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시장
윤재철
오이가 비를 맞고 있다
가락시장에도 못 간
구부러지고 볼품없는 흰 오이
예닐곱개씩 쌓아놓고
무더기가 예닐곱개
좌판도 없이
아스팔트 맨땅 위에
얇은 비닐 한장 깔고 앉아
비를 맞고 있다
장날도 아닌 공주시장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아주머니는 중국집 처마 밑에
쪼그리고 앉아 턱을 괴고 있는데
대책없는 오이는 시퍼렇게 살아
다시 밭으로 가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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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수 엮음"시는 아름답다"[사과나무]에서
생사[生死]를 넘나든다라는 말이 있다. 이 세상 가장 어려운 것이 입에 풀칠하는 먹고 사는 문제라 했다. 때문에 그 먹고 사는 모습이 펼처져 있는 곳이 사람 삶의 모습이 치열한 시장에 가면 확인 할 수 있다. 시인은 장도 서지 않는 공주시장 아스팔트 맨 바닦에 얇은 비닐 한 겹을 펴고 끝물 오이를 파는 아낙의 모습에서 삶의 절실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비단 오이라는 것이 비를 맞고 스스로 흘리는 눈물 속에서 살아야 하는 비장한 절망감 마져 든다. 때문에 다시 밭으로 가자고 했는지 모른다 세상은 다 평등하게 존재하게 이루어져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차별이라는 상처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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