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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特選 詩모음

두문불출(杜門不出) -임영석

작성자瑞村|작성시간10.06.16|조회수46 목록 댓글 0

 

 

 

 

두문불출(杜門不出)

                                          임영석

 

나도 이제 밖을 쏘다니지 않기로 했다

이 사람 저 사람 말을 다 듣다가 보면

이 말이 그 말 같고 그 말이 이 말 같아

정작 중요한 말은 다 흘리고 다닌다

수령 천 년 고목이 어디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인 일 있었는가 밖을 나갈 일이 있다면

그때는 목숨을 다 두고 가겠다는 자세 아닌가

두문불출 산다는 것은 제 속을 꽉 채워

움직이지 않아도 움직임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사람이 병을 얻어 자리에 눕는다는 것도

살아온 날을 버리고 속을 꽉 채워

떠날 시간이 되었다는 신호다

내가 아파트 베란다에 가꾸는 화초 중 호접 난은

두문불출 삼 년 만에 꽃을 피웠다 삼 년을

먹고 자고 자고 먹고 죽었다가 살고

살았다가 죽어 가기를 반복하며 피운 꽃이

모양은 그래도 꽃을 피워 놓으니

화초라는 말을 들을 수 있지 않은가

두문불출 설악산 봉우리에 머무른 흔들바위

세상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오려 하지 않는 걸 보면

두문불출 그 자세가 세상 사람 마음을 움직여

설악산을 찾게 하는 것 아닌가

 

 

                                           ***** 

 

좌도시 동인지 2008년 24집 『상여 소리는 문의 고개를 넘어가고 』,[좌도시]에서 

 

세상이 편해지다보니 갈 곳, 안 갈 곳 곳곳을 참으로 많이 다니는 것 같다 때문에 만날 사람과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을 접촉하는 일이 많다.  특히나 글을 써 오면서 숱한 문학 행사나 모임 등이 잦은 현실에서 얼굴을 내밀어야 하는 일이 많아졌지만 나는 시를 읽고 쓰는 일 외에 생업을 따로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모임에 자주 가지 못하는 형편이다. 서울 한 번 가려해도 휴가를 내지 않고는 안되니 말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행세에 그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더 이상 밖을 쏘다니지 않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보아 온 천년 수령이 넘은 느티나무며 바위며 유적들은 모두 제 자리에서 제 마음 하나 많을 간직하며 사는 모습이라는 것이였다 나무가 자리를 자주 바꾸어 옮겨 심으면 살 수가 없다 한 자리에서 오래 뿌리를 뻗고 살지 않으면 오래 살 수 없음도 보아왔다 내가 아는 어느 금송 한 그루는 억대를 호가 한다는데 옮겨 심어 말라 죽어가는 것을 보았다 아무리 귀한 것도 그 자리에 있을 때 귀한 것이다  그 귀함에 자기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다 그 일에 매진하는 것이 사람 삶 아닌가 싶다.(옴겨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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