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가을밤, 마음을 적시듯 차를 마신다 가을이라는 말만으로도 마음 한쪽에서 바람이 인다 그 바람을 맞으면 누군가가 간절히 그리워지는 그런... 그 그리움의 대상이 특정한 누구는 아니다 마음 깊숙히 한쪽에 숨어있다 가을만 되면 풀벌레 소리와 함께 나타난다 그렇다 해 마다 귀뚜라미가 울기 시작하는 그 무렵이면 그리움도 시작되었다 특정한 누군가가 그리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허나 나에게는 그 누구라는 얼굴도 떠오르지 않은 그냥 그리움 그대로이다 그리워져서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워하고 싶은 그대로의 그리움 가을은 그렇게 마냥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그리움은 기다림이며 간절함이고 설레임이다 한 여름의 더위를 견딜 수 있는 것도 이 계절이 있기 때문이리라 그 기다리던 계절, 가을이 왔는데도 그리운 마음이 일지 않는다면 병이다 병 중에서도 청춘을 상실하는 중증의 병이라 할 것이다 가을 바람이 얼굴을 스치면 마음이 녹아내리듯 그렇게 그리움이 간절해져야 정상이다 그런 가을밤에는 가끔 혼자서 차를 마시며 그리움을 삭여낸다 사위가 고요해져 귀뚜라미 소리가 가까이 느껴지는 시간, 입안에 그득한 차향이 마음에 닿기 위해서는 이 시간이어야 한다 그리움은 그 누구와도 나눌 수 없기에 차 한 잔에 담아 혼자 마셔야 한다 그리움은 풀어낼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 마음에 이는 그대로 젖어야 하기에 마음에 담듯 차를 우리고 그 안에서 젖어버리듯 차를 마시면 가을밤은 온전히 내 세상이 된다 가을이 옅어지면 그리움도 흩어진다 귀뚜라미 소리가 사라지면 그렇게 사라진다 차향은 여전한데 어느 순간 그리움은 간 곳이 없이 그렇게... 무 설 자 |
출처: 갤러리 번 원문보기 글쓴이: 무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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