ibulgyo.com
지안스님은…
1947년 경남 하동군에서 태어나 1970년 통도사에서 벽안스님을 은사로 출가, 월하스님을 계사로 사미계와 구족계를 수지했다. 1974년 통도사 강원을 졸업했다. 졸업 전부터 학인들을 가르치다. 졸업 후 중강 소임을 맡았다. 이어 1978년부터 1988년까지 10년 간 통도사 강주를 지냈고 1997년 다시 통도사 강주 소임을 맡았다. 2001년 종립 은해사 승가대학원 3대 원장에 취임, 지금까지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스님은 운허스님의 강맥을 잇고 있다. 조계종 고시위원, 조계종교육원 역경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기신론강의> <신심명강의> <조계종표준금강경 바로 읽기> 등과 역서로 <대반니원경> <대승기신론강해> 등이 있다.
[불교신문 2673호/ 11월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